"멀리서 보이는 불빛은 행복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안을 들여다 보면 싸우는 사람들도 있고, 슬프거나 외로운 사람들도 많겠죠?"
"세나씨는 어떤 편인가요? 멀리서 봐야 아름다운가요? 가까이서 봐야 아름다운가요?"
"글쎄요, 저는 제 모습이 안 보이니까요."
상당히 노골적이다. 작가의 작위적인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홍세나(정유미 분)란 어떤 캐릭터인가? 어떤 인물이고 어째서 그리 행동하는가?
그녀는 항상 위를 본다. 먼 앞을 본다. 그것을 동경한다. 그 안에 도사린 추악함을 알면서도 그 화려한 겉모습을 쫓는다. 자기따위는 돌아보지도 않는다. 한심하고 초라한 자신따위 전혀 상관치 않는다. 비록 거짓이고 기만일지라도 더 멋진 자신으로 꾸미고 싶어한다.
그녀의 동화는 가만히 있는데 왕자가 공주를 구해주는 그런 동화가 아니다. 그녀는 공주조차 아니다. 그러나 공주가 되어 공주의 성에서 살고 싶다. 거짓으로 신분을 꾸민다. 호박으로 마차를 삼고, 쥐로 하여금 말이 되어 끌게 하고, 고양이가 마부가 되어 말을 몬다. 시간이 되어 서둘러 나오느라 신을 한 짝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때 안달할 정도가 되어서 빠져나오며 일부러 보라고 신발 한 짝을 남기고 떠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고서는 그녀는 공주님의 성에 살 수 없다.
그녀는 꿈속에서 산다. 꿈속에서 그녀는 공주가 된다. 공주의 성에 머문다. 차라리 꿈이 현실이기를 바란다. 꿈으로 현실을 삼는다. 사무치도록 시린 거짓된 꿈에 불과하지만 그것으로 그녀는 만족과 행복을 얻는다. 그것은 본능이다. 그녀가 사는 현실이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녀는 그래서 항상 두렵고 불안하다. 현실이 마치 악몽인 것 같다.
아마 그녀 또한 행복을 꿈꾸었을 것이다. 다만 현실에서 그녀가 이룰 수 없는 꿈이었을 것이다. 꿈과 현실이 서로 엇갈리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선택해야 했다. 꿈인가? 아니면 현실인가? 계속 꿈을 꿀 것인가? 아니면 현실에 충실할 것인가? 박하(한지민 분)가 트럭에 실려 눈앞에서 사라지던 그 순간이야 말로 그 계기가 되어주었을 것이다. 어쩌면 박하의 실종과 관련한 죄의식이 뿌리깊게 박혀 그녀로 하여금 더욱 꿈에 집착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이제 다시 꿈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심지어 용동만(안재환 분)과도 맞서려 한다. 꿈에서 깨어난 그녀의 현실이란 텅 빈 오피스텔 만큼이나 휑하니 외롭다. 춥다.
역시나 복선이었을까? 그리고 홍세나는 왕세자 이각(박유천 분)에게 묻는다. 풍경을 볼 때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어느쪽을 더 좋아하는가? 풍경은 그곳에 내가 있고 싶다고 생각될 때 좋은 것이다. 홍세나에게는 실체가 없는데 이각은 실체를 바란다. 이각이 홍세나에게서 보는 것도 홍세나라고 하는 자신이 아닌 홍세나와 닮은 과거 세자빈의 허상이다. 홍세나와는 달리 박하는 현실에 산다. 현실에서 호흡하고 서로 부딪힌다. 그녀는 이각에게도 단지 꿈일 수밖에 없다.
어째서 이각은 30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뛰어 현대로 왔는가? 문득 세자빈이 연못에 빠져죽어있는 모습과 용태용이 용태무에 의해 바다에 빠져 떠 있는 모습이 무척 유사하다. 용태용의 죽음과 관련한 진실이야 말로 세자빈의 죽음에 얽힌 비밀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을까? 이각이 용태용이 된 것은 용태용의 죽음과 관련한 억울함과 비밀을 풀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것을 필연 홍세나와 박하와의 관계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다시 원래의 시대로 돌아간다.
오랜만에 시간이동을 경험한 인물들다웠다. 300년 전 과거에 놓아두고 온 가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움과 연민과 걱정을 말하며 당연히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생소한 시대에 떨어진 두려움과 설움, 그러면서도 꿋꿋이 이겨내려는 의지가 보인다. 다만 여전히 이각의 신하 3인방의 존재감은 떨어진다. 이각이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신상품을 기획하는데 정작 이각의 신하 3인방 - 송만보(이민호 분)와 도치산(최우식 분), 우용술(정석원 분)의 역할은 거의라 해도 좋을 정도로 미미하다. 조금 더 비중을 두어 메인스토리와 연결해두고 그와 같은 하소연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안타깝기는 한데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용동만에 의해 최악의 궁지로 내몰리는 가운데 홍세나는 그나마 박하를 그 원흉으로 의심하고 만다. 박하에 대한 복수심으로 이각의 자신에 대한 호감을 이용하려 하는데, 그것이 박하의 질투심을 자극하며 그녀의 감춰진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다. 박하는 이각을 좋아한다. 사랑한다. 홍세나 덕분에 진도가 빠르다. 홍세나를 정리하는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이쯤에서 3인방의 역할이 보다 강조될 수 있다면 보다 유기적인 구조와 흐름으로 가져갈 수 있겠다.
진짜 용태무는 악역으로서의 존재감조차도 없다. 비열하고 야비한 것으로는 용태무의 아버지 용동만 이상이 없다. 조금의 인정도 내비치지 않는 냉혹함 가운데 코믹함까지 엿보인다. 홍세나도 악역이라기에는 자기만의 사연이 있다. 연민하게 된다. 과연 그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최대한 압축된 결말이란 무엇이겠는가? 어떻게 이각일행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까?
블랙카드는 실수인 듯 싶다. 차라리 돈을 벌기 위해 이것저것하던 초창기의 모습이 더 유쾌하고 멋있었다. 이제는 거의 모든 것이 카드 하나로 해결된다. 드라마가 가벼운 말장난으로 일관하게 되는 이유였다. 액션이 부족하다. 나머지는 쾌속순항중. 긴장이 없다. 그러나 느리다.
우용술이 아무래도 박하에게 마음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각도 박하에게 마음이 있다. 박하도 이각을 좋아한다. 영향이 있을까? 이제까지 3인방의 역할이란 배경이며 양념의 역할이었다. 그래도 이들 3인방이 이각을 대신해 박하의 마음을 위로해준다. 이제 박하의 마음도 알았으니 이각은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우용술은 이각과 서로 좋아하는 박하를 어떻게 대하게 될까? 이각과 홍세나의 관계변화도 주목한다.
이미 모두가 안다. 어떻게 용태무가 용태용을 죽였는지. 아니 용태용이 죽었는가조차 확실하지 않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용태무를 응징할 것인가? 자신을 말하는 것이지만 장회장의 친딸인 것을 알기에 홍세나는 더욱 박하를 의식한다. 오해는 항상 사건의 기점이 된다. 흥미롭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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