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엄태웅 분)가 복수를 위해 돌아왔다. 진노식(김영철 분)이 죄를 미끼로 그를 타락시키려 접근한다. 최수미(임정은 분)는 그의 죄를 알고 그를 조롱하고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 지은 죄로 인해 이장일(이준혁 분) 자신이 마치 족쇄처럼 얽매여 있다. 죄의 무게가 항상 그를 따라다닌다.
한 번 쏟아진 물은 결코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 한 번 저지른 죄는 절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아무리 깊숙이 감추려 해도 언젠가는 세상에 드러나고 만다. 세상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죄라 할지라도 다름아닌 죄를 지은 자신이 안다. 어떤 형태로든 돌아온다. 검사로서 누구보다 정의롭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것을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다. 물론 그로 인해 더 큰 부와 권력과 명예를 손에 넣게 될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것을 만족한 삶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모순이고 기만인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었다. 검사가 되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더 큰 성공을 거두어야만이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고. 그것이 더 가치있는 일이라고. 그래서 어떻던가? 아버지의 죄를 덮기 위해 가장 친한 친구를 배신했고 스스로도 죄를 짓고야 말았다. 그 죄가 족쇄처럼 지금에 와서 그를 구속하려 한다. 그는 결코 진노식의 협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가 바란 삶이었을까? 그가 검사가 되고자 했던 이유였을까? 그가 처음 의도한 삶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래서 사람은 후회를 한다. 반성을 하고 속죄를 한다. 죄로부터 자유롭고자. 그 원인을 알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그럼에도 죄는 사라지지 않지만 납득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없었다. 자신의 죄를 기만하고 죄로부터 도망쳤다. 죄는 고스란히 남아있다. 직접적인 피해당사자인 김선우와 공범인 진노식,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최수미, 그리고 아버지와 자기 자신에게. 체념하고 만다. 받아들이고 만다. 더 이상 속일수도 도망칠수도 없는 현실에 굴복하고 만다. 타락이다. 그를 타락으로 이끄는 것도 그래서 그로 하여금 죄를 짓도록 만든 아버지 이용배(이원종 분)이다. 이용배는 다시 이장일을 진노식 앞에 데려다 놓는다.
어리석고 가난한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의 누구보다 영리하고 검사라고 하는 번듯한 타이틀까지 가지고 있는 아들과, 아마 아버지 이용배 역시 그와 같은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스스로 속이고 도망치고 기만하고, 그러고도 도저히 안 될 것 같을 때 조금씩 타협을 시도한다. 체념하고 포기를 알아간다. 굴복하게 된다. 비루하고 비굴하다. 비겁하다.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의 삶의 방식을 가르친다.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김선우는 다행히 진노식이 아닌 김경필에게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싸우러 가는 것이 아니라 무너뜨리러 간다. 벌레먹은 나무는 굳이 도끼질할 필요도 없다. 단지 바람이면 된다. 하기는 진노식도 말하고 있었다. 안좋을 때나 좋을 때나 똑같은 사람이 더 무섭다. 그런 사람은 쉽게 미혹되지 않는다. 쉽게 약점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그러나 중심을 잃은 사람은 작은 바람에도 금새 휘청이며 자신의 헛점을 드러내고 만다. 그를 위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이장일이 스스로 타락하기까지. 스스로 중심을 잃고 헛점을 드러내기까지. 테스트였을까? 여전히 앞을 보지 못하는 채로 나타난 김선우에 대해 이장일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불안해하고 초조해할수록 이장일의 헛점은 더욱 크게 드러날 것이다.
뻔한 플롯이다. 가장 비참한 처지로 추락한 주인공이 마침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실력을 키워 복수를 위해 돌아온다. 문태주가 바로 주인공에게 복수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역할을 맡는다. 눈을 치료해주고, 각종 필요한 교육과 훈련을 쌓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그에게 성공의 기회까지 쥐어준다. 모든 것을 얻고 마침내 김선우는 돌아온다. 13년만에 돌아온 한국에서 이미 스타검사로 명성이 높은 이장일의 존재는 그의 영광 만큼이나 처절한 추락을 예고하고 있을 것이다. 더욱 성공하여 상당한 규모의 기업을 일궈낸 진노식 또한 마찬가지다. 다만 흔한 복수물의 사이에 인간의 죄와 악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다. 어쩌면 이장일의 캐릭터에 드라마의 주제가 있을 것이다. 김선우의 복수야 당연하지만 복수의 대상이 되는 이장일은 과연 어떻게 되겠는가? 최수미의 뒤틀린 애정이 그와 처절하게 얽힌다.
김선우는 한지원(이보영 분)을 사랑한다. 사랑이라기보다는 집착이다. 13년이라는 절망과 좌절의 시간이 사랑을 집착으로 바꾸었다. 단지 사랑할 뿐이라면 얼마든지 떠나보낼 수 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 사이 사랑이 식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사랑이 나타났을 수도 있다. 인연이 아니라면 헤어지는 것이다. 뒤늦게라도 확인했다면 서로 떠나보내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그것을 확인하기를 거부한다. 차라리 한지원은 의심없이 올곧게 김선우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 그녀를 김선우가 막아 세우고 있다. 엇갈린다.
과연 꽃다발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김선우였을까? 아니면 오해하고 있느 것처럼 이장일이었을까? 김선우는 애써 한지원과 거리를 두고, 한지원은 꽃다발의 당사자가 이장일이라 생각한다. 도움을 받을 일이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지원은 김선우에 집착한다. 김선우는 두렵다. 오해가 생긴다. 최수미가 중간에 개입한다. 13년이라는 시간을 압축한다. 서로 떨어져 있던 시간만큼 모든 시간을 되돌린다. 멈췄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과연 최수미는? 이장일은? 그리고 김선우는 언제쯤 한지원 앞에 자신을 밝히게 될까?
아무튼 드라마는 드라마라는 것일 게다. 공부도 지지리 못하던 김선우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엘리트가 되어 돌아왔다. 짧은 기간동안 공부까지 마치고 현장에서 크게 커리어까지 쌓고 있다. 그래야 복수도 통쾌한 복수가 된다. 카타르시스다. 벌써부터 짜릿하다. 다시 둘이 만난다. 재미있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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