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허전하다. 충주 탄금호를 배경으로 한 무대는 마치 시즌1에서의 양주 2차예선 300초경연 무대를 보는 듯 아름답기만 하다. 밴드의 음악을 즐기러 모여든 팬들과 밴드들의 열정넘치는 연주, 그리고 코치들의 적당한 기싸움까지. 그러나 아쉽다. 무얼까?
대결이란 역시 긴장일 것이다. 긴박감이다. 죽느냐? 사느냐? 내가 사느냐? 네가 죽느냐? 그렇지 않아도 태반이 프로들이다. 시즌1에서의 무대가 목마르던 무명의 밴드들과는 다르다. 앨범도 몇 장이나 냈고, 당장 오라고 부르는 곳도 적지 않다. 같은 경연을 하더라도 긴장감이 다르다. 덕분에 악퉁과 고래야 같은 무명의 밴드들도 긴장을 조이기가 그다지 쉽지 않다. 실제 시즌1의 '조별경연'에서와 같은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당장 TV를 통해 느끼기란 힘들다.
긴장이 없으니 불안도 초조함도 없고, 마침내 경쟁에서 살아남았을 때의 환희와 떨어졌을 때의 좌절감 역시 그다지 강하지 않다. 그저 밋밋하게 밴드들이 차례로 올라가 무대를 보였고, 청중평가단이 그것을 보고 평가하여 두 개의 밴드를 골라냈다. 말 그대로 무대만 즐기고 만 것이다. 무대를 즐기고 그 결과 두 개의 밴드가 남고 두 개의 밴드는 떨어져 사라졌다. 어떻게 결정난 건지도 모르게 한 순간에 그냥 스치듯 모든 것이 끝나고 말았다.
예능이다. 다시 말하지만 <TOP밴드2>는 예능이다. 밴드와 밴드음악을 좋아하는 모든 이들이 <TOP밴드2>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일부러 찾아들으려 하지 않으면 결코 쉽게 들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밴드음악이다. 일부러 찾아듣는 사람들이야 알아서 듣는다 하더라도 그렇지 않은 대중에게는 보다 친화적으로 밴드와 밴드음악을 체험할 수 있는 매체가 필요하다. 서바이벌이라는 예능의 양식은 굳이 밴드음악을 들으려 하지 않아도 예능적 재미를 기대하며 보통의 대중들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대안일 수 있다. 그렇다면 재미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재미있어야 밴드음악에 관심이 없는 대중들도 <TOP밴드2>를 보기 위해 TV앞에 앉게 된다.
재미가 없다. 무대는 충분하다. 하지만 무대만으로는 부족하다. 긴장이 필요하다. 누가 남고 누가 떨어진다. 누가 살아남고 누가 떨어져 사라진다. 무명이라는 절박함이 없다면 경쟁구도라도 살벌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악퉁의 무대에서 신대철이 김종서를 공격하자 유영석이 호응한 것과 같은 것이다. 오히려 코치들은 자유롭다. 서로 공격하고, 그런가 하면 필요한 부분에서는 서로 연대하고, 무대에서는 밴드들이 진검승부를 펼친다.
트리플토너먼트의 무대에 대해 필자가 크게 기대를 가졌던 이유이기도 하다. 기왕에 조별로 나누어 동시에 무대에 올라 경연을 펼치는 것 함께 무대에서 즉흥연주로 연주솜씨를 가려보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각 밴드가 보여준 연주까지 포함해서 일반대중들에게 그 판단을 맡기자. 정해진 순서에 따라 차례대로 무대에 오르고, 연주력을 뽐낼 여지조차 없이 노래만 부르고 내려온다. 아직 연주를 듣는데 익숙하지 않은 대중에게는 자칫 밴드의 경연이 보컬의 경연으로 들리게 할 우려가 있다. 하다못해 순서를 정하는데 각 팀 대표 한 명이나 두 명씩 무대에 올라와 서로 즉석에서 연주를 겨루며 청중평가단의 평가에 따라 순위를 결정한다.
밴드란 연주다. 노래만 부를 것이면 밴드가 아닌 솔로가수로 데뷔한다. 솔로가수도 공연을 할 때면 밴드를 데리고 공연을 한다. 그러나 솔로가수가 밴드를 거느리고 하는 공연을 두고 밴드음악이라 하지는 않는다. 보컬까지 모든 악기가 하나가 되어 들려주는 합이야 말로 밴드음악이 진수라 할 것이다. 모두를 들려줄 수 없다면 청중들이 귀기울여 들을 수 있는 힌트를 각 팀의 대표를 통해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기타나, 혹은 베이스나, 드럼, 아니면 고래야 같은 경우는 거문고나 퉁소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연주를 들려주고 연주와 노래를 함께 들려준다. 배려다.
뜬금없었다. 느닷없이 조정경기라니. 하기는 스폰서의 존재를 결코 무시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후속라운드 경연순서는 색색의 공에 매직으로 숫자를 써서 제비뽑기를 하고 있었다. 그렇더라도 아무런 준비 없이, 더구나 과정도 없이, 무엇보다 한 팀은 참가조차 안했고, 다른 한 팀은 여성멤버가 대부분이었다. 생각이 없었다. 아무 연관도 없고, 개연성도 없었다. 조급한 것이 한눈에 드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악퉁의 경연. 내내 아무 긴장감없는 경연이었다.
청중평가단에게 모든 판단을 맡긴 것도 많이 아쉬웠다. 다수의 밴드가 한꺼번에 출연해 우수수 떨어져나가는 초반의 경연이 아니다. 고르고 골라 마침내 올라온 16팀의 밴드가 겨루는 16강 경연이다. 예우를 해주어야 한다. 대중성은 청중평가단에 맡기더라도 그들의 음악에 대해 전문적인 비평적 판단을 곁들일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음악이었고, 어떤 의도가 느껴졌고, 전문적으로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16강에 올라올만한 가치가 있는 밴드임을 프로그램 스스로 입증해 보이는 것이다. 대중성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전문적 음악적 가치 또한 필요하다.
악퉁의 '단발머리'는 신대철의 말마따나 새로 작곡하는 수준의 편곡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단순하고 익숙하면서도 강하게 들어가는 어쿠스틱 기타의 리프가 원곡의 '단발머리'와는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같은 리프를 반복하면서도 노래는 변화무쌍하다. 그야말로 자신의 역량을 모두 발휘한 무대라고나 할까? 밴드보다는 악퉁의 보컬 추승엽의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추승엽의 목소리가 이끄는 가운데 경쾌하게 밴드의 사운드가 모였다 흩어졌다. 더 훌륭하지는 않지만 새롭다. 추승엽의 눈물이 와 닿는다. 이만한 밴드가 그동안 철저히 무명으로 가려져 있었다. 수많은 관객 앞에서 갖는 공연이 이유없이 눈물이 앞을 가린다.
고래야의 무대는 기대 만큼이나 실망도 컸던 무대였다. 흥미롭지만 지루했다. 새롭지만 산만했다. 자기들만의 무대였다. 전혀 청중과 소통하려 하지 않았다. 아직 무대경험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자기들만의 음악에 갇혀 있는 듯하다. 감상용으로는 좋지만 경연에서는 그다지 현명한 선택이 못된다. 멤버가 한 사람 빠진데다가 경연을 위해 단기간에 만든 편곡인 탓인지 노래에 붙지 못했다. 흥미롭지만 그 뿐, 재미있지만 거기서 한계다. 물론 만족한다니 거기서 더 무어라 말하기는 어렵다. 음악에 대한 판단이 모두가 같지는 않다.
장미여관의 장점은 의외의 단단함이다. 신나는데 그 토대가 뜻밖에 탄탄하다. 그래서 마음껏 노닐 수 있다. 자칫 천박할 수 있는 유쾌함이 유쾌함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유다. 언제 어디서 어떤 소리를 내야 하는지, 어디서 어떤 몸짓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연주하고 어떻게 노래해야 하는지, 그들은 다 안다. 관객과 소통하면서도 무대의 완성도도 떨어뜨리지 않는다. 탈락한 해리빅버튼과 더불어 <TOP밴드2> 최대의 성과다. 이제는 너무 유명해서 네임드들을 무색하게 만든다. 더운 여름 지쳐 늘어져 있던 몸이 한순간 깨어 펄떡펄떡 뛰고 있었다.
타카피는 탈락을 예상했다. 초반 연주는 야무지고 좋았다. 스케일도 있고, 단단함도 있고,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진짜 연습부족인지 이후의 전개는 진부함 그 자체였다. 평이했고 아무런 새로운 것도 없었다. 여기에 잘하기까지 하니 마지막에는 듣고 있는 필자의 집중력 자체가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세 번을 반복해서 듣고서야 어떤 음악인가를 알았다. 하필 더운 여름이었다. 장미여관이 붙여준 집중력을 타카피가 소진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려는 모습은 베테랑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연주만 안좋았다. 그게 전부였다.
그래도 <TOP밴드2>가 갖는 의미일 것이다. 악퉁과 같은 무명의 밴드에게도 기회를 주었다. 고래야와 같은 비주류밴드 역시 공중파를 통해 자신을 알릴 수 있었다. 오랜시간 무명이었던 밴드의 리더의 눈물이 서럽기조차 하다. 결코 사라져서는 안되는 가치인 것이다. 시즌3에서도, 시즌4에서도, 탈락한 밴드들이 칼을 갈고 다시 재도전에 나선다. 우승자는 역시 챔피언으로서 방어전에 나선다. 밴드의 축제가 된다. 다만 프로와 아마추어의 밸런싱 문제에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역시 서바이벌은 아마추어에게 어울린다.
아직도 방황하고 있는 중이라 생각한다. 최초의 밴드서바이벌이다. 그것도 프로밴드가 대거 출연하여 아마추어와 겨루는 프로그램이다. 어떻게 만들까 아직 답은 서 있지 않다. 시행착오를 거친다. 치명적이다. 그래도 그 가치와 가능성을 믿는다. 싫어하지 않는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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