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했다. 도대체 무엇일까? 시즌1은 지금도 가끔 정주행을 한다. 몇 번을 보아도 재미있다. 매번 감동받고 매번 희열을 느낀다. 연주는 어쩌면 네임드가 대거 참가한 시즌2가 시즌1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그러나 집중해서 보게 만드는 힘에 있어 시즌2는 시즌1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왜일까?
이를테면 너무 익숙하다. 시즌2에서도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밴드들은 하나같이 그다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밴드들이었다. 지금이야 드라마 OST도 하고 잘나가고 있다고 하지만 불과 몇 주 전까지 장미여관이라고 하면 그것이 밴드이름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었을까? 비록 16강에도 들지 못하고 탈락하고 말았지만 해리빅버튼 역시 <TOP밴드2>의 시청자들에게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던 밴드였다. 넘버원 코리안과 악퉁, 고래야, 4번출구, 마그나폴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혀 알지 못하기에 판단하게 된다. 판단하며 인지하고 인식하게 된다. 존재한다.
그러나 네임드들은 다르다. 밴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트랜스픽션의 이름 정도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내귀에 도청장치, 몽니, 슈퍼키드, 피아, 피터팬컴플렉스, 시베리안허스키, 데이브레이크, 로맨틱펀치, 칵스, 타카피, 와이낫? 등등... 우연히라도 한 번은 들어보았을 이름들이고, 음악 역시 한 번 쯤은 스치듯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때 이미 판단은 내려져 있었을 것이다. 아니 굳이 스스로 판단할 필요 없이 더 많은 대중과 전문가들이 따로 판단을 내리고 있었을 것이다. 굳이 새롭게 그들을 인지하고 인식할 필요가 있는가?
그래서 오죽하면 <TOP밴드2>의 얼마 안되는 시청자들마저 그렇게 말한다. 공중파를 통해 네임드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도 어딘가? 물론 오디션이라고 하는 기존의 컨셉은 그다지 데뷔가 간절할 것 같지 않은 네임드 밴드들이 대거 참가를 선언한 순간 이미 의미가 없어진지 오래일 것이다. 이미 프로로써 앨범까지 벌써 여러 장 내고, 각종공연 등 활동까지 왕성하게 하고 있는 네임드들인데, 과연 그들에게 데뷔를 위한 오디션이라는 것으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다만 그렇더라도 과연 참가팀들의 서바이벌 경연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의 기본포맷을 무시하는 것도 곤란하다. 바로 그것이 <TOP밴드2>가 만들어지고 방영되는 이유일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공연만을 보려 한다면 콘서트장을 찾아가면 된다. 록페스티벌도 최근 한 해에만도 적지 않은 수가 열린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 기존의 음악전문프로그램도 있다. 음향 등 공연만 따로 놓고 봤을 때 프로그램의 질은 EBS에서 방영되는 <스페이스 공감> 쪽이 한참 더 낫다. 그런데도 굳이 <TOP밴드2>가 서바이벌의 형식을 띄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아마추어의 데뷔무대이던 <TOP밴드>에 네임드 밴드들이 대거 출연을 선언하게 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정작 <TOP밴드>의 서바이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네임드 밴드들의 공연만이 남는다. 그만큼 프로그램의 가장 핵심이랄 수 있는 서바이벌이 주는 충격과 감동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일 것이다.
다시 말해 전혀 새로운 것이 없다. 새삼스럽게 충격받거나 놀라서 감동할 일이 없다. 처음 보는 밴드더라도 처음 보는 밴드가 아니다. 처음 듣는 음악이더라도 처음 듣는 음악이 아니다. 바로 그것이 네임드라는 것이다. 놀라기 전에 듣고, 감동받기 전에 알게 된다. 충격보다는 확인이다. 누가 이기든, 그래서 누가 떨어지든, 더구나 네임드 가운데 상당수가 16강에 남기도 했었다. 네메시스가 떨어진 것은 나름대로 충격이었지만 그러나 너무 약했다.
시즌1에서는 각인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게이트플라워즈에 대해서 이전까지 전혀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브로큰발렌타인이 아시안비트 월드파이널에서 우승했다는 제작진의 설명에도 그런 일이 있었구나 사후에 인지했을 뿐이었다. 톡식과 POE 역시 홍대 인디씬에서도 비주류에 속하는 철저히 무명밴드들이었다. 리카밴드에 대해 아는데는 2차예선 300초 경연이면 충분했다. 그 한 번의 공연으로 리카밴드는 <TOP밴드>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았다. 모든 것이 새로웠고, 모든 것이 충격이었으며, 따라서 모든 순간순간이 감동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그것은 기적이었다. 우연이 필연이되는 기적의 순간이었다. 그 현장에 모두는 있었다.
사람들이 오디션이라고 하는 양식을 통해 기대하는 바일 것이다. 서바이벌이라고 하는 형식을 통해 보고자 하는 것일 터다. 그것은 기적일 것이다. 드라마다. 일상이 깨어지는 순간이다. 당연한 것이 부서지는 순간이다.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던 참가자가 우승을 하고,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출연자가 높은 성적을 거두고, 물론 그럼에도 보수적인 대중의 성향은 그 한계를 미리 그어둔다. 흔히 오디션 - 혹은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에 대해 제기되는 대중의 음모론은 그같은 충족되지 못한 목적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시즌1에는 그것이 있다. 완전히 마음놓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듯 어느새 정좌하고 프로그램에 집중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시즌2에는 없다.
역시 초반에 제대로 인상을 심어주었어야 했다. 말한 각인이다. 초반 트리플토너먼트에서 일찌감치 네임드들이 떨어져주었다면. 네임드들이 떨어지는 대신 새로운 무명의 밴드들이 부각된다. 다른 많은 네임드들이 떨어져나가는 가운데 살아남은 네임드 밴드가 있다. 그런 많은 네임드를 꺾고 그들의 자리를 대신한 기적의 주인공들이 있다. 드라마가 된다. 서사가 만들어진다. 기존의 밴드와 음악에도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 오디션의 이유다. 서바이벌의 이유이기도 하다. <TOP밴드2>에 많은 네임드 밴드들이 참가를 결심한 이유이기도 했을 것이다. 기존의 음악만으로는 부족했던 나머지를 <TOP밴드2>라고 하는 기회를 통해 채우려 한다. 그것을 또한 보고싶어 한다.
물론 그렇다고 마냥 제작진맛 탓하고 있을 수도 없다는 것이, 아무리 그렇더라도 프로밴드에게까지 참가자격을 준다고 그같은 대단한 네임드들까지 참가신청을 하리라고는 전혀 누구도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미처 대비할 시간조차 없었다. 네임드들이 참가신청을 했는데 그런 네임드들을 두고 어떤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갈 것인가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할 시간조차 그다지 주어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갑자기 몸이 자라버린 탓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모양새가 되어 버린 것이다. 몸이 갑자기 자라버린 것이 자신의 탓일까?
모든 것이 돌발적이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미처 대비할 여지도 없어 벌어지고 말았다. 조금만 여유가 있었다면. 미리 예상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미리 준비할 수 있었다면. 네임드가 출연한다면 어떻게 그들을 활용하여 프로그램을 만들어갈 것인가? 그러나 시청자 자신조차, 많은 다른 전문가들조차 네임드라고 하는 이름값에 취해 버렸다. 뒤늦게 고민에 들어간다. 어떻게 하면 네임드를 활용해 기존의 서바이벌이라고 형식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인가.
시즌3가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이번에는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미처 대비하지 못하고 급하게 들어가야 했었다. 시간만 주어진다면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더 흥미롭게, 네임드들이 허명을 벗어던진 채 서바이벌이라는 잔혹한 전장으로 뛰어든 의미를 살려볼 수 있을 것이다. 시즌1에서처럼 밴드음악이 생소한 시청자들마저 공연장을 끌어낼 수 있다. <TOP밴드>의 의의다. 가능성에 비해 준비부족으로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무튼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기왕에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프로그램 스스로 자신에게 권위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한 단계씩 밟아 올라가면 그만한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조금 더 방송에 얼굴을 비추고, 한 번이라도 더 사람들에게 이름이 불려지고, 그리고 그들의 무대가 보여지고 음악이 들려진다. 그러자고 <TOP밴드2>에 참가를 결정했던 것이 아니던가? 어떻게 3차예선 2라운드까지 진출한 - 심지어 2라운드에서까지 좋은 성적을 거두어 최종 16강에 포함된 팀들조차 이름 한 번 불려보지 못한 채 끝나고 마는 것인가? 오히려 2차예선에서 더 많은 무대가, 음악들이 방송을 통해 보여지고 있었다. 프로그램 스스로 권위를 깎아먹는 행위다. 권위가 없는 서바이벌이란 그 가치가 한없이 가벼워진다.
해리빅버튼이 떨어지고 타카피가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았다. 최고는 데이브레이크, 그 다음이 장미여관, 3위 다툼이 치열했다. 3위에서 밀리고 밀려 16위에서 밀려나 떨어지는 팀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역시 네임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TOP밴드2>를 통해 존재를 알린 팀들도 적지 않다. 다만 16강에서부터는 어떻게 구성하여 재미를 극대화할 것인가.
때늦은 후회일 것이다. 그보다는 반성이다. 필자 역시 도취되어 있었다. 네임드라는 것에 대해. 그러나 아무리 네임드라 해도 그들의 이름을 듣고 반갑게 아는 척을 해 보일 수 있는 것은 소수의 밴드마니아들에 불과할 것이다. 너무 성급했다. 시간도 촉박했다. 다음을 기약하기도 빡빡하다.
넘버원 코리안의 패기가 부럽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음악 이상의 것을 대중과 시청자에 들려주고 싶었다. 평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성적 역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바로 이런 것이 영혼이라 하는 것일 게다. 모두가 같다. 성적에 아주 무심할 수는 없지만 그렇더라도 음악과 팬을 배신할 수는 없다. 유영석의 비판어린 심사평조차 무색하다. 그것이 옳다. 음악은 심사의 대상이 아니다.
좋으니까 음악을 한다. 내가 좋아서 음악을 한다. 그 음악을 좋아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 그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 음악을 통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과연 그 위에 무슨 말을 더하고 무슨 말을 빼겠는가? 다만 경연에는 맞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게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더운 여름 불어오는 강바람같다. 긴 장마가 끝난 말간 하늘을 보는 듯하다. 시원하고 통쾌하다.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다. <TOP밴드2>는 음악프로그램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오디션의 형식을 띈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이다. 음향의 아쉬움은 전문음악프로그램에 따져묻는다. <TOP밴드>에 필요한 것은 예능으로서의 전문성일 것이다. 고민이 필요하다. 가장 절실한 고민이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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