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남자들의 철인 3종, 새 멤버들을 주목하다.

까칠부 2012. 8. 20. 08:02

무언가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다. 김준호의 캐스팅은 어쩌면 남격의 부활을 위한 최고의 한 수였을 것이다. 물론 그는 아직까지도 콩트를 한다. 설정을 하고 연기를 한다. 하지만 그조차도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으로 만든다. 하기는 개그맨이 콩트를 하지 무엇을 하겠는가?

 

<무한도전>의 박명수도 상황극을 즐긴다. 즉석에서 상황을 만들고 연기를 한다. 박명수 또한 개그맨인 때문이다. 필요한 때 김준호 역시 개그맨으로서의 자신을 활용해서 장면을 만든다. 적재적소에 멘트를 한다는 느낌보다 겉돌지만 그 부조화에서 오는 비일상이 유쾌하게 다가온다. 더구나 하찮다. 대단하지 않다. 별 볼 일 없다. 우습다. 말 그대로 우스운 것이다.

 

콩트를 주로 하던 개그맨 출신은 리얼버라이어티에 취약하다고들 말한다. 실제 그랬다. 하지만 김준호는 그것이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말하는 것 같다. 개그맨이면 오히려 예능에서도 개그를 하는 것이 맞다. 콩트가 주력이라면 콩트를 통해 재미를 주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리얼일 것이다. 개그맨이 개그맨이 된다. 콩트를 잘하니 콩트를 보여준다. 그는 어차피 개그맨이다. 그렇게 기대하고 본다. 그래서 모든 것이 설정이고 작위지만 역설적이게도 자연스럽고 재미있다.

 

주상욱이 그 반대편에 있다. 잘났다. 잘생겼다. 잘나간다. <남자의 자격> 초반 이정진과 윤형빈이 시도했다 실패했던 구도다. 김준호는 주상욱을 질투하고 의식하고, 그런 김준호를 주상욱은 일부러 무시한다. 차이라면 전자의 경우 이정진이 나이가 더 많았다. 후자의 경우는 김준호가 더 나이가 많다. 전자의 경우 윤형빈이 나이도 어린데 버릇없어 보이지만, 후자의 경우는 그저 김준호가 철이 없는 것이다. 역시나 리얼버라이어티까지 와서 개그를 하는 한심함에 더해 못난 김준호를 강조한다.

 

이제껏 <남자의 자격>에 없던 샌드백일 것이다. 누구든 전혀 거리낌없이 자연스럽게 다가가 그를 건드린다. 놀리고 무시하고 괴롭힌다. 그래도 좋다. 그는 못났으니까. 못생기고, 못나가고, 성격까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역시 <무한도전>의 정준하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는 큰 형도 아니고 마음이 착하지도 않다. 그래서 더 쉽게 건드릴 수 있다. 주상욱을 질투하는 김준호와 그런 김준호를 공격하는 주상욱 사이에는 어떤 불쾌한 일그러짐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그저 성격까지 못난 남자일 뿐이다.

 

모든 것이 최하다. 최저다. 수준이하다. 그렇다고 성격이라도 좋으면 공격하기가 꺼려질 수 있는데 성격마저 안좋다. 캐스팅과정 역시 김준호의 그같은 캐릭터를 확인시켜준다. 원래는 김준현이 물망에 오르고 있었는데 소속사 사장이던 김준호로 바뀌고 말았다. 물론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김준현이 아닌 김준호가 최종적으로 <남자의 자격>의 멤버로서 합류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같은 구체적인 이유보다는 단지 소속사 사장이 소속 연예인의 자리를 빼앗았다는 그림이 더 인상에 남는다. 그런데 욕심은 많은데 서툴기까지 하니 딱 욕먹기 좋다. 비난하기 좋다. 착하기만 하던 <남자의 자격>에 한 마리 미꾸라지가 풍랑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주상욱의 캐릭터도 좋다. 과거 이정진의 '비덩' 캐릭터의 발전형일 것이다. 허우대만 멀쩡했지 실속이 없다. 심지어 이정진의 경우 몸만 좋은 김태원이라는 말까지 들었었다. 그래서 포장지였다. 윤형빈의 입에서 나온 '포장지'라는 단어가 이경규에 의해 '비주얼덩어리'라는 말로 정리되었다.

 

잘생기고 몸까지 잘빠졌는데 수영을 못한다. 그런데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윤석과 같은 열반에 속하고, 더구나 자신보다 못한 김준호가 우반에 속해 있다. 그래서 끝까지 열반 안에서도 자신의 우월함을 강조한다. 그것이 더 없어 보인다. 그래봐야 열반이다. 우반에 갔어도 숨쉬는 법을 몰라 오래 헤엄치지 못하는 김준호의 모습 역시 허당으로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감독인 송일국과도 경쟁하던 우월함이 그렇게 한순간에 한심스럽게 무너져내린다. 그럼에도 주상욱은 잘생겼다.

 

바로 그런 두 사람 사이의 긴장이 오랜만에 <남자의 자격>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김준호 한 사람만이었어도 어려웠을 것이고, 주상욱 한 사람만으로도 무리였을 테지만, 두 사람이 모이니 시너지가 일어난다. 그런 가운데 나머지 멤버들의 소소한 모습들 또한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역시 예능은 재미있어야 한다. 리얼버라이어티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 김성민과는 다른 새로운 활력소가 <남자의 자격>에 수혈되었다. 나머지는 어떤 아이템으로 어떻게 연출하는가?

 

확실히 달라지기는 했다. 최초의 <남자의 자격>에서 주목한 것은 미션의 각 과정과 과정 사이의 쉬어가는 과정이다. 사실 거기에서 남자의 날모습이 드러나곤 했었다. 힘들어하고, 피곤해하고, 성가셔하고, 귀찮아하고, 그래서 도망치려 하고, 그런 과정들이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과 이어지며 하나의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간다. 하기는 '철인 3종경기' 쯤 되면 아무리 열심히 과제를 수행해도 어이없는 모습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물며 수영조차 못한다. 의외로 현실에서도 수영 못하는 남자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조금 잘하는 것으로 잘난 체 하고,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해 아옹다옹거리니 그것이 또 재미있다. 공감 가운데 웃음이다. 물에 가까이 가면 필자 역시 저렇다.

 

조짐이 좋다. 시즌2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분위기가 다르다. 새로운 멤버들이 만들어낸 분위기다. 그 안에서 기존의 멤버 역시 상승효과를 누린다. 문제라면 과연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내는가?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맛깔나게 연출해 보여주는가? 아직까지 <남자의 자격>을 처음 만들었던 신원호PD의 그림자가 짙다. 그래도 잘만 한다면 <남자의 자격>도 다시 한 번의 상승세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연출이 문제다. PD의 역량이 과제다.

 

아무튼 그럼에도 역시 문제라면 바로 앞으로 다가온 '가족합창단'일 것이다. 작년 방영했던 '청춘합창단'만 하더라도 무려 4달을 넘게 그것만 방영하고 있었다. 양준혁과 전현무 두 멤버가 별로 한 것도 없이 하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프로그램을 가득 채운 합창단 멤버들에게 그들은 떠밀릴 수밖에 없었다. 구석에 소외되어 있었다. 이번이라고 과연 예외이겠는가? 처음 합창단미션을 할 때도 저 '봉창' 김성민조차 완전히 묻힐 수밖에 없었다.

 

재미있었다. 특히 김준호를 보면서 많이 웃었다. 그 한심한 모습을 비웃으며 어떤 동질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잘난 주상욱이 망가지는 모습은 언제나 못난 자신의 열등감을 충족시켜준다. 특히 몸으로 하는 미션에서 이윤석의 몸개그는 발군이다. 개그가 아니라는 점이 더 대단하다.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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