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못된 형들과 당하는 아우, 주상욱이 새롭다.

까칠부 2012. 8. 27. 09:29

유머와 모욕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것이다. 대부분의 웃음은 타인의 곤란함으로부터 나온다. 심지어 자신에 대해 타자화할 수 있을 때 그 곤란함이 웃음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너무 어이가 없으면 웃음이 나온다는 것이 바로 그래서다. 자기일 같지가 않다.


아무리 공감의 웃음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바란다고 항상 되는 쉬운 일이 아니다. 공감이란 말 그대로 일체화시키는 것이다. 상황을, 정서를,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만큼 그 웃음의 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만일 그같은 공감의 웃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면 정말 대단할 것이다. <남자의 자격>이 지금도 상당한 고정시청자층을 가진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남자의 자격>이 자꾸 보통의 대중들과 유리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확실히 다르다. 지난주에는 김준호를 이야기했다. 이번주에도 김준호의 하차를 걸고 까불이 하차게임이라는 것을 했다. 당연히 실제 하차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제작진과는 상관없이 멤버들 스스로 시작한 게임이다. 하지만 김준호이기에 가능하다. 그다지 대단하지 않다. 그렇다고 그리 잘난 것도 아니다. 김준현이 나오니 바로 김준현에 묻혀 버린다. 아무리 주상욱을 의식하려 해도 그저 우스울 뿐이다. 그래서 우습다. 리얼버라이어티에까지 와서 콩트를 하려는 모습이. 더구나 그것을 항상 지적받으면서도 여전히 꿋꿋하다. 놀려먹기에 동기가 충분하다. 그렇다고 마냥 당해주지만은 않는다는 것이 김준호의 특별한 점이다. 끈끈하고 질기다.


그리고 이번에는 주상욱일 것이다. 확실하 같은 배우라도 김성민이나 이정진과는 다르다. 김성민은 너무 제멋대로였다. 이정진은 너무 수줍었다. 아마 김성민이었다면 끝까지 자기 할 말을 다 했을 테지만, 그리고 이정진이었다면 수줍게 그저 듣고만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주상욱은 불편한 속내는 있는대로 드러내 보이면서도 일단 시키는 것은 다 한다. 시키는 것은 다 하는 듯 보이다가도 정작 필요한 순간이 오면 못된 소리도 곧잘 한다. 


이경규, 김태원 등과 주상욱의 합이 좋은 것도 바로 그래서다. 제멋대로다. 뻔뻔한데다 염치까지 없다. 그야말로 아저씨다. 그런 이경규, 김태원에게 주상욱은 만만한 동생이다. 물론 결코 만만한 동생만은 아니다. 때로 부려먹는 입장이 되고 부림을 당하는 입장이 된다. 그리 이경규와 김태원이 얄밉고 주상욱을 동정하게 된다. 그렇다고 이경규와 김태원이 밉지 않은 것은 그동안 그들의 캐릭터가 있었으니까. 결정적인 선은 넘지 않는 현명함도 보여준다. 말 그대로 짓궂은 형과 얌전하지만은 않은 동생의 조합일까?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모습이다. 특정하지 않은 공감과 웃음이 있다. 안된 이야기지만 이경규, 김태원, 주상욱 이외의 조의 분량이 적은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중간중간 흘리는 멘트들은 접어둔다. 흘리는 멘트로 웃기는 것이야 과거 이정진도 가끔 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상황이다. 관계다. 이후로도 지속가능한 서사적 관계일 것이다. 관계가 만들어진다. 이경규와 김태원, 그리고 주상욱. 그 주상욱을 김준호가 의식한다. 김준호는 참 영리하다. 그 김준호와 다시 이윤석이 긴장관계를 만들어가려는 듯 보인다. 윤형빈과 김준호의 개그맨으로서의 동지적 관계는 흥미롭다. 하지만 같은 개그콘서트 출신이기에 역시 언젠가 충돌하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 잔잔하게 흘러오던 관계의 중심에 이들 새멤버들이 위치함으로써 활력이 되어준다. 서로 미워하고, 질투하고, 손을 잡았다, 다시 배신하고, 모두가 모여서 왕따하고, 혹은 동생으로서 부림당하고, 역시 이경규와 김태원쯤 되는 제멋대로가 아니면 윤형빈과 같은 소심한 반항도 그다지 힘을 얻지 못한다. PD마저도 웃음의 소재로 삼는다. 역시 새로운 멤버들에게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도 기존멤버들의 몫이기는 하다. 그래서 이경규도 김태원도 계속해서 김준호를 두드려준다. 김준호를 공격하며 그가 끼어들 여지를 만들어준다. 이윤석도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김준호를 공격한다. 김준호는 그런 이윤석에 역공한다. 분량이 만들어진다. 재미가 만들어진다.


철인 3종경기는 확실히 무리로 보였다. 한 달 남짓의 기간 동안 과연 이 가운데 몇 명이나 한 개 종목이라도 완주할 수 있을까? 부상마저 우려된다. 갑작스런 운동은 몸을 건강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부하로 인해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래도 달릴 수 있게 된 김태원은 반갑다. 조금씩 수영에 능숙해지는 모습이 흐뭇하기는 하다. 진짜 이 가운데 이경규가 예상한 세 사람을 제외하고 철인 3종경기를 완주하는 사람이 있다면 기적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몸으로 뛰고 부딪히는 것이야 말로 웃음의 기본이라는 사실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몸으로 직접 부딪히는 만큼 웃음 또한 매우 직접적이다. 그저 우습다.


이제까지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양준혁과 전현무와는 다른 느낌이다. 그 중심에는 주상욱과 김준호가 있다. 기존의 멤버들이 이들 새멤버를 중심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짜나간다. 다만 지금의 신선함이 앞으로의 익숙함으로 어떻게 이어지게 될 것인가는 과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두번 웃기고 말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웃겨줄 수 있어야 한다. 웃기는 것이 문제가 아닌 재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자리를 잡아간다. 아쉽다면 바로 가족합창단이 다음주부터 시작되려 한다는 점일 것이다. 매번 합창단을 할 때면 멤버들은 뒤로 숨었다. 작년에도 김태원 이외에는 거의 보이지 않았었다. 지금의 흐름을 이후로도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 가족합창단은 작년 청춘합창단보다 나을 것인가? 시작은 감동이었지만 마지막은 지루함이었다. 지나치게 길었다. 아니기를 바란다.


PD마저 웃음의 소재로 삼는 것은 과연 리얼버라이어티구나 싶다. 아무렇지 않게 대중과 만나 쌈을 얻어먹는 모습에서 자연스런 일상을 보게 된다. 지쳐 널브러진 모습이야 운동하고 항상 필자가 모이는 모습일 터다. 자연스러움이란 바로 그런 것일 게다. 그리고 웃음이 있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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