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째 굴러온 당신 - 가족의 의미, 부모의 자격, 양부모 오다.

물론 가족이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믿을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가장 가깝고 끈끈한 대상일 것이다. 오죽하면 인륜을 넘어 천륜이라고까지 말한다. 사람의 의지나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하늘이 맺어준 사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족이라는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사이에서 가장 먼 - 돌이킬 수 없는 사이로 돌변하기도 한다. 역시 가족이기 때문이다.

 

믿을 수 있다. 기댈 수 있다. 항상 바뀌지 않는다. 응석을 부린다. 응석이란 일방적으로 기대는 것이다. 당연히 들어주리라는 강한 믿음과 기대를 바탕으로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아이가 부모에게 의지하듯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족에게 일방적으로 의지하려 든다.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조차 부모에게는 때로 버겁다. 아이도 아니고, 더구나 자신 역시 부모가 아니라면 과연 그같은 일방적인 기대와 요구란 어떤 느낌일까? 어느새 가족이 부담이 되어 거리를 두고 멀리하게 된다. 가족이라서 더 멀어지게 되는 경우다.

 

어째서 차윤희(김남주 분)는 아무리 더 오래전부터 알고지낸 사이라 할지라도 방귀남(유준상 분)의 친어머니인 엄청애(윤여정 분)보다 양어머니(김창숙 분)을 대할 때 더 자연스러운가? 거리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굳이 거리껴야 할 이유가 없다. 거리낌이 있다는 것은 지켜야 할 것이 있다는 뜻이다. 상대로부터 지켜야 할 것이 있기에 경계하고 거리를 두게 된다. 그런데 처음부터 거리를 두고 대한다면 그만큼 마음놓고 상대를 대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엄청애는 지나칠 정도로 차윤희의 삶에 개입하려 한다. 차윤희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연히 자기가 낳은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모이고자 하는 방장수(장용 분), 엄청애 부부와 자기가 낳은 자식이 아니기에 더욱 자식에게 다가가려 노력해야 했던 방귀남의 양부모(길용우, 김창숙 분)의 모습이 그래서 대비된다. 가슴으로 낳은 자식이라 말한다. 그보다는 의지와 노력이 낳은 자식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부모이고자 하고, 자식이고자 한다. 그래서 노력한다. 그래서 최선을 다한다. 오히려 낳아준 부모보다 더 부모같고 자식같다. 차윤희도 그런 방귀남의 양부모에게 더 깊은 애정과 유대를 느낀다.

 

노력을 하지 않는다. 부모니까. 낳았으니까. 당연히 며느리니까. 차윤희의 입장따위 전혀 생각지도 않는다. 그래서 당황한다. 차윤희에게도 차윤희의 입장이 있었다. 며느리이기 이전에 차윤희라는 이름을 가진 개인으로서 자기만의 감정과 생각이 있었다. 얼마나 무심했는가? 응석을 부리고 있었다. 부모로서 자식이라고 하는 관계에 기대 일방적으로 응석을 부리고 있었다.

 

가족의 의미를 생각한다. 단지 피가 이어졌기에 가족인가? 가족이 되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도. 진정 엄청애와 차윤희가 시어머니와 며느리로서, 한 가족으로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오해를 풀고 서로를 더욱 이해하게 된다. 주체로서 거리를 두고 존중하고 인정하게 된다. 그 고비에 섰다. 양부모는 그 계기가 되어준다. 낳아준 부모와는 또다른 노력으로 맺어진 관계에 대해서.

 

역시나 방이숙(조윤희 분)의 가장 큰 문제는 예의 뿌리깊은 열등감에 있을 것이다. 사랑받지 못한다. 사랑받지 못할 것이다.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기대하려는 자신을 다그친다. 빌미만 생기면 그녀는 지레 물러나기부터 한다. 아니 정확히 스스로 물러설 계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사랑하기에 더 자기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불안과 두려움에 자기 안에 갇히려 한다. 천재용(이희준 분)의 앞날이 평탄치는 않다. 그나마 천재용 쯤 되니 방이숙의 그같은 동요와 혼란을 감당할 수 있다. 그는 대책없는 바보다. 좋아한다는 한 가지 말고는 무엇도 그의 머릿속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이 곧 인연인 까닭이다.

 

군입대를 앞두고 혼란스러운 차세광(강민혁 분)과, 그런 그를 떠나보내야 하는 방말숙(오연서 분), 아직 방말숙은 차세광에게 입영영장이 날아온 것을 알지 못한다. 방정배(김상호 분)과 고옥(심이영 분)은 그야말로 세상에 다시 없을 천생연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옥은 남자를 보는 눈이 높고, 그런 고옥에게 방정배는 가장 잘생겼다. 자기가 좋으면 좋은 것이다. 차세광과 방말숙 사이에도 어떤 진전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어줄 것인가?

 

항상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가족인가? 어떤 것이 가족인가? 양부모가 등장한다. 낳아준 부모가 있다. 무엇이 부모인가? 부모가 되기 위해 자기의 성격까지 바꿔야 했던 방귀남의 양아버지이게서 아버지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양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방장수가 살아온 방식을 듣는다. 엄청애와 차윤희가 마주한다. 사람이 다투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들의 사이는 더욱 가까워진다.

 

조금 오버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작위적인 것이 부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양어머니의 설명에 뒷머리를 한 대 크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어째서 그는 주책맞을 정도로 실없고 부산스러운가? 방귀남이 어떻게 그리 번듯하게 훌륭히 자랄 수 있었는가? 여느 친부모보다도 더 친부모같다. 가족이라는 것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조금은 흐트러진 듯 어수선하지만 그 한 가지 주제가 드라마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한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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