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다. 하기는 긴 호흡을 가진 드라마의 단점일 것이다. 미니시리즈에서 엔딩은 한 순간이다. 길어야 한 주면 모든 이야기가 한꺼번에 마무리된다. 그에 비해 긴 호흡을 가지면 끝내는 호흡도 당연히 길어진다. 조금씩 마지막을 대비해가는 사이 기대도 정리되어간다.
시어머니 엄청애(윤여정 분)와 며느리 차윤희(김남주 분)의 협정서는 차라리 진부했다. 이전의 방장수(장용 분)와 방귀남(유준상 분) 부자의 아내편들기도 지나치게 속을 드러내 보이는 뻔한 설정이었다. 방말숙(오연서 분)과 차세광(강민혁 분) 사이의 O 헨리의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을 떠올리게 만드는 선물교환은 어떠한가? 방이숙(조윤희 분)의 천재용(이희준 분) 맞선 훼방놓기는 민망한 수준이었다. 윤빈(김원준 분)과 방일숙(양정아 분)의 관계 또한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이고.
그나마 의미가 있다면 그럼에도 며느리이기에 장양실(나영희 분)을 용서하려는 시어머니(강부자 분)의 모정일 것이다. 며느리도 딸이다. 딸과 같다. 어쩌면 잔정없는 작은아들보다야 그동안 이런저런 정들을 쌓아온 며느리 장양실 쪽이 더 자식에 가까울 것이다. 방귀남에게 지은 죄는 용서할 수 없지만 그래도 자식이기에 용서할 수밖에 없는 것이 어머니다. 차마 방장수 부부에게 그같은 사실을 털어놓지도 못하고 홀로 장양실을 찾아갔다 돌아오는 시어머니의 등이 크고 무겁다.
방정배(김상호 분)도 다시 위기다. 다음달부터 나오지 마라. 심장이 내려앉는다. 아마 거의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바일 것이다. 내가 일해서 가족을 먹여살린다. 아무리 뭣같고 뭣스러워도,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그만두고 싶어져도, 그래서 가장이기에 가족을 위해 버티고 일한다. 그런데 그만두라 말한다. 세상물정 모르는 아내와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아들을 두고 실업자가 되라고 말한다. 아마 심장이 아니라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을 것이다. 그나마 대기업이었다면 나라경제를 위해 당연히 실업자가 되어야 한다고 국민이 여론을 만들어줄 것이다. 막막하게 호소할 곳조차 없다. 의지하느니 어머니 뿐.
방장군이 결국 방정배와 어머니 고옥(심이영 분)을 먹여살리게 될까? 아니 방정배의 실업을 알게 된 고옥의 어머니가 손을 내밀게 될지도 모르겠다. 말하지만 이제 드라마도 거의 끝이다. 벌려놓은 것들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진부하고 지루하다. 식상하고 뻔하다. 그 가운데 위기가 있다면 그것은 해결을 위한 위기일 것이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갈등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고옥과 어머니와의 관계다. 엄청애의 동생 엄보애(유지인 분)에게도 옛사랑이 전화를 걸어온다. 차윤희는 백화점에 걸린 아이옷에 눈길을 준다.
동기가 미약하다. 유산의 충격이나 상실감은 아니기를 바란다. 나중에라도 다시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고 낳아 기르게 되었을 때 한순간의 충동으로 입양한 아이의 처지가 가엾어지기 쉽다. 입양은 어쩌면 자신이 낳았을, 혹은 앞으로 낳게 될 아이의 대신이 아니다. 인간이란 결코 누구의 대신이 될 수 없는 스스로 존엄한 존재다. 아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다른 동기를 보여주었으면 좋았르면만, 아니더라도 때가 좋지 않다. 그다지 적절한 선택은 아닌 듯 싶다.
차분히 정리해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새로운 것은 없다. 놀라운 것도 없다. 인상적인 부분도 드물다. 다음주 방정배의 실직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나마 조금은 기대가 된다. 어째서 처음의 흥분과 설렘이 드라마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것인지. 아쉽다. 하지만 고맙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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