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밴드

TOP밴드2 - 그들의 절박함, 네임드가 오디션에 출연하는 이유...

까칠부 2012. 9. 2. 09:28

언젠가 <TOP밴드2>에서도 코치로 출연하고 있는 기타리스트 신대철이 그런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매일 기타를 만지면서도 그 소리를 세상에 들려줄 수 없는 기타리스트의 고뇌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도 사랑하지 못하는 것보다 더 슬프고 암울하다."

 

하기는 필자 역시 자신이 쓴 글이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는다면 무척 허무할 것이다.

 

유명해지고 싶어서가 아니다.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싶어서도 아니다. 그러고자 글을 쓰기 때문이다. 그러고자 음악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고자 말을 하고 몸짓을 보이듯.

 

물론 내가 글을 쓴다. 하지만 글이 쓰여진 순간 그것은 나 자신과 별개로 존재한다. 어쩌면 그것은 아이와도 같을 것이다. 내가 낳았어도 아이는 별개의 인격체다.

 

존재란 인식이다. 그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그는 존재하게 된다. 아이가 태어났는데 사람들로부터 그 이름조차 불리지 못한다. 얼마나 서러울까?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래서 불릴 이름조차 없었다면. 불리지 못한 그 이름이 차마 죄스럽기조차 하다.

 

신이 자신의 피조물인 아담과 하와에게 자신을 배반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허락한 이유와 같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 창조인 까닭이다. 자신의 피조물로서가 아니라 오롯한 존재로서 대상을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 하지만 누구로부터도 이름을 불리지 못한다.

 

본인들도 스스로 말하고 있었다. 어느사이엔가 나태해졌다고. 초심을 잃어가고 있었다고. 밴드가, 음악이 왜 좋은가 잊고 있었다고. 그들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니까. 아무리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손에 피가 나도록 기타줄을 튕겨도 아무도 알아주는 이가 없으니까. 진심이 담겨 있기에 자신들의 음악과 무대가 너무나 안타깝고 미안하다.

 

물론 자신들도 인기를 얻으면 좋다.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상당한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수 없다. 당연히 그런 것들도 욕심이 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면 과연 그 어둡고 힘든 세월들을 그들은 그토록 굳건히 견뎌낼 수 있었을까? 아니 결국 아무것도 놓지 못한 채 다시 무대로 돌아오려는 역전의 용사들마저 적지 않았다. 무대가 있으니까. 비로소 자신들의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무대가 있으니까. 그를 위해 생업마저 뒤로 했다.

 

<TOP밴드2>의 무대가 소중한 이유일 것이다. 어쩌면 제작진이 결정적으로 실수한 부분인지도 모르겠다. 프로를 지향한다면 당연히 메이저 데뷔를 바랄 것이다. 아마추어이기를 바란다면 약간의 명예와 포상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TOP밴드1>에서도 우승자 톡식은 메이저 데뷔의 영광보다는 자신들이 원하는 음악을 할 수 있는 인디레이블을 우승상금을 받아 차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미 프로인 네임드 밴드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그것이 패착이었다. 네임드 밴드들이 굳이 탈락의 수모를 감수해가며 <TOP밴드2>에 출연하는 이유였을 것이다. 대중들에 자신들을 알리고 싶다. 대중들에게 공중파를 통해 더 많이 자신들과 자신들의 음악을 알리고 싶다. 그만큼 무대가 적다. 무대가 있어도 그들에 호응해주는 관객이 너무 적다. 그나마 네임드라 불리우는 것은 그 가운데서도 나름대로 고정관객을 몰고다니는 밴드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그들조차도 현실은 고단하고 외롭기 그지없다. 그렇다면 우승상품을 통해 그와 같은 절박함을 적시하여 시청자들에게 알림으로써 그들의 동기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물론 많은 이들이 이미 알고 있다. 어째서 그들이 시청률도 그다지 나오지 않는 서바이벌프로그램에 스스로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그러나 그것이 보통의 다수의 대중들에게까지 절실하게 전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같은 대중들에게 있어 그래도 이름은 한 번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 밴드들이 상금과 상품을 노리고 경연에 참가한 자체가 그다지 썩 끌리는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악퉁도 이미 충주호변에서 치른 경연에서 눈물과 함께 자신들이 <TOP밴드2>에 출연한 사연을 들려주고 있었지만 유기적이지도 구조적이지도 못했다.

 

데뷔를 노리는 것도, 상품과 상금을 노리는 것도 아닌데, 저들은 과연 무엇을 목적으로 지금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려 고 있는가? 설득력있는 이유가 필요하다. 드라마는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그러나 그것이 없었다. 흔한 서바이벌 오디션의 형식에 이미 데뷔한지 10년이 넘어가는 베테랑들이 출연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흥미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TOP밴드2>는 그래서 특히 시작할 때부터 낮은 시청률로 시작하고 있었다.

 

하여튼 그래서 뭉클한 것이다. 트랜스픽션과 같은 밴드도 무대가 그리워서 시청률도 낮은 토요일심야 서바이벌오디션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었다. 활동도 적지 않아 여유시간도 얼마 없다면서도 굳이 오디션이라고 하는 형식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다. 그러면서 배운 것이 있다고 말한다. 그돌안 자신들이 얼마나 무기력하게 활동해오고 있었는가. 계기가 되었노라고. <TOP밴드2>가 발전의 계기가 되어주었노라고. 얼마나 대중의 관심이 목말랐으면. 그러나 결국 낮은 시청률로 인해 그 목적은 충실히 반영하지 못한 것 같다.

 

이번에 8강전과 연계된 <펜타포트 페스티벌>이 그 충분한 답이 되어주었으리라 생각한다. <TOP밴드>의 끝은 페스티벌이다. 무대다. 무대와 관객이다. 제작비만으로 부족하다면 시청자로부터 모금을 걷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적립하여 마지막 페스티벌을 거창하게 연다. 우승자는 헤드라이너로서 록페스티벌의 타이틀롤을 맡는다. 작년에도 그렇게 시청자에 의한 록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다. 그것이야 말로 동기가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자극이 필요했을 터다. 그저 자기만 좋아서 음악이 아닌, 좋아하는 사람들과만 공유하는 그런 음악이 아닌,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불려지는 음악이. 대중은 어떤 음악을 원하는가?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자면 어덯게 해야 하는가? 더 정교하게 음악을 가다듬는다. 보다 세심하게 자신들의 음악을 돌아보고 바로잡는다. 지금의 음악도 물론 훌륭하지만 더 많은 대중이 즐겨들을 수 있는 더 평범한 음악들도 필요하다.

 

음악은 그저 듣는다. 8강까지 왔으면 더 이상 음악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다. 호불호가 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탈락했지만 트랜스픽션의 무대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 다음이 피아.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가 아닌 취향이데 따른 선택이다. 그리고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어지고 의미있어질까? 기약조차 없지만 말이다.

 

패자부활전은 너무 사족이었다. 이제 와서 패자부활전인가? 8강에서 6강을 가리겠다더니만 동점자에, 나머지 한 팀이 패자부활로 합류하게 된다. 도대체 펜타포트에서 8강전은 왜 한 것인가? 그러나 역시 말했듯 내년의 기약은 희박하다. 제직진의 고심이 느껴진다.

 

처음부터 한계가 많았을 것이다. 네임드란 일개 약소 오디션프로그램이 감당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에 걸맞는 보상도 연출도 없었다. 아쉬웠다. 안타깝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