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아랑사또전 - 은오 생모의 정체? 자기를 잃으면 악귀가 되는 거다!

까칠부 2012. 9. 6. 09:41

"자기를 잃으면 누구는, 무엇이든, 악귀가 되는 거다!"

 

은오(이준기 분)의 생모인 서씨(강문영 분)의 정체가 이로써 조금씩 드러나려는 것 같다.

 

많아봐야 이제 겨우 20대에 불과한 은오와 지난 400년간 명계를 혼란케 만들었다는 어떤 사건 사이의 간격이 이로써 채워지려는 것 같다. 어째서 서씨는 순수한 영혼을 탐내는가? 그녀가 순수한 영혼을 탐내어 먹으려 하는 이유란 무엇인가?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한이란 그런 것이다. 뼈에 사무치는 원한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역적의 딸이라 했다. 남자는 죽고 여자는 노비가 된다. 아버지와 형제들이 모두 죽고 어머니와 자매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 하루아침에 사대부에서 노비로 전락하고 만다. 노비가 되어 주인의 얼자를 낳았다. 양첩의 소생인 서자와 천처의 소생인 얼자는 같이 서얼로 묶어 부르기는 하지만 그 지위나 대우가 천양지차로 달랐다. 그 또한 그녀에게는 한이 된다. 더구나 사육신이 죽고 그 가족이 놓였던 처지에 비추어 어쩌면 그녀가 낳은 아이의 아비란 그녀의 원수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애써 자신이 낳은 은오를 외면하고, 끝내 은오를 등진 채 떠나와 흔적없이 사라져버린 이유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같은 한이 오갖 부정한 것들을 불러들였을 것이다. 그녀의 깊은 원망과 증오가 독기를 머금고 온갖 부정한 것들을 끌어모았을 것이다. 최대감(김용건 분)이 밀양에 자리잡고 살기 시작한 것이 벌써 여러해다. 은오의 나이가 그리 많지 앟다. 어쩌면 그녀는 그 독기와 악기에 잡아먹히고 만 것이 아닐까?

 

과연 저승사자 무영(한정수 분)이 말하고 있는 대상은 누구일까? 아랑(신민아 분)이었을까? 하지만 아랑 역시 그다지 나이가 많지 않다. 조선의 결혼풍습에 비추어 그녀의 나이는 많아봐야 20대 초반을 넘어가지 않는다. 전생의 이야기라기에는 너무 깊이 들어가려는 듯하고. 아니 아랑만이 유독 서씨에게 해를 당하고서도 영혼이 사라지지 않고 기억을 잃은 채 떠도는 이유가 바로 이와 연관이 있을 듯하다. 그 비밀이 서씨가 아랑을 탐내듯 서씨를 파멸케 하는 단서가 된다. 그래서 옥황상제(유승호 분)와 염라대왕(박준규 분)도 아랑을 눈여겨보고 있다.

 

여전히 은오의 캐릭터는 모호하다. 하기는 그는 유일하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존재일 것이다. 귀신이거나, 아니면 악귀인 아랑이나 서씨와는 달리, 어떤 목적을 위해 살아가는 돌쇠(권오중 분)와도 달리, 무엇에 억눌리듯 떠밀려 살아가는 주왈(연우진 분)과도 전혀 다르다. 불확실하며 확정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그는 사건의 중심이 된다. 진공에 이끌리듯 온갖 부정한 것들이 그를 중심으로 휘돈다. 그는 그것들을 보면서도 방관자로 남아 있다.

 

기괴하다. 사람의 간을 탐내는 사람도 귀신도 아닌 것이, 더구나 하나의 몸에서 여러 목소리와 말투가 나오고 있다. 귀신보다도 더 기괴한 그것은 무엇일까? 아랑이 귀신이었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사람이 되어 버린 아랑은 흥미가 떨어진다. 주왈이 서씨의 명을 받아 아랑에게 접근하려 하고 있으니 그것이 어떤 계기가 되어줄까?

 

제목은 <아랑사또전>인데 여전히 은오가 사또라는 사실과 드라마는 전혀 상관없이 흘러가려는 듯 보인다. 사또로써 은오가 한 일이 별로 없다. 기대만큼은 아니다. 그래도 신선하고 재미있다. 서씨의 정체에 대한 섬뜩한 기대가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이 꾀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호기심과 절묘하게 만난다. 그 가운데 은오와 아랑의 활약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특히 은오에게는 그나마라도 없다면 드라마에 출연하는 의미가 없다.

 

기대한 것과 다르다. 기대한 이상인가 하면 기대한 이하이기도 하다. 그것이 드라마를 보는 재미다. 신기하다. 끝을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 보게 된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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