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입맛이 쓴 장면이었다. 극중 강우재(이상윤 분)의 아버지 강기범(최정우 분)이 산하 공장들을 시찰하던 장면에서였다. 한 여직원이 미싱 앞에서 졸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본 강기범이 화를 내고 있었다. 졸면서 일하다가 제품에 하자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는가?
타당한 지적이었다. 멀쩡한 정신에도 적잖이 실수를 저지르는데 하물며 졸면서 하는 일에 실수가 없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실수는 곧 제품의 품질과 사건사고와도 바로 이어지고 만다. 문제는 그 대처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여직원을 졸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
"야근을 줄이겠다."
"그러면 어떻게 중국쪽 물량을 맞추는가?"
그래서 나오는 대안이 수당을 더 지급하는 것이다. 일주일 야근이면 그만큼 수당을 더 주라. 돈만 더 주면 졸음이나 피로와는 상관없이 얼마든지 시키면 시키는대로 일할 수 있는 도구 쯤으로 생각한다. 오랜시간 일을 하면 당연히 피곤하고, 그 일이 밤까지 이어지면 또한 당연히 졸립기도 할 텐데도, 그러나 사용자의 입장에서 노동자란 인간이 아닌 것이다. 돈을 주면 돈을 주는 만큼 일을 하는 수단이나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어째서 고용문제가 심각한가? 한 사람 더 쓰면 된다. 제품이 그만큼 많이 팔려서 생산이 부족해지면 부족해진 분량 만큼 고용을 늘려 생산을 늘리면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어차피 있는 인력 놀리지 않고 야근시키고 철야시킨다. 휴일에도 나와 일하게끔 한다. 수당을 더 주더라도 그게 더 싸게 먹히니까. 일하는 사람은 혹사당하고 일이 없는 사람은 기회가 없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수당과 임금 사이의 이익은 회사가 챙긴다. 고용이 늘 턱이 없다.
열 명이서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다섯명이서 야근에 철야에 주말까지 일하면 굳이 다섯명을 더 고용하지 않아도 된다. 애사심을 강조한다. 일에 대한 열정을 들먹인다. 회사를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모두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희생하듯 일을 한다. 그래서 그 결과가 집에서는 소외되어 있는 아버지들 이삼재(천호진 분)와 강기범과 최민석(홍요섭 분)이다. 가족을 위한다는 이유로 항상 밖으로 돌아다니는 아버지들. 어느새 가족으로부터 잊혀지고 외면당한다. 그나마 전제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강기범조차 과연 가족들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인가? 정작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고 누구로부터도 이해받지 못한다.
사랑 이야기는 뻔하다. 역시나 곱게 자란 부잣집 아가씨는 처음 접해보는 순수한 선의에 쉽게 매료되어 버리는 모양이다. 이상우(박해진 분)가 잘생기기는 잘생겼다. 강기범의 딸이자 강우재의 여동생인 강미경(박정아 분) 또한 자신과 같은 학년이면서 자신보다 한참 뛰어나 보이는 이상우의 실력에 관심을 가지게 된 듯하다. 전작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 이어 또다시 겹사돈 레파토리로 흐르게 될까? 강우재와 강성재(이정신 분) 사이의 여주인공 이서영(이보영 분)을 둘러싼 쟁탈전도 진부하게 기대되려 한다. 하기는 역시 이서영도 여성으로서 무척 매력적인 외모를 지녔다. 정상적인 남자라면 호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역시 시놉시스는 미리 읽어둘 것이 못된다. 팜플렛이 작품의 이해를 도와주기는 하지만 자칫 작품에 대한 이해를 한 방향으로 유도할 위험이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를 미리 알고서 지금의 전개를 지켜본다는 것은 조명을 있는대로 밝게 하고서 귀신의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을 것이다. 어차피 그렇게 흘러갈 것을. 상상의 여지를 완전히 좁혀준다. 어쩌면 이삼재가 제목에서처럼 드라마의 전면으로 나서게 되는 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상상이며 기대다. 그러나 이후의 내용은 이미 기획단계에서 결정되어 있다.
진부한 것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것이 바로 캐릭터의 힘일 것이다. 배경도 상황도 모두가 어디선가 본 듯한 것들 뿐이다. 나머지는 무엇인가? 이서영의 캐릭터는 이보영에 의해 훌륭히 구축되어간다. 강우재는 모르겠다. 이서영과의 본격적인 관계가 시작되기 전이다. 전형적이지만 강삼재는 그런 작음 아버지의 모습을 훌륭히 보여준다. 단단하다.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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