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예상대로였다. 김은오(이준기 분)의 아버지인 김응부 대감이 등장하는 순간 어쩌면 김은오와 최대감(김용건 분) 사이의 갈등이 바로 김응부와 최대감 사이의 드라마 외적인 관계를 통해서 해결되지 않을가 하는 예감이 있었다. 하필 그 시점에서 최대감과 악연까지 있는 조정의 실력자가 김은오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자체가 어떤 필연을 예고하고 있다 여긴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당장 김은오가 역모로 몰리는 과정부터가 생뚱맞기 이를데 없었다. 역모란 국사다. 나라의 중대사다. 하다못해 살인사건만 일어나도 계통을 통해 조정까지 보고가 올라가 회의에서 논의되고 있었다. 하물며 왕조를 위협하는 역모인데 그것을 지방의 관아에서 지방관의 주재 아래 처리한다는 것을 말도 안되는 것이다. 당연히 조정으로 보고가 올라가고 용의자들은 왕명에 의해 압송되어 국문을 받게 된다. 모든 것은 공식적으로 이루어진다.
더구나 역모라는 것도 그렇다. 실제 반역의 모의가 있었던 경우를 제외하고, 아니 그런 경우에조차 대부분 권력 내부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그 여부가 결정되었다. 물론 이 경우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 것이 바로 왕의 의지다. 기축옥사 당시 정여립과 연루되어 수많은 사림의 인물들이 도륙을 당한 것은 지나치게 비대한 사림을 견제하고자 하는 선조의 의지가 개입된 때문이었다. 숙종 역시 여러차례의 환국을 통해 사대부들을 견제하고 왕권을 강화하고자 시도하고 있었다. 아무리 얼자라고는 하지만 권력의 핵심에 있는 김응부의 아들의 역모를 다루는데 권력 내부의 논의 없이 지방의 관아에서 문초부터 이루어진다? 하기는 역모를 다스린다며 사적으로 용의자를 폭행하는 최대감의 행동부터가 법도에 어긋나는 것이다.
최대감의 인맥에 의해 김은오가 역모로 몰리고, 다시 김응부와 역모의 누명을 쓰고 몰락한 김은오의 외가의 사정에 의해 역모가 풀리며 최대감에 대한 역습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최대감에게 역습을 가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무기인 최대감에 대한 보고에 대해서조차 드라마에서는 제대로 묘사된 바 없다. 그야말로 드라마 바깥에서 시청자가 보지 않는 사이에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모든 것이 결정되어진다. 역모란 단지 그를 위한 갑작스런 장치일 뿐. 고작 관찰사가 보는 앞에서 이루어지는 역모의 국문이란 참으로 허탈해진다. 그를 해결해주는 왕의 어지 또한 허탈하기는 마찬가지다.
김은오와 최대감의 관계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제는 아랑(신민아 분)과 홍련(강문영 분)의 관계가 남았다. 구차한 지경에까지 몰렸다. 힘을 잃은 채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어서 아랑과 만나 협상을 한다. 천상도 지옥도 싫다. 김은오를 잊는 것도 김은오에게 잊혀지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 막다른 궁지에서 아랑은 홍련과 만나려 한다. 아랑이 홍련에게 몸을 내어주려 하고 그런 홍련에게서 김은오는 아랑을 구하려 하고, 아귀가 맞아떨어진다. 그런데 재미없게 맞아떨어진다. 이제는 드라마를 끝낼 때가 되었음을 느끼게 만든다.
드라마는 드라마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실컷 총잡이들끼리 총질을 하다가 느닷없이 기병대가 나타나며 사건이 해결되면 얼마나 허무하고 허탈한가. 기껏 밀양을 배경으로 사또인 김은오와 최대감이 힘겨루기를 하다가 느닷없이 조정과 연결되며 역모가 나오고 왕명이 나온다. 사실상 김은오와 최대감이 한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긴장도 없고 위기도 없고 그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나 투쟁도 없다. 무엇을 보고 있는지. 여전히 김은오와 아랑은 사랑 중이다. 주왈이 아랑이 죽는 장면을 떠올려도 그래서 이제는 흥미조차 일지 않는다.
원칙을 어겼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차라리 조정의 사정도 천상의 사정처럼 간간이 끼워넣어 대비하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밀양에서 조정은 별세계다. 밀양의 백성들에게 조정의 사정이란 남의 이야기다. 그렇게 전제하고 드라마는 만들어졌을 것이다. 끔찍한 연쇄살인이 있었는데 조정에는 보고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약속을 어겼다. 화가 나려 한다. 어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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