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사또전은 시작부터 내게 충격을 주었다. 어쩌면 이건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대단한 드라마가 나올지 모르겠구나.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남은 것은 은오와 아랑 사이의 흔한 멜로 뿐. 홍련마저 아니었다면 도대체 이 드라마를 왜 만들었을까 회의부터 들었을 것이다. 주왈이 아깝다.
반면 착한 남자는 시작이 너무 뻔했다. 혹평했을 것이다. 지루하다. 진부하다. 전혀 새로운 것이 없다. 그러나 이내 빠져들고 마는 것은 그럼에도 그 안에 인물들의 감정선이 살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전형적이지만 새로운 인물들과 관계가 색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스토리보다 텔링이다. 어떤 이야기를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다. 같은 이야기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전혀 달라진다. 재미도 감동도 교훈도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작가 이름은 일부러 보지 않았는데. 선입견이 생긴다. 그래도 두 작품의 차이는 이렇게 극명하다.
새로운 이야기로 시작해서 진부한 이야기로 끝나고, 진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새로운 이야기로 완성된다. 어느쪽이 더 나은 선택일가? 차라리 후자가 더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익숙하고 많이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재능이 아닌 경험과 역량이 거기서 드러난다. 좋은 작가는 뻔한 이야기를 잘 쓰는 작가다.
소재만 좋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눈을 떼지 못한다. 소재의 힘이다. 반면 볼까말까 2회부터는 처음에는 안 보려 했었다. 그럼에도 빠져든다. 하필 같은 시간대에 전혀 다른 스타일의 두 드라마가 붙어서. 대풍수는 어떨까?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인데. 재미있다. 흥미로운 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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