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드라마의 제왕 - 드라마속 드라마, 가장 확실한 소재를 잡다.

까칠부 2012. 11. 7. 09:42

드라마의 플롯은 매우 단순해 보인다. 성공가도를 달리다가 모종의 일로 그 날개가 꺾여 추락하던 드라마제작자가 우연히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아 악연으로 얽힌 신예작가와 드라마를 만들게 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험한 투자자와 서로 전혀 상반된 가치관을 갖는 제작자와 작가, 그리고 배우, 여기에 드라마제작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헤프닝까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흔한 설정이지만 그 설정을 살리는 앤서니 김(김명민 분)과 이고은(정려원 분)이라는 개성과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가 있다. 이 부분이 포인트다.

 

사실 이야기란 대부분 비슷하다. 특히 사람들에게 먹히는 이야기란 것은 거의 한정되어 있다. 사람마다 보고 듣고 느끼고 반응하는 것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을 재미있어하고 무엇을 흥미로워하 하는가. 그래서 이와 같은 형태의 이야기 또한 흔히 쓰이고 있었다. 소설 속의 소설, 영화 속의 영화, 드라마 속의 드라마.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에게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이면을 허구의 드라마와 함께 실제의 모습처럼 꾸며 보여준다. 드라마속 드라마와 더불어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보게 된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제 보는 듯한 흥미로운 경험이다. 다만 그것을 얼마나 시청자가 흥미를 가지도록 만들고 보여주는가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로 달라질 것이다.

 

그것이 연출이다. 서사적 연출이고, 묘사적 연출이고, 장면의 연출이며, 캐릭터의 연출이다. 작가의 역할이며 감독의 역할이고 배우의 역할이다. 같은 이야기를 전혀 다른 느낌으로 시청자에게 전한다. 전혀 다른 느낌이로 전혀 새롭게 재미와 함께 시청자의 관심을 끈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그 내용은 무척 알차다. <베토벤바이러스>의 강마에를 연상시키면서도 어딘가 불량하고 가벼워보이는 앤서니 김의 캐릭터와 오로지 직구로 달려드는 순수한 열정을 가진 신예작가 이고은의 존재는 드라마의 확실한 중심으로 벌써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코미디에 최적화된 정려원의 연기는 이고은에 대한 호감과 더불어 장면장면마다 웃음을 자아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완벽한 듯 허술한 앤서니 킴을 연기하는 김명민의 연기력과 존재감은 명불허전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이들이라면 아무리 평범한 이야기라도 충실히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다. 실제로도 재미있다.

 

소재가 좋다. 배우가 좋다. 연출이 좋다. 소재의 진부함과 줄거리의 식상함조차 이런 때는 친근함으로 다가온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에 전혀 예상이 되지 않는 인물들이 뛰어든다. 캐릭터는 그러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김명민과 정려원은 그같은 중심을 제대로 잡아줄 수 있는 배우들이다. 각각의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한 설정과 장면들도 매우 탁월하다. 앤서니 김의 완고함과 허술함이, 이고은의 강직함과 어수룩함이 절묘하게 대비되며 스토리를 끌어간다. 반드시 이들 두 사람이어야 한다는 듯 꽉 맞물려 돌아간다. 재미를 예감한다. 이제는 어떻게 드라마제작의 현실을 드라마적으로 시청자의 흥미와 요구에 맞게 포장해 보여주는가 하는 것이다. 드라마 자신에 대한 자아비판도 필요하다. 시청자는 도덕적 심판자의 역할도 하고 싶어한다. 권선징악은 논픽션에서 시청자에게 더 큰 유혹으로 작용한다.

 

상대가 나쁘다. 하필 같은 시간대 경쟁자가 벌써 본궤도에 올라 높은 시청률을 달리고 있는 <마의>다. 평이하지만 익숙하고, 진부하지만 생소하지 않다. 최소한의 기대하는 재미는 보여주는 배려도 보이고 있다. 후발주자로서 <마의>의 시청자를 돌려세우기에는 아직 기세가 충분치 않다. 충분히 재미있기는 하지만 화제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아직까지 내용이 상당히 소소하다. 재미있기는 하지만 한 방에 쾅 터뜨려주는 것이 없다. 본격적으로 드라마제작에 들어가면 조금은 달라질까. 복수와 주인공 사이의 로맨스는 가장 잘 팔리는 소재일 것이다.

 

아무튼 그토록 급박한 상황에서까지 태연히 이고은을 상대로 사기를 칠 수 있는 앤서니 김의 배포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악당인데 어쩐지 귀엽다. 단호하게 말하면서도 어수룩하게 속아넘어가고 마는 이고은의 순진함도 피식 미소를 짓게 만들기는 마찬가지다. 그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이제 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인가만 지켜보면 된다. 무대는 만들어졌다. 이제 그 안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배우와 작가, 제작진에 대한 신뢰로써 지켜본다. 시작은 좋다. 흥미롭다. 기대를 가져보아도 좋을 듯 싶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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