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뱀파이어 검사2 - 뱀파이어보다 더 끔찍하고 무서운 것은...

까칠부 2012. 11. 5. 09:51

어려서는 혹시라도 귀신을 만날까 밤길을 가기가 무서웠다. 나이를 먹어서는 혹시라도 사람을 만날까 혼자서 밤길을 가기가 무섭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혼자서 길을 가다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웠는데 이제는 더럭 겁부터 난다. 호환마마귀신요괴유령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사람이다.

 

뱀파이어 L(권현상 분)이 끝판대장이 아니었다. 뱀파이어 L조차 간절하게 만드는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 태연히 아무렇지도 않게 조정현(이경영 분)의 배에 칼을 꽂아넣는 녀석들이다. 심지어 칼을 맞고 쓰러진 조정현을 보며 남자는 웃고 있었다. 아이를 납치해 물이 차오르는 수조에 가두고, 다시 아이를 구출해내려는 순간 다시 조정현을 찌르고 아이를 데려간다. 아마 뱀파이어 L이 쫓고 있는 누군가도 바로 이들의 손에 있으리라.

 

하기는 과연 귀신에 의해 더 많은 사람이 죽었겠는가? 사람에 의해 더 많은 사람이 죽었겠는가? 그동안 맹수에 의해 희생된 사람의 수와 사람에 의해 희생된 사람의 수를 비교해 보자. 제아무리 흉폭하고 잔인한 괴물이라 할지라도 어지간한 악당이라면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을 그보다 더 끔찍한 방법으로 살해하고 만다. 귀신마저도 도구로 삼아 부리고, 맹수를 부려 사람을 공격하게 만든다. 어찌 세상에 사람보다 무서운 것이 있을까?

 

그래서 조정현은 뱀파이어가 된다. 사람이 무서워서. 사람이 원망스러워서. 살기 위해서. 지애를 구하기 위해서. 사람은 그렇게 귀신이 되고 괴물이 된다.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그것이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닿지 않는 곳에 있을 때. 그래서 잔인함 뒤에는 슬픔이 있고, 난폭함 뒤에는 아픔이 있다고 한다. 과연 뱀파이어보다 더 끔찍한 저들의 뒤에도 그같은 슬픔과 아픔이 자리하고 있을까? 그들은 그래서 괴물이 되었던 것일까?

 

스릴러의 전통적인 작법을 취한다. 아이가 실종되었다. 어디선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놀고 있겠거니. 그러다가 길을 잃었을까? 그런데 아이가 사라진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다. 누군가 납치해 간 듯하다. 설마 뱀파이어 L이었을까? 뱀파이어 L이 나타날 시점에 민태연(연정훈 분)의 눈에 띄도록 지애(김지영 분)의 머리핀을 일부러 갖다 놓은 것으로 보아 뱀파이어 L은 물론 민태연의 정체까지 알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아니 단서를 쫓아 찾아간 그곳에서 민태연은 라울(박재훈 분)을 다시 만나고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더욱 강해지는 적과 더욱 흉폭해지고 잔인해지는 악의 존재. 그렇게 드라마는 점층의 방식을 취한다. 어린아이와도 같이 천진한 잔인함을 보이던 L의 위에 인간 본연의 욕망에 충실한 진정한 악의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동안 특수수사팀 개개인의 캐릭터와 관계를 정비하는데 적잖이 비중을 할애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더 강해지고 더 잔인해진 적과 맞서싸우기 위해서는 먼저 이쪽의 내부부터 정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조정현까지 뱀파이어가 됨으로써 특수사팀은 비로소 계란으로 바위를 깰 준비를 마치게 된다. 아마 뱀파이어 L 또한 적도 동지도 아닌 입장에서 특수수사팀과 긴장관계를 이룰 것이다.

 

드라마가 이제 본격적으로 스케일을 키워가려 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지 검사인 민태연이 뱀파이어가 된 사연을 쫓고 있었다. 뱀파이어가 된 민태연이 쫓고 있는 과거의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연지를 죽인 것도, 아니 연지를 뱀파이어로 만들고 마침내 민태연마저 함정에 빠뜨린 원흉을 찾아내고 보니 검찰 내부의 심지어 상관인 부장검사 장철오였다. 그리고 다시 장철오의 빈 자리를 뱀파이어보다 더 탐욕스러운 인간인 상관과 더 강력하고 더 잔인한 뱀파이어인 L, 무엇보다 그 L마저 위협하고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이 대신하기 시작한다. 이전까지 단지 개인으로서 개인의 개성과 역량만으로 사건을 마주하면 되었던 것이 이제는 수사팀 전체의 힘이 필요할 정도로 그 크기와 위험성도 커졌다. 남은 시즌1의 분량으로는 모두 해결하기가 상당히 버거워 보인다.

 

다만 아쉽다면 원래 <뱀파이어 검사>의 매력이란 검사로서 맞닥뜨리는 사건들과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의 긴장감, 그리고 무엇보다 사건의 이면에 숨은 사회적 메시지였다는 것이다. 이제 적이 분명해지면 그같은 소소한 재미들은 뒤로 한 채 오로지 눈앞의 적에게만 집중하게 될 것이다. 아이가 납치되었는데 다른 일로 노력을 낭비할 여유따위는 없다. 아이를 찾을 때까지 특수수사팀은 오로지 눈앞의 적만을 상대해야 한다. 최소한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법칙이다. 아이와 - 아니 특히 아이의 희생을 결코 방치해서는 안된다.

 

이제까지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그를 위한 준비이기도 했을 것이다. 왁자하게 웃으며 즐기던 가벼운 코미디에서 무거운 스릴러로 바뀌고 만다. 공포스럽기보다는 혐오스럽다. 뱀파이어 L조차 겨우 말초를 드러낸 악의에 비하면 사소할 정도다. 무엇이 가장 두려운가.

 

지금까지 단편적인 회상신을 통해 시청자들에 노출시킨 복선의 결론일 것이다. 과거 무슨 일이 있었는가? 뱀파이어 L이 쫓는 것은 무엇인가? 궁극적으로 드라마가 추구하는 바란 무엇인가? 뱀파이어의 존재에 대해새도. 무엇보다 도대체 인간이란. 궁금하다. 기대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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