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착한 남자 - 빈 전화처럼, 서로 엇갈리고 마는 잔인한 진심...

까칠부 2012. 11. 9. 10:17

사랑하고자 하지만 사랑할 수 없다. 미워하고자 하지만 미워할 수 없다. 그렇게 두 사람의 마음은 서로를 향해 엇갈린다. 차라리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아무렇지 않게 도망쳐 숨을 수도 있었을 것이고, 마음껏 마른 증오를 퍼부을 수 있었을 것이다. 괴로울 일도, 갈등할 일도, 숨죽여 울어야 할 일도 없다.

 

그것은 마치 아무말 없이 들고만 있는 두 사람의 핸드폰과도 닮아 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다. 해야 할 말들 또한 많다. 하지만 전할 수 없다. 사랑해야 하기 때문에. 미워해야 하기 때문에. 사랑할 수 없어서. 그리고 미워할 수 없어서. 만일 거기서 한 마디만 더 했더라면 두 사람은 주저앉아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을 것이다. 그나마 핸드폰이라도 있었기에 두 사람은 말없는 전화를 주고받을 수도 있었고, 미처 하지못한 말을 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울 수는 없기에 두 사람은 거기에서 멈추고 만다. 두 사람의 진심은 서로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참으로 답답한 커플일 것이다. 남자는 비겁하고 여자는 무모하다. 남자는 겁장이인데 여자는 한 가지밖에 모른다. 만일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수만 있다면 여자는 미워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여자가 온전히 미워할 수 있다면 남자 또한 여자를 사랑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사랑한다 말해주기를 바라고 진심으로 미워하여 자기에게 복수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것은 처음부터 서로에게 불가능한 요구였을 것이다. 다만 여자는 남자가 자기를 사랑하는 것을 모르고, 남자는 여자가 자기를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렇게 멈춰선 채 빈 전화처럼 미처 전하지 못할 말들을 홀로 되뇌일 뿐이다.

 

하여튼 악취미라 할 것이다. 답은 하나다. 강마루(송중기 분)가 진심을 담아 서은기(문채원 분)에게 사랑한다 말해주면 된다. 자기와 함께 하자고. 함께 행복해지자고. 자기가 지켜주겠노라고. 아니면 차라리 서은기에 대한 감정을 정리한다. 서은기가 느끼지 못하도록 서은기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어딘가 치워두거나 아니면 아무도 보지 못하게 꼭꼭 깊숙이 감춰둔다. 하지만 강마루는 서은기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하지도, 그렇다고 진심을 온전히 감추지도 못한다. 하필 흔들리려 할 때 오해하기 쉬운 상황과 맞닥뜨리며, 그런 상황에조차 강마루는 속시원히 해명해주지 않는다. 강마루의 비겁한 이기가 서은기를 더 아프게 만든다.

 

한재희(박시연 분)의 죄가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간다. 안민영(김태훈 분)이야 말로 그녀의 죄 그 자체일 것이다. 안민영을 불러들인 것도 그녀이고, 안민영으로 하여금 죄를 짓도록 만든 것도 그녀 자신이다. 이제 다시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리려 하지만 원죄처럼 그녀가 지은 죄는 안민영이라는 실체를 가지고 그녀의 목줄을 움켜잡는다. 한재희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려 한다면 그녀와 함께 있던 자리에 안민영만이 죄와 함께 홀로 남겨지게 된다. 차라리 한재희라도 있을 때 죄를 잊을 수 있다. 자신의 죄를 스스로 용납할 수 없다. 그것은 배신이다. 안민영의 솔직한 욕망이 한재희를 옭죈다. 모두 그녀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이제서야 강마루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자신이 얼마나 강마루를 사랑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강마루를 원하고 있는지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이 서은기로부터 스스로 떠나고자 하는 강마루의 진심과 만난다. 한재희에게 자신을 팔려 한 강마루의 제안은 그저 떠보기 위한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서로 엇갈린 가운데 소중한 것과 소중한 것이 만난다. 바람과 바람이 만난다. 강마루는 한재희와 자신을 서은기의 눈앞에서 치워주는 것만이 서은기를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서은기 또한 차라리 두 사람이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아프지만 그럴 수만 있다면 의도한 대로 그들을 마음껏 미워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재희와 강마루의 관계를 서은기가 주도하여 언론에 흘린 것이 어떤 상징적인 복선처럼 여겨진다. 모두는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 가장 갖고자 한 것을 갖는다. 그것은 무엇일까?

 

평범한 엔딩은 아닐 것을 벌써부터 짐작해 본다. 그러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이제와서 강마루가 서은기가 서로에게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고 모든 오해를 푼다? 그리고 서로 약속했던 것처럼 결혼해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함께 산다? 한재희는 자신이 지은 모든 죄의 죗값을 치른다. 끝내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털어놓지 못한 박준하(이상엽 분)의 처지를 떠올려본다. 그에게 가장 큰 징벌은 무엇일까? 모든 진실을 오로지 이기적인 이유로 털어놓지 않고 홀로 간직하고 있는 그에게 무엇이 어울리는 합당한 벌일까?

 

해피엔드지만 해피엔드가 아니다. 새드엔드지만 새드엔드가 아니다. 그것이 더 가슴이 아프다. 차라리 새드엔드라면 마음놓고 펑펑 울기라도 한다. 강마루도 서은기도 마음놓고 울지조차 못한다. 한재희에게는 울 자격이 없다. 평범한 엔딩이라면 정말 실망할 것이다. 벌써부터 두근거리려 하고 있다. 무엇으로 다시 필자를 놀라게 당황하게 할 것인가.

 

송중기의 눈빛은 정말 수다스럽도록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문채원의 표정은 오로지 한 가지 감정만을 들려주고 있다. 박시연과 김태훈, 그리고 이상엽... 심지어 박재길(이광수 분)과 초코(이유비 분)의 이야기마저 최소화하며 오로지 한 가지에 집중하고 있었다.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가. 무엇을 들려주려 하는가. 드라마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중독이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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