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착한 남자 - 착한 여자 한재희와 그들을 위한 그녀의 선택...

까칠부 2012. 11. 15. 10:23

화가 난다. 한 남자는 자기를 위해 눈물까지 흘리며 사랑마저 포기하고 다시 돌아오겠다 말한다. 다른 한 남자는 자기의 죄까지 모두 대신해서 짊어지겠다 말한다. 나는 한재희다. 한재희란 말이다. 너희들따위가 멋대로 동정하고 적선할 그런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

 

그녀는 이미 오래전에 돌아와 있었다. 단지 아무도 없었을 뿐이다. 돌아온 그녀를 보아주는 이도, 반갑게 맞이해 주는 이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혼자였다. 주인마저 바뀐 빈 집에 그녀 혼자 오도카니 앉아 있었다. 그래서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 자신마저도. 강마루(송중기 분)가 늦게나마 찾아와 그녀를 맞아주었을 때 그녀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후회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그녀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되어 있는가를. 그동안 자신이 한 행동들에 대해서.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서. 하지만 돌아가기엔 너무 늦었다.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그럼에도 다시 돌아가고 싶은 것은 본능일 것이다. 이곳은 너무 춥고 외롭다.

 

그래서 강마루에게 집착했던 것이다. 강마루란 그녀가 떠나온 바로 그곳이다. 그녀가 돌아가야 할 그곳이기도 하다. 강마루만 곁에 있어 준다면. 강마루가 자신의 곁에만 있어 준다면. 그때처럼. 오라비에게 쫓기던 자신을 숨겨주고, 죄를 짓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자기를 안아주며 대신 모든 죄를 뒤집어쓰던 바로 그때처럼. 혼자서 돌아가기에는 그 길은 너무 힘들고 외롭다. 무섭기도 하다. 도대체 무엇이 저 길 위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까?

 

그러나 그녀는 어머니였다. 누군가로부터 지켜지기 전에 먼저 자신이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이 있었다. 아들을 지키고 싶었다.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결정의 순간 그녀는 아들에게 묻고 있었다. 무엇이 진정 아들을 위한 길인가? 아들에게 부끄러운 어머니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런 것은 어린 아이나 하는 유치한 행동이라는 아들의 무심한 한 마디는 비수가 되고 또한 구원의 동아줄이 된다. 아들에게만은 부끄러운 어머니가 되고 싶지 않다. 그저 기대고 숨고 도망치기만 하던 그녀가 비로소 자기 발로 서기 시작한다. 정면으로 모두와 마주하기 시작한다.

 

서은기(문채원 분)를 버리겠다고? 서은기를 포기하고 자기에게로 돌아오겠다고? 정신차려 강마루! 나는 과거의 한재희가 아니야! 너도 과거의 강마루가 아니야! 네게는 더 소중한 지켜야 할 상대가 있잖아! 너를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그녀가 바로 저기에 있잖아! 그녀에게로 돌아가! 어줍잖은 동정심따위 집어치우고 그녀에게로 돌아가서 그녀를 지켜줘! 굳이 서은기의 이름을 들먹이며 강마루를 위협한 이유였을 것이다. 지금 강마루가 서은기를 포기하고 자기에게로 돌아온다면 서은기를 지켜줄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된다. 박준하(이상엽 분)마저 사고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강마루가 아니어도 자기는 전혀 아무 문제 없다.

 

더구나 강마루가 가진 증거만 확보할 수 있다면 안민영(김태훈 분)이 굳이 자기의 죄까지 대신해 뒤집어쓰고 경찰에 자수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한재희가 스스로 죄를 인정하고 자수하여 처벌받으려 하더라도 안민영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안민영의 한재희에 대한 사랑은 이미 집착이 되어 있다. 한재희도 안민영 자신도 그렇게 된다면 그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강마루를 서은기에게로 떠나보내고 안민영은 자신의 곁에 남게 한다. 그를 위해 그녀는 기꺼이 악역을 맡는다.

 

한재희가 극과 극을 오가며 극단의 변신을 보여주는 이유일 것이다. 후회하는 듯 보였다. 반성하는 것처럼 보여졌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녀는 악녀 한재희로 돌아와 있었다. 서은기의 약점을 쥐고 강마루에게 거래를 강요하는 모습은 욕망에 항상 지고 마는 나약한 악녀 한재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때까지 보여온 한재희의 모습은 거짓인가? 아니면 결국 이번에도 그녀는 자신의 욕망에 지고 만 것일까? 그도 아니라면 마지막 보인 그 모습은 한재희의 변화된 모습이었을 것이다.

 

자기의 책임이라 생각했다. 한재희가 이렇게 된 것을. 정작 자신은 한재희를 지키지 못했다. 한재희를 더 괴롭게 만들고 말았다. 한재희를 위한다고 한 일이 오히려 한재희를 더 깊은 절망과 좌절로 떠미는 결과가 되었다. 한재희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에 자신은 그곳에 없었다. 그녀의 손을 잡아주지도 그녀를 곁에서 지탱해주지도 못했다. 그래서 한재희에게 속죄하려 한다. 서은기를 위해. 한재희를 위해.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 그런데 이제 한재희도 서은기도 지킬 수 없게 되었으니 어떻게 할까?

 

막다른 궁지에서 강마루의 진심이 드러난다. 한재희가 내놓은 카드는 강마루로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결정적인 것이었다. 서은기를 지켜야 한다. 서은기 자신은 물론 태산그룹의 후계자로서의 서은기 역시 강마루는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 한재희는 자신의 손을 거부했다. 자기가 내민 손을 끝내 거부하고 말았다. 한재희는 지킬 수 없다. 서은기도 지킬 수 없다. 그는 마침내 선택하고 만다. 누구를 지키려 하는가. 한재희도, 태산그룹의 후계자 서은기도 아닌 다름아닌 서은기 자신이다. 한재희에게 마음까지 돌아가는 것은 생각조차 않는다. 그것은 서은기의 것이다. 차라리 서은기와 함께 아무도 모르는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고 싶다.

 

비로소 강마루의 진심이 서은기에게 전해진다. 서은기는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 수 있을까? 강마루는 너무 착하다. 너무 착해서 서은기를 화나게 한다. 자기만을 보아주었으면 한다. 자기만을 돌아봐주었으면 한다. 자기만을 지켜주었으면 한다. 그런데 어째서 강마루의 눈은 자꾸 한재희에게로 향하는가? 자기를 믿지 않고 자기에게 기대지 않고 그러면서도 한재희에게 너무 많은 부분을 허락하고 있다. 사랑이란 독점욕이다. 질투다. 강마루의 진심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그것은 공포가 되고 증오가 된다. 하지만 미련이다.

 

결국은 강마루의 병이 마지막 열쇠가 된다. 비극으로 끝날 것인가? 그래도 희망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인가? 드라마 막판에 이르러 강마루의 병이 자주 언급되는 것이 불길한 예감을 가지게 한다. 더 깊은 극단의 비극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고 만다. 눈물과 함께 모든 것이 씻겨내려간 순수한 자신을 드러내고 만다. 그 이후가 희극일지 비극일지는 전적으로 작가에게 달려있을 것이다. 정화인가 아니면 낙천이고 긍정인가.

 

착해서 병이 된다. 한재희도, 안민영도, 어쩌면 한재식(양익준 분) 역시 여린 속내를 감추고 있을 것이다. 초코(이유비 분)가 손수 만든 생전 처음 먹어보는 생일미역국에 그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생일케잌이 있는 생일잔치를 말하고 있었다. 모두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자와 두려움에 지고 마는 자. 그때도 강마루가 두려움을 이기고 한재희를 정면으로 보려 했다면 더 큰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강마루 자신도 두려워하고 있었다. 한재희의 죄와 그 죄와 마주하게 된 자신에 대해. 인간은 약하다. 약해서 죄가 된다.

 

이제 한 회 남았다. 어떻게 결론지어질 것인가? 어떻게 이제까지의 이야기들이 정리되고 마무리될 것인가? 좋은 드라마란 때로 사람들에게 살아갈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삶의 활력이 되어 준다. 드라마를 보는 시간이 즐겁고 기다려진다. 드라마를 보고 나서도 진한 여운이 남아 일상을 채워준다. 다가오는 시간들이 아쉽기만 하다. 기대가 크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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