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롭다. 물론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의도를 가진 작품들은 많았다. 영화가 영화가 만들어지는 이면을 보여준다. 소설이 소설이 쓰여지고 출판되는 과정 자체를 소재로 삼는다. 드라마가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현장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대개는 그러한 현실의 모순을 비판하거나, 아니면 단지 그러한 현장을 배경으로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하지만 <드라마의 제왕>은 다르다. 드라마 제작을 소재로 하되 철저히 드라마로서의 재미를 추구한다.
어쩔 것인가?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 드라마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다룰 것인가? 뜨거운 창작열과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TV를 통해 보여줄 것인가? 장인은 드라마의 소재로서 그다지 인기가 없다. 예술가 또한 마찬가지다. 보다 보통의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필요하다. 사랑이야기는 식상하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경쟁이다. 피가 튀고 살이 찢기도록 뒤엉켜 싸우다 보면 관심이 없던 사람도 어느새 돌아보게 된다. 드라마 제작을 둘러싼 자본의 논리가 그 배경이 되어준다. 배우나 작가, 혹은 감독이라는 개인의 싸움이 아닌 앤소니 김(김명민 분)과 오진완(정만식 분)을 둘러싼 중소제작사 월드프로덕션과 제국프로덕션 사이의 기업간의 경쟁이 보여진다. 개인의 감정에 더해 자본의 논리가 더해지며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게 된다.
물론 중심은 개인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감정이 그 중심을 이룬다. 앤소니 김과 이고은(정려원 분), 오진완, 강현민(최시원 분), 그러나 격정적인 개인의 감정의 배후에는 철저히 냉혹한 자본의 논리가 도사리고 있다. 재일교포 사업가로 알려진 야쿠자 와타나베(전무송 분)는 바로 그것을 상징한다. 실패하면 죽는다. 시간을 지키지 못해도 죽는다. 과연 와타나베와 앤서니 김을 조금의 여지도 없이 단번에 잘라낸 제국프로덕션의 회장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앤소니 김에 대한 감정 이전에 제국프로덕션의 대표로서 오진완은 앤소니 김의 월드프로덕션을 누르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더욱 드라마에 치열함을 더한다.
와타나베가 정한 시한 역시 드라마에 긴박감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올해 안에 드라마가 공중파를 통해 방송되지 않으면 투자금은 물론 앤소니 김의 목숨마저 잃을 수 있다. 무심하게 내뱉는 앤소니 김의 '죽어!'라고 하는 한 마디는 그 어떤 말보다 강한 리얼리티를 내포한다. 올해 안에 방송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 방송이 시작되면 시청률경쟁도 시작될 것이다. 은행잔고 65만원이라는 절박한 처지가 매순간순간을 치열한 투쟁의 장으로 만든다. 그런 가운데 앤소니 김은 오만하고 이고은은 순수하다. 강현민은 자기만을 안다. 거대프로덕션인 제국의 대표 오진완에 대한 복수라는 당위까지 더해진다. 재미가 없을 수 없다.
드라마 제작현장의 모습이 지나치게 과장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드라마다. 통속드라마는 통속적인 재미를 목표로 한다. 리얼리티를 찾는다면 다큐멘터리를 보는 쪽을 추천한다. 드라마의 모든 것은 오로지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존재한다. 어떤 재미를 추구할 것인가. <드라마의 제왕>이 묘사하고 있는 드라마 제작의 현장과 현실에 대해 평가하기 위해서는 드라마가 추구하는 재미가 무엇인가를 먼저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드라마를 제작하는 현장과 현실인가. 아니면 그를 통한 또다른 어떤 드라마인가. 물론 드라마 제작은 드라마의 중심소재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과연 앤소니 김은 열악한 중소프로덕션을 이끌고 마침내 와타나베와 약속한 시한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와타나베와의 약속만 지켜진다면 100억의 투자가 들어온다. 100억이라면 충분히 앤소니 김이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줄 것이다. 오진완에게 한 방 먹이고 제국프로덕션에도 복수한다. 아니 자기 자신을 증명한다. 그래서 드라마는 초반 상당부분을 앤소니 김의 자기자랑으로 채우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고은의 드라마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앤소니 김의 속물적인 계산이 어떻게 어우러질 것인가 하는 기대도 있다. 주인공과 여주인공이다. 사랑은 않더라도 어떤 감정적 교류는 있어야 한다.
캐릭터가 흥미롭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를 연상케 하는, 그보다 더 속물적인 앤소니 김과 오로지 드라마에 대한 열정 하나로 좌충우돌하는 올곧고 순수한 이고은, 그리고 오진완과 강현민과의 엇갈림과 얽힘까지. 그리고 드라마에서 만들고자 하는 드라마에 대한 호기심도 있다. 한 편의 드라마로 두 편의 드라마를 본다. 흥미요소는 많다. 다만 안타깝다면 이미 경쟁드라마인 <마의>의 시청률이 안정권에 들어섰다는 것.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안아야 한다. 그럼에도 기대하는 것은 재미있다는 한 가지. 재미있다. 고작 3회지만 어떤 드라마보다 재미있었다. 김명민과 정려원을 기대하며 본다. 최시원은 더 훌륭해졌다.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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