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필자 역시 새해 해돋이를 아직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니 무심코 일찍 일어나 새해첫날 마침 떠오르는 해를 본 적은 한 번 쯤 있는지 모르겠다. 마치 유월의 어느 이른 새벽처럼 여상한 일상으로 해돋이를 본 적이 아마 한 번 쯤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런 식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해를 맞는 의식으로써 해돋이를 본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 그래서 무척 신선하다. 저런 느낌이로구나.
한 해가 간다고 하는 느낌 자체를 그다지 받지 못한다. 5월에서 6월이 되고, 9월에서 10월이 된다. 마찬가지로 12월에서 다시 1월로 바뀐다. 해만 달라진다. 하지만 2월이 정월이라면 1월에서 2월로 바뀔 때 해는 바뀌게 될 것이다. 만으로 나이를 헤아릴 때는 연도보다는 생일을 기준으로 한다. 생일이 지나야 비로소 한 살을 더 먹는다. 사실 그것도 그다지 느낌은 없다. 흐르는 강물의 한가운데 표식을 해보아야 물은 어느새 흘러흘러 바다에 이르고 있다. 지나치게 생각이 많으면 이런 부작용이 있다. 새해의 설렘을 느껴본 것이 도대체 언제인지.
그런데 설레인다. 아마 윤형빈과 정경미 커플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해 프로포즈를 받았다. 올해 결혼을 한다. 새해를 맞는 마음이 유독 각별할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한 집에 살았으면서도 한 번 얼굴을 마주치기조차 힘들었던 김준호와 김미진씨 남매의 결혼하기 전 마지막 여행이 있었다. 평소의 가벼운 이미지와는 달리 여동생을 배려하는 김준호의 모습은 오빠 그 자체였다. 소소한 이야기속에 지난 시간들이 정리되고 새로운 시간들이 다가온다. 서운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설레고 기대되기도 한다.
주상욱은 참 효자같다. 어머니와 거리가 없다. 어려워하는 것도 없고 의도하거나 꾸미는 모습도 드물다. 어머니에게 방송분량을 만들어야 한다며 부담을 준다. 기왕에 <남자의 자격>에 출연했으니 방송분량을 만들어야 한다며 여행을 힘들어하는 어머니에게 자꾸 눈치를 준다. 어머니 역시 그런 주상욱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노골적인 속엣말을 거리낌없이 털어놓는다. 자식은 아무리 나이들어도 아이이고, 그리고 자식이 장성하면 부모가 다시 아이가 된다. 아들이 어머니를 의지하고, 어머니가 아들을 의지한다. 그저 형식적인 예의만 갖춰서 효자가 아니다. 아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격의없이 즐거울 때 효자라 부른다. 즐거웠다. 자신은 과연 어머니에게 저리 편안한 시간을 내어주고 있는가?
김태원과 김영호는 나이를 잊은 것 같다.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단골 카페 앞에서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는 것은 20대에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단골카페의 여주인을 기다리며 기타를 퉁기며 노래를 부른다. 하필 그것도 영하의 매서운 추위 속에. 불혹을 넘겨 지천명에 가까운 나이에도 그렇게 거리에서 밤을 지샐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끼리끼리 만난다고 참으로 잘 어울리는 친구라는 생각을 했다. 일 년에 연락이라고 한두번밖에 않지만 가장 친한 친구라는 말을 그대로 납득해 버리고 만다. 이제는 찬바람이 불고 갈 곳이 없으면 택시를 잡아타고 각자 알아서 집으로 돌아가고 만다. 부럽고 질투난다. 한 번은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그런 시간들을 가장 가까운 누군가와 느껴보고 싶다.
이윤석과 김진수의 여행에서는 애잔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랬다. 불혹이었다. 어쩌면 살아온 날들이 앞으로 살아갈 날들보다 더 길고 많은지 모르겠다. 지난 시간들을 추억한다. 화려했던 시간들을, 그토록 대단하게만 여겨지던 자신을, 그러나 문득 멈춰서서 뒤돌아보면 지금 자신이 딛고 선 발자국 넓이의 그곳이 자신이 이룬 전부에 불과하다. 아직 갈 길은 멀고 지나온 길은 어느새 아득하다.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은 지금까지 헤쳐온 세월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렇다. 어느새 힘을 잃어가고 있을 때 과거를 돌아보고 다시 먼 앞을 바라보며 다짐을 다진다. 하필 이윤석의 파트너가 김진수라는 사실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김진수에게도 2013년이 의미있는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김국진과 신입PD 양자영씨와의 여행은 어색하기만 했다.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만난 것도 아니고, 굳이 김국진과 양자영씨 사이에 어떤 관계를 설정하려 의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갑작스런 만남에 어떤 의미가 부여될 리 없다. 이경규의 신은경 역시 격의없는 이야기를 나눌만한 관계는 아닌 듯 보인다. 이경규답지 않다. 반면 김국진답다. 김국진이라면 누구와 파트너가 되는 그런 식이지 않을까? 누구와 파트너가 되더라도 항상 분량을 뽑아내던 이경규인데 이번에는 너무 분량이 없었다. 그래도 낯설고 어색한 여행이라는 것도 있는 법이니까. 설레일까? 아니면 불편하기만 할까?
마치 높은 산에 오르는 것과 같다. 정상에 오르고 나니 지나온 길이 보인다. 그리고 앞으로 내려갈 길도 보인다. 그 꼭지점에서 멀리 떠오르는 새해의 첫해를 본다. 이미 지나온 길을 보내고 앞으로 지나야 할 길을 맞아들인다. 소중한 이와 함께라면 얼마나 좋을까? 가까운 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라면 사소한 순간들도 즐거울 것이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해돋이가 유독 특별한 의미로 여겨지는 것은 그것을 특별하게 여기는 자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새해 첫날 그 특별함으로부터 조금은 지난 뒤이기에 더 의미있게 여겨지기도 한다. 여유가 있다. 한 발 물러서서 살필 수 있게 되었다. 설렘도 떨림도 조금은 가시고 그것을 관조할 수 있게 되었다. 아쉬움도 있고 후회도 있고. 김준호는 과연 코미디언이었다. 집에서조차 일상에서마저 웃음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저 여러 일상의 날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지만 때로 그것이 특별한 하루가 되기도 한다. 좋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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