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만일 미련이 남아있다면 그것은 단지 망각의 잔재에 불과할 것이다."
만일 무언가 반드시 했어야 하는데 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꼭 한 번은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그것을 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에 그런 것일 터다. 다만 시간이 흐르고 망각이 그 이유를 지워버린 탓에 아쉬움만이 미련으로 남을 뿐.
그렇지 않은가? 방송국에서 프로그램 하나를 만드는데 쓰이는 제작비란 일반인이 일상에서 쓰는 수준을 훌쩍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프로그램의 제작비로도 이른바 슈퍼카라 불리우는 고가의 명품 스포츠카를 임대해서 방송에 쓴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빌리는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만일 촬영 도중 문제라도 생기면 그 뒷수습은 어찌할 것인가? 물론 작심하고 빌려서 쓰겠다면야 못 쓸 것도 없지만 굳이 그럴 필요도 없는게 그런 부담을 질 필요는 없다. 하물며 개인이 그같은 고가의 명품 스포츠카를 산다는 것이 과연 그렇게 쉬운 일인가?
연예인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고 억단위는 기본으로 넘어가는데다 유지비만도 만만치 않은 그런 고가의 명품 스포츠카를 구입하여 타고 다니는 것은 그 가운데서도 아주 소수에게나 해당되는 일일 것이다. 아직 주배우는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제작진이 제작비로 장만해 준 슈퍼마켓에서 배달에 쓰는 '슈퍼카'와 주상욱이 미처 이루지 못한 '슈퍼카'의 꿈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 수동스틱에 차의 움직임이 그대로 느껴지는 실내구조, 주위의 차들과 경쟁하며 앞자리에 앉았던 김준호는 스피드의 스릴을 그대로 느끼고 있었다. 어쨌거나 그렇게라도 이루지 못한 미련을 대신 이루었으니 다행이라 해야 할까?
이윤석 역시 마찬가지다. 이윤석이 마라톤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체력이 안 되었으니까. 김태원은 아예 수영하던 도중 중간에서 포기하고 말았었다. 무리할 필요 없다. 건강을 위해서 운동하는 것이지 운동을 위해 건강마저 해칠 필요는 없다. 그래도 끝까지 달린다. 필자가 <남자의 자격>에서의 이윤석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너무 힘들어 아예 울면서 남자의 자격을 그만두겠다 말하면서도 그는 끝까지 주어진 거리를 완주하고 만다. 혹독한 추위에 더구나 옷까지 겹겹이 끼어입은 채 어지간한 사람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할 거리를 끝까지 달리고 만다. 미련을 가질 자격이 있다. 이유란 핑계일 뿐, 결국 하려면 할 수 있는 일이었을 게다.
김국진은 어떠한가? 불안했다. 초조했다. 지켜보고 있던 필자 자신이 그러했다. 그러나 역시나 멤버들의 머리를 만지고 있는 미용사 자신들이 하나같이 프로들이었다. 이윤석은 뭔가 더 지적으로 보이고, 이경규는 단지 머리모양이 바뀐 것만으로 권위가 더해지는 듯하다. 김태원은 2000년대 초반 아직 머리가 빠지기 전의 카리스마를 되찾은 듯한 모습이다. 물론 김준호도 있고 윤형빈도 있다. 여기서도 윤형빈은 존재감이 없다. 그리고 대망의 김국진.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한창 더 귀여워졌다. 해 볼 만하다. 남자의 변신도 무죄다.
공자는 말했다.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니 그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고. 군자에게 가장 큰 세 가지 기쁨을 두고 한 말이다.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지 않으니 자신이 직접 찾아간다. 사실 그럴 마음을 먹고 있었음에도 굳이 찾아가지 않았다는 것은 고작 그 정도 사이밖에는 안 된다는 뜻일 것이다. 아니라면 그보다 더 중요한 다른 일이나 사정이 있어서 미뤄두었던 것일 수도 있다. 제주도란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기회가 주어지니 김태원 자신은 물론 이경규며 김국진이며 이윤석 등 허수경과 방송등을 통해 인연이 있었을 멤버들 또한 왁자하게 반가운 손님이 되어준다. 멀리서 오랜만에 찾아오는 가까운 사람들이란 항상 반갑고 즐거운 법이다. 가장 인상깊었다.
그러고 보니 결국은 기회일 것이다. 전제가 있다. 굳이 그러지 않았다면 그것은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럴만한 여유도, 그럴만한 기회도, 무엇보다 그래야 하는 이유도 그다지 없었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졌다. 한 번 쯤 해 보아도 좋다. 결국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떠올리면서도 그 소중한 기회를 누리는 기쁨도 맛본다. <남자의 자격>이 아니었다면 역시 올 한 해도 그저 아쉬움으로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남자의 자격>멤버들이 가장 부러운 순간이었다. 그들은 정말 운이 좋다.
그럴 기회가 있을까? 부럽기도 하다. 그러면서 또한 생각한다. 혹시 그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막아놓은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닌가 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적절한 미션이었을 것이다. 무언가 남은 미련은 없는가? 그것을 확인해보고 그것을 한 번 대신 이루어보고. 그래도 역시 확실한 것은 일부러 기회를 만들지 않으면 미련이란 단지 미련에 불과하다는 것.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것은 단지 미련으로 끝나고 만다. 그래서 더 이번의 미션내용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생각하게 하고 대리만족하게 한다.
이윤석은 과연 남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이윤석을 보며 짓궂은 웃음을 짓는 멤버들 역시 남자들이었을 것이다. 숙적 주상욱을 함정에 빠뜨리려다 이경규의 이중함정에 빠져 꼼짝없이 이윤석과 함께 달리게 된 김준호는 최고의 반전이었다. 음모와 음모, 배신과 배신, 이런 것이 리얼버라이어티 아니던가. 그동안 <남자의 자격>에서 결여되었던 허술하고 어쩌면 귀엽기까지 한 악역이었을 것이다. 주상욱은 잘생긴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다. 두 사람의 투닥거림이 프로그램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아이디어가 좋다. 주상욱이 <남자의 자격> 멤버들과 함께 <사랑과 전쟁>에 출연한다. 혹은 <안녕하세요>를 망치러 출동하기도 한다. <남자의 자격> 멤버들이 KBS 프로그램을 누빈다. 코미디언도 있고, 배우도 있고, 음악인도 있다. 부디 한 번은 시도해 보기를 바란다. <사랑과 전쟁>은 필자도 틈틈이 즐겨보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내년을 위한 미션을 준비한다. 아닐까? 좋을지도.
이제 남은 것은 이경규의 홀인원과 윤형빈의 프로포즈, 그리고 김준호의 사내운동회다. 엄한 김준호 회사의 소속 코미디언들이 벌써부터 걱정되는 이유다. 홀인원을 볼 수는 있을까? 이제 드디어 윤형빈도 결혼을 하게 되려는 모양이다. 굳이 꾸미려 하지 않아도 어느새 남자들만의 허술한 대화가 소소한 웃음으로 터져나오려 한다. 이것이 바로 <남자의 자격>이다. 그것이 가장 기쁘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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