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대풍수 - 대의를 위해서, 목지상 우왕을 죽일 모략을 꾸미다!

까칠부 2013. 1. 24. 09:16

권력의 추악함과 저열함이 이렇게 드러난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고려의 백성들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 새로이 나라를 세우겠다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를 위해 선택한 수단이라는 것이 꼬투리를 잡아 없는 죄를 씌워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실제 역사에서도 우왕의 복위시도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들이 있다. 특히 이성계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히는 황산벌 전투 당시 도체찰사로 사실상 이성계의 상관으로 참전했던 변안렬이 이와 연루되어 제거된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위화도 회군을 함께 주도했던 조민수와의 힘겨루기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고 난 뒤였다. 구체제를 대표하던 조민수는 신진세력인 신진사대부가 주도한 전제개혁의 논의에서 힘과 명분에서 밀리며 숙청당해 유배되어 있던 중이었다. 이성계가 주도하는 새로운 정국을 위해서는 새로운 판이 필요했다.

 

하필 최영의 생질인 김저가 우왕의 명을 받들어 곽충보, 정득후 등과 이성계를 죽이려 모의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공교롭거니와, 더구나 그 사건으로 인해 숙청된 면면이 앞서도 말한 위화도에서 군을 돌리는데는 동참했으나 우왕의 폐위에는 부정적이었던 변안렬을 비롯, 회군을 함께했던 왕안덕, 정지 등의 무장들과 이인임의 동생이며 창왕의 외조부이기도 한 이림 등 이성계의 정국장악에 방해가 될 만한 인물들이 대다수였다. 특히 이 가운데 다시 일부는 이성계가 정권을 장악하고 난 뒤 다시 복권되어 조정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점에서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창왕을 폐위함으로써 함께 창왕을 옹립했던 조민수와 이색을 무력화시키고, 자신이 세운 공양왕을 통해 정국을 오로지 자신이 주도한다.

 

우왕과 창왕의 출신문제가 불거진 것도 결국 신하로써 무려 두 명의 왕을 폐위시킨데 따른 명분상의 문제와 더불어 창왕이 즉위하는데 힘을 보탠 이색과 조민수를 공격하기 위한 빌미였을 것이다. 물론 이성계 역시 처음에는 창왕이 즉위하는데 반대하지 않았으나 이미 창왕을 폐위시켜야 하는 상황에서는 처음부터 창왕의 즉위를 반대하는 입장에 서 있지 않으면 안되었다. 우왕을 옹립하여 국정을 장악했던 이인임처럼, 창왕을 끼고 권력을 쥐려 했던 조민수처럼, 그렇게 이성계 또한 공양왕을 세워 차근차근 새로운 왕조를 열 준비를 한다. 그러한 의도에 방해되는 인물들이 바로 이때 우왕의 복위와 함께 제거된 것이다. 공교롭지 않은가.

 

드라마는 아예 우왕의 복위시도 자체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우왕(이민호 분)는 단지 자신에 충성을 다한 신하 곽충보에게 뒤늦게나마 진심을 담은 선물을 보내고자 했을 뿐이었다. 그것을 하필 우왕에게 다시 왕위를 돌려주고자 하는 김저가 곽충보에게 전하고 있었고, 곽충보의 불안이 목지상(지성 분)의 의도와 만나 하나의 구체적인 계획으로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이성계(지진희 분)가 명에 사신으로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이성계와 이성계를 중심으로 모인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서. 그래서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죄를 만들고, 그 없는 죄를 지은 이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한다. 창왕은 즉위했을 때 나이가 고작 9살에 불과했다. 그 창왕마저 폐위당해 유배되었다가 죽임을 당한다.

 

그러나 대의가 있으니까. 새로운 나라를 세워야 한다는 큰 뜻이 있다. 백성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가 그들에게는 있다. 하기는 백성들을 위해 고려사회의 가장 큰 모순이었던 전제를 개혁하겠다 하는데 당대의 거유라 할 수 있는 이색과 같은 이들마저 반대의 입장을 드러낸다. 고려사회를 짓누르고 있던 모순과 부조리는 그렇게 깊고도 단단했다. 처음부터 아예 모두 부숴버리고 새로 쌓아올리는 것이 나을 정도로. 피를 보아야 했다. 설사 그것이 인간으로 도저히 해서는 안되는 저열하고 추악한 거짓과 기만에 의한 것일지라도. 큰 뜻이 그같은 오욕마저 기꺼이 목지상으로 하여금 짊어지도록 한다.

 

그게 혁명이다. 루이 16세는 죄가 있어 단두대에 목이 잘렸는가? 마리 앙트와네트는 무슨 죄목으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을까? 니콜라이 2세가 직접적으로 지은 죄라는 것은 그다지 없다. 단지 그들이 그 시대의 모순의 최정점에 있었기에 그 상징적인 책임을 물었을 뿐이다. 왕이었다. 황제였다. 그들의 피를 통해 한 시대를 마감하고 그들의 시체 위에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 착한 사람은 혁명을 이루어내지 못한다. 선량한 사람은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어도 반대자들을 힘과 모략으로 제거하고 자신의 의도를 관철할 생각을 못한다. 다만 때로 그같은 맹목적인 선의가 맹목적인 파괴만을 저지르지는 않는가. 목지상의 머릿속에 과연 새로운 나라를 새우겠다는 목적이 당위가 되어 자신의 모든 행위를 당연하게 여기게 된 것은 아닌가. 어쩔 수 없는 희생이지만 그로 인해 너무 많은 목숨이 사라지고 만다.

 

정도전(백승현 분)이 등장한다. 사실 벌써 오래전부터 등장했어야 했다. 이성계는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자 하는 뜻을 가지고 있다. 목지상에게는 그 뜻을 이룰 수 있도록 해주는 책략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이 빠져 있었다. 그렇게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는데 그 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일 것인가? 정도전이 그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후 600년간 이어진 조선의 모든 것은 바로 정도전이 구상했던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니 정도전만이 아니었다. 조선의 건국에는 반대했지만 정몽주와 같은 이들도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고려를 꿈꾸고 있었다. 시대정신이라 말한다. 책략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가엾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이인임도 최후의 순간에 와서야 자신이 진정으로 원한 것이 한낱 권력과 같은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수련개(오현경 분) 또한 마지막 순간에 와서야 자신에게 진짜란 이인임 한 사람 뿐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오로지 이인임을 사랑하는 자신만이 진짜의 자신이었다. 반야(이윤지 분)가 그래서 수련개는 불쌍하기조차 하다. 그녀에게 진짜란 무엇일까? 자식을 생각하는 - 그러나 과연 왕이 아닌 자신의 아들 앞에서도 그녀는 지금과 같은 무한정한 모정을 보일 수 있었을까? 이정근의 최후가 다가온다. 반야 앞에서 남자가 되고자 하는 이정근의 순수는 수련개의 그것과 닮아 있다.

 

꿈속을 거닌다. 이인임은 오래전에 꿈에서 깨어났다. 영지옹주는 꿈속에서 죽음을 맞았다. 수련개도 꿈에서 깨어나 현실의 자신을 본다. 이정근도 오랜 꿈에서 깨어나려 하고 있다. 목지상은 이성계와 더불어 더 큰 꿈을 꾸려 한다. 그래서 그가 마지막 순간 손에 쥐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어느새 그에게 운명과도 같은 사랑이던 해인(김소연 분)조차 뜸해지고 있다. 드라마처럼 그렇게 운명과도 같던 사랑조차 역사의 격랑 앞에 존재를 잃어간다.

 

드라마로서는 길을 잃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해인과 목지상의 관계가 사라졌다. 대풍수 목지상도 이제는 '자미원국'라는 아련한 기억과 함께 스쳐지나갈 뿐이다. 이제 와서 자미원국을 찾는다고 해봐야 드라마의 원래 의도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목지상 자신도 어느새 크고 높은 뜻을 위해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 역사란 이리도 슬픈 것일까? 아니면 드라마가 슬픈 것일까?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조민수가 제거되고 우왕과 창왕이 죽는다. 수련개 또한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 격한 흐름 속에 반야와 이정근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여명이 시작될 때 사위는 가장 어둡다. 혼란 속에 그들은 어떻게 자신을 지켜갈 것인가? 흥미롭다. 지켜본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