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피아노!"
"Given her for Drum!"
"Given her gor Bass!"
"Given her for Organ!"
기타 전형기, 피아노 정지원, 드럼 곽준용, 베이스 고신재, 건반 최일호...
아마 <나는 가수다>가 그 시작이었을 것이다. 매주 가수들이 새로운 편곡을 가지고 무대에 선다. 음원으로 만들어 MR을 틀기에도 빠듯한 시간을 새로운 편곡을 연습해서 무대에 선다. 연주자가 필요하다. 연주자가 가수와 함께 무대에 선다.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가수지만 그 노래를 채워주는 것은 연주자들의 연주일 것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그것은 상식이었다. 가수가 무대에 오르면 무대 한구석에서는 연주자들이 직접 악기를 들고 연주를 들려주었다. 라이브란 가수의 노래에 더해 연주자들의 연주가 합쳐졌을 때 라이브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은 더 이상 무대에서 연주자들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
하기는 가수들 자신도 립싱크를 한다. 명색은 라이브지만 이미 녹음되어 있는 음원에 목소리만 실어 들려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녹음을 할 때도 첨단기술의 힘을 빌리면 굳이 힘들게 노래를 완속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노래는 가수가 부르는 것 돈만 들고 번거롭기만 한 연주자들이야 굳이 함께 굳이 함께 무대에 올라야 할 이유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방송국 입장에서도 연주자들까지 배려하려면 보통 시간과 노력과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노래는 당연히 MR 위에 가수가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워낙 급하게 편곡을 마치고 노래와 연주까지 들려주려니 그런 편법은 통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연주만이 그런 촉박한 일정에 맞춰 최선의 무대를 선보일 수 있다. 가수들 자신들의 욕심도 한 몫 했다. 제작진 또한 이제까지와는 차별되는 무대를 보여주겠다는 야심이 있었다. 연주자들이 다시 가수의 뒤에서, 아니 때로는 가수와 나란히 서서 대중들에게 살아있는 음악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나는 가수다>가 시작했으며 <불후의 명곡2>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주말 황금시간대 사람들은 이제 일상으로 연주자와 가수가 함께하는 진정 살아있는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도대체 언제적이던가. 연주자가 화면에 클로즈업되고, 그 이름이 자막으로 큼지막하게 소개된다. 아니 그동안에도 새로운 무대가 시작될 때면 노래의 제목과 노래를 부를 가수의 이름과 함께 함께 무대를 채워줄 코러스와 연주자들의 이름이 자막으로 시청자들에게 소개되고 있었다. 바로 이들이 가수와 함께 무대를 만들어간다. 무엇보다 연주자들이 직접 무대에 서서 대중들에 자신의 연주를 들려줄 수 있는 무대가 주말마다 펼쳐보여지고 있다. 더 이상 녹음만 마치고 나면 잊혀지는 부클릿의 한 줄 이름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나는 가수다>의 형식에 비판적이었으면서도 <나는 가수다>가 갖는 의의에 대해 동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그리고 이제는 매주 <불후의 명곡2>를 빼놓지 않고 챙겨보고 있다. 익숙한 이름들도 보인다. 어떤 이들은 생소하다. 새로운 만남이고 새로운 경험이다. 이들 프로그램의 무대에서는 밴드조차 낯설지 않다. 당연하게 악기를 든 연주자들이 무대를 채우고 섰고 그들에 의해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그 순간만의 살아있는 음악이 들려진다. 음악인이기에 자신의 무대를 빛나게 해 줄 연주자들의 존재에 대해 가수들 역시 항상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풍성하고 풍요롭다. 사치스럽기까지 하다.
그런 점에서 알렉스가 부른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은 무대 위에서 다른 의미로 해석되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구보다 행복하게 들떠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알렉스와 그의 노래를 들으며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대중, 그리고 진정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누군가들이 있다. 알렉스가 소개하고 연주자들은 각자 자신의 악기를 들고 대중 앞에 서서 연주를 들려준다. 무대가 즐겁고 행복하기에 그 행복이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물론 알렉스가 들려주고자 한 의미가 그런 것만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러나 행복한 무대 위에서 기쁘게 연주자들을 소개하는 알렉스의 몸짓에서 그런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로 인해서 알렉스도 청중도 시청자 자신도 행복하다.
홍경민이 부른 '어서 말을 해'가 알렉스의 '행복을 주는 사람'을 이길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기타가 세 대나 동원되었다. 기타연주만이 아닌 코러스까치 참여하고 있었다. 마치 윽박지르듯. 어쩌면 비명처럼 절규처럼. 원곡의 애원하는 듯 체념한 듯 애절한 정서는 자신을 떠나려는 연인에게 절망하고 분노하는 처절함으로 바뀌어 있었다. 멜로디 자체는 크게 바뀐 것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조금은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연주가 나머지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었다. 원래 있어야 할 자리를 채워주며 전혀 다른 노래로 전혀 다른 정서와 이야기로 바꾸어 놓고 있었다. 홍경민이 아닌 함께한 밴드의 힘이며 승리다.
지난번에는 밴드와 함께 강렬한 록의 사운드를 들려주더니 이번에는 힙합이다. 역시 원곡의 멜로디 자체는 크게 손 본 곳이 없다. 그저 정직하게 노래의 느낌을 살려 부르고 있을 뿐이다. 남은 빈자리를 채운 것은 랩퍼들의 랩이었다. 원래 힙합이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음악이 재생되는 사이사이를 또다른 목소리가 채워넣는다. 사람의 목소리로 비트를 만들고 리듬을 만들고 멜로디를 만든다. 사람이 만든 가사가 내용을 담아 여백을 채워넣는다. 단지 가수는 노래를 부를 뿐. 다만 조금 더 과감했더라면 어땠을까? 지난번 장덕편에서도 약간 머뭇거리는 듯한 느낌이 아쉬움을 남기고 있었다.
유리상자의 등장은 이번 '해바라기편'에서는 사기라고 할 수 있었다. 유리상자의 말 그대로다. 유리상자가 무대에서 기타를 치며 해바라기의 노래를 부르면 그것이 곧 해바라기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애써 눌러가며 절제하여 이야기하듯 부르는 그들의 노래는 해바라기가 들려주던 그 지점에 닿아 있었다. 가장 유리상자다웠으며 해바라기의 노래를 듣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함춘호라니 그저 송구스러울 정도다. 여전히 그들의 화음은 아름답기만 하다. 그들이 왜 유리상자인가를 비로소 보여준 무대일 것이다.
더 씨야의 '구름, 들꽃, 돌, 여인'은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다. 마치 아이와도 같은 천진한 귀여움이 차라리 관능적이기까지 했다. 마치 더 씨야의 노래인 듯 싶었다. 더 씨야 자신들인 것 같았다. 노래가 사랑스럽다. 더 씨야가 사랑스럽다. 어느새 잊어버리고 있던 지난날의 순수를 다시 일깨우는 것만 같았다.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행복하지 아니한가.
더 포지션의 'I love you'는 필자의 애창곡 가운데 하나였다. 그새 시간은 이렇게나 흘러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때 필자를 -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감동시켰던 보컬 임재욱의 목소리는 그대로다. 아니 더 깊어진 것 같다. 더 처절하게, 더 간절하게, 더 절망적으로, 더 희망적으로, 격정이 넘친다. 해바라기와는 다르다. 그는 더 포지션이고 임재욱이다. 오랜만의 해후가 반가우면서 그다운 무대가 새삼스럽기까지 했다. 기대한다. 기대하게 된다.
이제는 눈에 익어버린 이름들이 있다. 가수들보다 어쩌면 더 자주 더 많이 TV를 통해 보여진 이름들일 것이다. 이들이 <불후의 명곡2>를 만든다. 이들이 <불후의 명곡2>의 수많은 무대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이 있어 가수들은 무대에 서고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이들이 있어 행복하다. 행복을 주는 사람들. 사랑이고 열정이다. 당신들이다.
고작 이런 정도가 해바라기의 노래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어찌 고작 몇 시간 짜리 예능프로그램에 그 크기와 깊이를 모두 담아낼 수 있을까? 여전히 현역이라 한다. 새로운 음반이 나왔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었다. 아직 이주호가 건재하다. 해바라기가 건재하다. 행복한 소식일 것이다. 소중한 시간이었다. 담아두었던 감동이 새삼 요동치는 듯하다. 즐거웠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405
'예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후의 명곡2 - 타고난 노래꾼이며 이야기꾼, 이문세를 만나다. (0) | 2013.04.28 |
---|---|
불후의 명곡2 - 다시 보고 싶은 전설, 심수봉을 다시 만나다 (0) | 2013.04.21 |
불후의 명곡2 - 그냥 들리고 그저 불려지는, 해바라기와 만나다. (0) | 2013.04.07 |
설경구 논란, 인터넷의 권력화된 대중의 정의에 대해 (0) | 2013.03.26 |
불후의 명곡2 - 원조걸그룹 펄시스터즈, 시간과 시간이 만나다. (0) | 2013.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