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의 음악을 들으면서 장차 음악인의 길을 가게 될 계기를 만났고, 그런 더원의 노래를 들으면서 포멘의 영재는 가수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고 비로소 꿈을 가지게 되었다.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누군가를 동경해서, 그 누군가처럼 되고 싶어서, 그가 하고 있는 그것을 자신도 함께 하고 싶어서, 그렇게 누군가 앞서 지나간 그 길을 자신도 따라걷게 된다.
비단 음악의 경우만이 아니다. 그림 역시 마찬가지다. 연기는 아닐까? 배우가 되고, 감독이 되고, 혹은 알아주는 이는 없지만 스태프로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꼭 필요한 역할을 한다. 당장 <불후의 명곡2>를 만들고 있는 PD나 여러 스태프 가운데서도 언젠가 보았던 TV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지금의 직업을 가지게 되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어렸을 적 그리 동경하던 이를 직접 만나 악수를 나누게 되었을 때 그 쾌감이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비록 여러가지 사정으로 처음의 꿈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가게 된 뒤였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동경하는 감정이란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닌 까닭이다.
하동균도 그래서 말하고 있었다. 6년만의 TV출연인데 하필 <불후의 명곡2>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 들국화가 있기 때문에. 그 들국화 앞에서 들국화의 노래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불후의 명곡2>에 출연했던 전설들이나, 그 전설들 앞에서 그들 자신의 음악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던 많은 후배가수들이나, 전설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지나온 길을 따라걷고 있는 후배들과 한자리에서 음악으로 만나 어우러진다. 후배들에 의해 새롭게 편곡되고 불려지는 노래들은 차라리 감격일 것이다. 음악인으로서 살아온 시간들이 참으로 보람있었다. 그들을 기억할 리 없는 젊은 팬들 역시 그와 함께한다.
역사의 현장이다. 과거로부터 끌어올려진 기억이 현재와 만나 함께 흐른다. 기억속에 존재하는 전설이지만 그들의 음악은 아직 현역인 음악인들과 만나 새로운 생명이 불어넣어진다. 인류가 지금껏 문명을 이루고 번성해 온 비결일 것이다. 자식이 아버지의 뒤를 잇고, 그 자식의 자식이 다시 그 뒤를 잇는다. 기억이 기억으로 전해지고, 지식이 지식으로 전해지며, 지혜가 지혜로써 이어진다. 그래서 선배다. 앞서간 거리만큼 뒷사람들은 그들로부터 빚을 지게 된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굳이 그들의 노래를 새롭게 편곡해 부르지 않아도 그들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음악 가운데 그 흔적이 유산처럼 남아있을 것이다.
<불후의 명곡2>를 반드시 보아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시간과 시간이 만나고 있다. 전혀 다른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전설과 현역인 후배가수들이 전설들의 음악을 매개로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안에 있다. 전혀 그들의 존재를 몰랐던 젊은 후배들조차 선배들의 음악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무대에 세우는 과정에서 선배의 음악과 직접 만나게 된다. 어쩌면 어머니 세대에서 좋아하셨을 오랜 선배들과 그리고 한참 젊은 또래의 현역가수들이 그렇게 음악이라는 이미 익숙한 일상을 매개로 만나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하나다. 음악을 하고 있기에.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기에 지켜보는 자신들 역시 하나가 된다. 전설과 후배가수들이 만나는 의미이며, 하나의 노래로써 같은 시간과 기억을 공유하게 될 모두의 이유다. 과거로부터 현재를 지나 미래로 시간은 흐른다.
더원은 말 그래도 명불허전이었다. 아, 정동하 때도 한 번 이 표현을 썼을 것이다. 하긴 스윗소로우와 알리, 부가킹즈의 무대에도 역시 반복해서 쓰게 될 말일 것이다. 거저 유명해지는 법은 없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반드시 있다. 노래의 질감이 다르다. 슬프지만 감미롭던 최성원의 '이별이란 없는 거야'가 처절한 비극을 담은 노래가 되어 버린다. 감정이 풍부하고 깊다. 다만 원곡이 갖는 극한까지 절제된 감정에서 오는 비극적 아름다운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어쩌면 정동하와의 대결에서 지고 마는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불후의 명곡2>라고 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원곡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다.
스윗소로우의 '돌고돌고돌고'는 그야말로 재기발랄 그 자체였을 것이다. 슬픈 노래도 흥겹게 부르는 재주가 있다. 어떤 노래도 그들만의 흥에 실어 부르는 능력이 그들에게는 있다. 그것이 바로 스윗소로우일 것이다. 마치 풍물에서 상쇠가 사모를 돌리듯, 그렇게 목소리를 돌리고, 노래를 돌리고, 무대를 돌린다. 신명나는 한바탕 놀이마당이 펼쳐진다. 스윗소로우의 무대다. 원곡과는 다른 그들만이 낙천이 담뿍 묻어난다. 역시 프로그램의 특성상 원곡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는다. 지나치게 스윗소로우의 무대였을 것이다.
확실히 알리는 전인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보다는 훨씬 젊고 더구나 여성이다. 훨씬 나이가 들어 담담히 관조하듯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전인권에 비해 알리는 어쩌면 어리기에 선험적으로 느끼게 되는 삶의 낙천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 같았다. 아직 세상을 모르기에 - 아니면 오히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너무 많이 알게 되었기에, 그래서 차라리 웃으며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 말한다. 살아도 좋다 말한다. 다만 조금은 노래가 자신과 유리된다고 느껴지는 것은 도입부에서의 소녀적인 순수함이 후반으로 접어들며 차라리 선동에 가까운 외침으로 바뀌는 까닭일 것이다. 그렇게까지 힘주어 외쳐부르지 않아도 어쩌면 좋았지 않았을까.
문명진의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는 분명 전인권이 부른 원곡의 그것에 비견할 만했을 것이다. 사실 참으로 슬픈 노래일 것이다. 비극의 바닥에서 어쩔 수 없이 내일의 희망을 노래하게 된다. 비극이 바닥을 때릴 때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밝아오는 아침을. 맑게 개인 하늘을. 그리고 다시 힘을 내 일어설 수 있게 된 자신을. 차라리 그것은 기쁨이기도 하다. 그래서 판도라의 상자에서도 세상의 모든 비극 가운데 희망이 마지막으로 남아 나오려 하고 있었던 것일 게다. 지층을 뚫고 들어갈 듯한 심연의 목소리가 허니패밀리와의 신명나는 무대로 비극을 희망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사람은 너무 슬퍼서도 웃을 수밖에 없은 존재일 것이다. 마음을 움직인다. 그것이 소울이다.
부바킹즈의 '사노라면'은 아무래도 너무 타자화되어 있었을 것이다. 넋두리다. 위로다. 그리고 다짐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부가킹즈의 '사노라면'은 마이크 너머의 누군가를 향해 들려주는 이야기인 듯 싶었다. 물론 부가킹즈의 무대 또한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그 또한 부가킹즈의 의도일지도 모른다. 다만 아쉬운 것이다. 하필 바로 그 앞순서가 문명진이었다. 그것은 또다른 감종이다.
100회특집이었다. 벌써 100회였다. 전설로써 모신 이가 들국화였다. 벌써 시간은 이렇게나 흐르고 말았다. 아류라는 비난 속에 시작해 이제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춰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역시 신동엽과 문희준 두 MC가 있다. 신동엽은 멀리 있던 전설들을 바로 옆자리로 손을 잡아 끌어내리고, 문희준은 대기실에 모인 가수들 사이에 거리감을 줄여준다. 음악프로그램이기 이전에 예능프로그램이다. 넘치지 않도록 선을 지키면서도 지루한 토요일 오후를 마음껏 웃으며 이완시킬 수 있도록 철저히 배려한다.
사실 평가한다는 자체가 지나치게 오만한 것이다. 최고의 가수들이다. 최고의 재능과 실력들을 지녔다. 그동안 활동해온 시간 또한 짧지 않다. 이러지너러지 해도 주어진 여건 아래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무대위에서 보여주려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물며 대선배 들국화의 앞에서다. 즐기면 그 뿐. 그리고 충분히 즐길 수 있어 좋았다. 그저 기쁘고 즐겁다. 행복하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writerArticleList.html?sc_area=I&sc_word=goorabrain
'예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후의 명곡2 - 전설 이승철, 바다 '소녀시대'로 우승하다. (0) | 2013.06.02 |
---|---|
불후의 명곡2 - 노래잘하는 가수 이승철, 전설이 되다. (0) | 2013.05.26 |
나 혼자 산다 - 가족, 집이 있음에도 집으로 돌아가는 이유 (0) | 2013.05.18 |
불후의 명곡2 - 전설 들국화, 시대를 포효한 이름... (0) | 2013.05.12 |
나 혼자 산다 - 김광규의 눈물, 공감을 넘은 난감에 대해 (0) | 2013.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