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음악들

김정수 - 내 마음 당신 곁으로

까칠부 2013. 11. 6. 07:44


88



내 마음 당신 곁으로 - 김정수

당신의 빛나던 눈동자 위에 흐르는 한줄기 눈물때문에 

이마음 차가운 바람 불어와 떨어진 낙엽이 되었네 

잊으려 잊으려 애를 써봐도 당신의 따뜻한 미소때문에 

이마음 영원히 함께 타오른 사랑의 촛불이 되었네 

바람 불어와 내몸이 날려도 당신 때문에 외로운 내마음 

모든 것이 다 지나가 버려도 내마음은 당신곁으로 

당신을 너무나 사랑했기에 수많은 미련이 나를 찾지만 

이제는 영원히 잡을 수 없는 지나간 추억이 되었네 

바람 불어와 내 몸이 날려도 당신 곁에서 외로운 내 마음 

 모든 것이 다 지나가 버려도 내 마음은 당신 곁으로 

바람 불어와 내 몸이 날려도 당신 곁에서 외로운 내 마음 

 모든 것이 다 지나가 버려도 내 마음은 당신 곁으로

가사 출처 : Daum뮤직


대중들에 '김정수'라는 이름 석 자를 알린 것은 1991년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트로트풍의 자작곡 '당신'이 히트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김정수가 음악을 시작한 것은 1967년, 미키스라는 밴드에서 베이시스트를 맡으면서였으니 그야말로 대한민국 밴드 1세대의 원로라 할 수 있었다. 당시의 많은 음악인들이 그러했듯 미군무대에서 연주자로 시작해서 마흔을 넘긴 나이에 겨우 '당신'을 히트시키며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릴 수 있었다. 대기만성이란 그를 위해 생겨난 말이 아니었을까.


원곡은 1979년 언더그라운드에서 명성을 얻으며 자신이 주도하여 만든 밴드 '김정수와 급행열차'의 이름으로 발표되고 있었다. 곡을 쓴 것은 신중현과 THE MEN이라는 밴드를 함께하기도 했었던 기타리스트 김기표였는데, 역시 최헌등과 함께 '검은 나비'라는 팀을 만들어 함께 활동하기도 했던 사이였다. 미군무대에서 해외의 음악을 커버하며 음악을 시작했고, 더구나 밤무대를 돌면서는 대중이 요구하는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을 섭렵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같은 김정수의 음악적 경험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이 '김정수와 급행열차'라는 이름의 밴드였던 것이다. '내마음은 당신곁으로'는 그 타이틀곡이었다.


흥겨운 고고리듬에 뽕끼충만한, 그러나 충실한 밴드사운드. 밴드의 불모지에서 밴드음악인들이 마침내 찾아낸 답이었을 것이다. 밤무대를 통해 대중과 직접 만나며 자신들이 추구하는 밴드음악과 대중이 요구하는 통속가요의 접점을 찾아냈다. 트로트인 듯 록인 듯 흥겹게 그리고 구성지게 노래는 흘러간다. 사비에서 터뜨리면서도 여지를 남기고 마는 것은 그를 위한 세련된 마무리였을 것이다. 다만 안타깝다면 밴드의 불모지답게 정작 '김정수와 급행열차'의 원곡은 아주 약간의 인지도만 얻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는 것이다. 아마 사람들이 이 노래를 처음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1987년 민해경이 리메이크하면서가 아니었을까. 혹은 1985년 조용필의 8집에서 리메이크한 것을 두고 조용필의 원곡이라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정도다. 1985년 김정수 역시 오랜 밴드생활을 끝내고 솔로로 전향하게 된다.


명곡이라는 말조차 무색할 정도로 노래는 좋다. 그래서 이후로도 많은 가수들이 이 노래를 리메이크하고 있었을 것이다.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와 음악적 치열함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다. 익숙하면서도 세련된 멜로디와 은유적이 아름다운 노랫말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90년대까지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해서 자신의 음반에 실었고, 심지어 일본에서까지 이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내놓고 있었다. 다행히 나의 경우 아주 어린 기억이지만 이 노래를 부른 것이 김정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당신'을 부른 김정수가 그 김정수인 것을 알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버전이 김정수가 부른 원래의 '내 마음 당신곁으로'다. 김정수의 서럽도록 우울한 목소리가 어울린다.


노래는 좋지만 - 그래서 다른 가수가 불러 크게 히트하고 있었지만 - 아니 원곡을 부른 가수 역시 자작곡으로 인기가수의 대열에 들어서고 있었다. 그런데도 정작 밴드의 이름으로 내놓았을 때는 아는 사람조차 거의 없었다. 김정수를 비롯한 많은 밴드음악인들이 밴드를 포기하고 솔로로 전향해야 했던 이유였다. 윤수일밴드인데 밴드는 기억하지 못하고 윤수일만을 기억한다. 그래서 이근형은 신성우와 팀을 짜며 밴드가 아닌 신성우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것인지도. 음악을 한다고 고생만 시킨 아내에게 미안해서 솔직한 감정을 담아 쓴 노래가 '당신'이었으니 전화위복이라 해야 할까? 씁쓸한 노래이기도 하다. 그래도 좋지만.


오랜만에 떠올랐다. 노래는 항상 머릿속을 맴돈다. 입가를 떠돈다. 김정수의 이름을 한참동안 듣지 못했다. 세월이 무심하다. 사람의 마음이 무정하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김정수라는 가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노래를 부르면서 가끔씩 떠올린다. 다른 가수의 리메이크를 원곡이라 여기는 사람들에게 짐짓 잘난 척 떠들 때마다. 1979년을 떠올린다. 대중의 무관심 속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과 꿈을 놓지 않았던 어느 음악인에 대해서. 무척이나 서럽고 배고팠었다. 인기나 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음악 그 자체가 좋아서. 그 마지막이 해피엔딩이라는 것이 무척 다행스럽다. 노래는 노래 그 자체로 좋다. 따라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