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었지
지나온 일들이 가슴에 사무쳐
텅빈 하늘밑 불빛들 켜져가면
옛사랑 그이름 아껴 불러보네
찬바람 불어와 옷깃을 여미우다
후회가 또 화가 난 눈물이 흐르네
누가 물어도 아플것 같지 않던
지나온 내모습 모두 거짓인걸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대로 내맘에둘거야
그대 생각이 나면 생각난대로 내버려두듯이
흰눈 나리면 들판에 서성이다
옛사랑 생각에 그길 찾아가지
광화문거리 흰눈에 덮여가고
하얀눈 하늘높이 자꾸 올라가네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대로 내맘에 둘거야
그대 생각이 나면 생각난대로 내버려 두듯이
사랑이란게 지겨울때가 있지
내맘에 고독이 너무 흘러넘쳐
눈녹은 봄날 푸르른 잎새위에
옛사랑 그대모습 영원속에 있네
흰눈 나리면 들판을 서성이다
옛사랑 생각에 그길 찾아가지
광화문 거리 흰눈에 덮여가고
하얀눈 하늘높이 자꾸올라가네
사랑이 떠나간 것보다 더 슬픈 것은 더이상 사랑할 수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사랑을 잃는 것보다 더 아픈 것은 단지 사랑했던 감정마저 어느새 잊혀지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토록 간절하고 진실했던 감정들이 바래고 닳아 추억속에 흔적처럼 남게 된다. 사랑이 더 이상 사랑이 아니게 되었다는 사실에 문득 서럽고 애닲아진다.
아직 미움과 원망이 남아있다는 것은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자기가 사랑했었다고 하는 증명일 것이다. 그토록 심각했던 일들이 별 것 아닌 것 같고, 그토록 진지했던 상황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고, 왜 그랬을까 남의 일처럼 따져묻게 된다. 그리고 문득 마지막 작별인사처럼 그리움이라는 것이 떠오른다. 아프지도 간절하지도 않은 먼 기억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마저도 어느샌가 흐릿해진다.
사랑이 그리운 것이 아니다. 사랑했던 기억들이 그리운 것이다. 사랑이 안타까운 것이 아니다. 사랑했던 그 순간들의 기억이 아쉽고 미련이 남는 것이다. 그립다고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난다고 새삼 사랑하게 된 것은 더욱 아니다. 그냥 그리운 것이다. 그냥 생각나는 것이다. 그것이 서러운 것이다. 벌써 시간은 이렇게 흘러갔고 그 시린 감정마저 이리 닳아 바래졌다. 가장 소중한 한 부분을 놓아버린 듯.
자신의 가장 크고 소중한 부분을 자신의 가장 소중한 기억과 함께 과거의 어느 순간에 놓아두고 왔는데, 그조차 아물어 이제는 아픔마저 없이 휑하니 흔적만 남아 있다. 그 메마른 공허함을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시간에 깎이고 말라버린 이제는 흔적만 남은 진실한 눈물의 자국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어린 나이에 부르기에 많이 어색한 이유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아직 내일이란 희망이고 기대로 가득할 것이다.
문득 서러워 눈물짓고 만다. 아니 눈물조차 말라 있다. 눈물마저 말라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서럽다. 시간은 이렇게나 흘러 벌었다. 자신은 벌써 이렇게나 멀리 와 버렸다. 멀리 남아있는 그의 모습은 단지 미련일 뿐이다. 후회일 뿐이다.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그리움마저 퇴색하고. 그 간절했던 마음마저 무뎌지고. 그리고 잠시 멈췄던 걸음을 다시 떼어놓는다. 자신은 이미 과거에 속해 있지 않다. 그렇게 벌써 멀어져 있다.
사랑에 대한 노래이며 과거의 어느 시점에 놓아두고 온 모든 소중한 것들에 대한 노래다. 그리워할 수밖에 없고 서글퍼 할 수밖에 없는. 그것이 추억 이상의 전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돌아가지 못할 것들에 대한 미련이고 후회다. 그조차 떼어놓아야 하는 잔인한 현실이다. 상실감이며 절망이다.
어느날 잠자다 문득 이유없이 베개를 적시고 만 기억이 있다. 길을 걷다가 문득 울컥 눈물이 흐르던 경험이 있다. 때로 이유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왜 그랬는가 나중에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서러운 것이 늘어나는 무렵이다. 하지만 그조차 말라버리고 나면 무엇이 남게 될까? 그래도 살아가야 할 것이다. 살아있을 것이다.
이문세의 무덤덤한 목소리가 한겨울 서리처럼 시리게 바삭거린다. 애써 슬퍼하지도 않고 일부러 눈물짓지도 않는다. 눈물이 말라버린 것인지 필사적으로 삼키려 하는 것인지. 그저 먼 이야기처럼. 먼 자신의 이야기처럼. 최근의 노래는 그래서 더 무덤덤해져 있다. 그 텅 빈 공간들이 어쩐지 더 아려오는 노래다.
말 그대로다.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난 이유. 삼국지에서 유비가 자신의 살찐 허벅지를 보며 탄식했듯. 어느새 아무런 감동도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토록 뜨겁고 밝았던 자신을 추억으로만 떠올리고 만다. 그때의 화려하던 감정의 색채들도 흐려져간다. 그저 살아간다. 산다는 것이 그래서 섦게도 잔인하다.
이영훈이 쓴 여러 노래 가운데 단연 백미일 것이다. 지나간 사랑을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그려낸 노래는 아마 이후로도 없을 것이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서러운 통곡처럼. 울음조차 나오지 않는 애닲은 절규처럼. 썩고 쉬어 버린 아련함이 그저 멀어져간다. 어느새 흘러만 간다. 그렇게 흘러만 간다. 아름답다. 아프다.
참 기껏 구입해 놓은 노래를 정작 블로그에는 올리지 못하니 이리 성가시고 불편하다. 음원 사는 게 아까워서가 아니다. 저렇게 동영상으로밖에는 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음악은 나 혼자 듣는다. 노랫말처럼 소중한 노래다. 이른 가을 혼자서 들으며 잠긴다. 잠겨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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