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음악들

이은하 -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까칠부 2013. 10. 23. 07:23

 

86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 이은하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날 위해 슬퍼 말아요
그렇게 바라보지 말아요
의미를 잃어버린 그 표정
날 사랑하지 말아요
너무 늦은 얘기잖아요
애타게 기다리지 말아요
사랑은 끝났으니까..
그대 왜 나를 그냥 떠나가게 했나요..
이렇게 다시 후회할 줄 알았다면..
아픈 시련속에 방황하지 않았을텐데
사랑은 이제 내게 남아있지 않아요
아무런 느낌 가질 수 없어요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그대 왜 나를 그냥 떠나가게 했나요..
이렇게 다시 후회할 줄 알았다면..
아픈 시련속에 방황하지 않았을텐데
사랑은 이제 내게 남아있지 않아요
아무런 느낌 가질 수 없어요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가사 출처 : Daum뮤직

 

헤어짐이 원망스럽다. 차라리 떠나가도록 내버려둔 그 사람이 미워진다. 어째서 자신을 붙잡아주지 않았는가. 제발 떠나지 말라고 붙잡고 애원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자신은 어째서 그 사람을 떠나고 말았는가.

 

아니 안다. 붙잡았다. 말렸다. 애원도 해보고 협박도 해보았다. 그러나 이미 돌아선 사람이다. 멀어져버린 마음이다. 마침내 모든 미련을 접고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웃는 모습으로 떠나보내려 한다. 혹시라도 마음에 짐이 될까 아무렇지 않은 척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돌아서서는 통곡하며 울었겠지. 그 마음이 미안해서 울지 말라 한다. 나를 위해 슬퍼하지 말라고 한다. 그가 밉고 내가 밉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그렇다. 자신도 자기의 마음을 모두 알지 못한다. 어느 순간 지쳐간다. 어느 순간 시들해져간다. 처음의 설레임이 사라진다. 불타오르던 뜨거운 열정도 조금씩 식어간다. 지루해진다. '옛사랑'의 노랫말처럼 사랑이라는 것이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문득 헤어짐을 결심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상실의 아픔이 소중함을 떠올리게 하고, 헤어진 뒤의 고독이 행복을 곱씹게 만든다. 지금 내 곁에 없는 것들이다.

 

사랑인가는 모르겠다. 그보다는 미련에 가까운지 모르겠다. 사랑했던 그 순간에 대한 아쉬움이고 안타까움일지 모른다. 진짜 사랑일지도 모른다. 뒤늦게 깨닫는다. 얼마나 그를 사랑했는가를.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는가를. 그러나 돌이키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상처가 덧나고 다시 아무는 사이 헤어짐의 아픔조차 무뎌지고 말았다. 더 이상 아프지 않다. 그것이 더 서럽다. 서로 사랑하더라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지는 못하리라.

 

이은하 자신의 이야기를 장덕이 쓴 곡에 가사로 써서 올렸다. 여러 아픈 사연들이 있었다. 원해서 해어진 것이 아니었다. 헤어지고자 해서 헤어졌던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헤어졌고 그 사람은 이은하를 떠나보냈다. 아마 노랫말에서처럼 마지막 순간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스스로 원해서 한 이별이 아니었기에 후회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때 헤어지지 않았다면. 그때 자신이 떠나지 않고 그 사람이 자신을 보내주지 않았다면.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대한 미련에 아물어가던 상처가 다시 벌어진다.

 

노랫말대로 따라가는 것일까? 어떤 사연이 있었는가는 굳이 주저리주저리 떠벌이지 않는다. 아마 이은하 자신이 언젠가 밝힌 적 있을 것이다. 개인의 사정이다. 이은하 자신의 이야기다. 굳이 전혀 상관없는 남이 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노랫말처럼 이은하가 여전히 혼자라는 사실이 인상에 남을 뿐. 역시 자신의 삶이므로 굳이 다른 사람이 무어라 말을 더할 필요는 없다.

 

여전히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헤어짐을 결심해야 하는 연인들이 있다. 사랑하고 이는지조차 알지 못해 헤어지고자 하는 연인들도 있다. 사랑이 식어 헤어졌어도 미련은 남는다. 문득 외로울 때 떠오르기도 한다. 헤어진 그 순간이. 다시 돌이키고 싶은 그 시간들이. 그리고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에 대한 자각이. 슬프고 아프고 마모된다. 사랑 그 자체를 원망한다. 자신의 무력함을.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신의 못난 선택을. 다시는 사랑따위 못하리라. 그래도 다시 사랑하고 마는 것이 어쩌면 인간일 것이다. 사랑할 수밖에 없다.

 

굳이 가창력을 말할 것도 없이 다른 사람도 아닌 이은하였다. 쓸쓸하고 허무하고 그러면서 무심하다. 흐느낌같고 비명같고 한숨소리같다. 체념이면서 미련이다. 미안함이며 원망이기도 하다. 한참 울고 난 것 같다. 취하도록 마시고 어느 선술집 모퉁이에서 홀로 모든 눈물을 쏟아낸 뒤인 듯하다. 더 이상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이은하의 많은 노래들을 좋아하지만 그 가운데 유독 좋아하는 노래다. 하필 감수성이 가장 예민할 때였다. 비오는 날에 혼자서 가만히 들으면 많은 것들을 생각케 한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는 더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이은하 자신의 이야기처럼.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고독보다 더 쓸쓸하다.

 

물론 헤어지고 다시 만나 잘 되는 커플도 있다. 오히려 더 사이가 돈독해져서 평생의 반려로 남은 삶을 함께하기도 한다. 운이 좋다. 흔치는 않다. 세상의 모든 커플들이 모두 행복할 수 있다면. 가을이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