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곁에 없기에 혼자다. 그러나 모두와 함께 있어도 결국은 혼자다. 외로워서 사람을 그리워한다. 외롭기 때문에 사람을 거부한다. 모두는 결국 언젠가는 자신을 떠나게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신기루나마 잡지 않으면 안된다. 인간은 결국 누구나 외롭다.
아무도 진실따위 관심없다. 누구도 사실따위 알려 하지 않는다.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다. 알고 싶은 것만을 이미 알고 있다.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있는 그대로 여기고 사는 것이 무에 그리 어려운 일일까. 그러나 알기 때문에 더 알아야 하고, 모르기 때문에 알지 않으면 안된다. 바람이 믿음이 되고 추측이 확신이 된다. 나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아는 사이라면 알고 있기에 쉽게 단정지을 수 있다. 모르는 사이라면 아직 알지 못하기에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쉽게 말들을 한다. 보지 못했음에도. 듣지 못했음에도. 알지 못함에도.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사람은 외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은 자신이 아니다. 듣고 있는 것은 자신의 말이 아니다. 그들이 알고 있고 이해하고 있는 대상 역시 자신은 결코 아닐 것이다. 어디에도 자신은 없다.
아예 보이지 않는다. 들리더라도 누구의 기억에도 머물지 않는다.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고 영원히 타인이 되어 시간속을 떠돈다. 누구도 아닌 도민준(김수현 분)과 모두의 스타인 천송이(전지현 분)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마모되어 버린 감정 속에 다시 누군가와 기대하고 기대받는 것은 너무 먼 이야기만 같다. 모두가 아는 최고의 스타 천송이지만 정작 누구도 그녀를 알지 못한다. 너무 잘 알기에 전혀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있다.
모르는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 사랑이란 그래서 기적이다. 서로 모르는 채로도. 서로에게 아무것도 아닌 채로도. 그래도 사람은 만나고 사랑하고 서로에게 모든 것이 되어준다. 성가시고 불편하고 어색하고 마치 자기가 자기가 아닌 것 같아도 그것으로 자신은 혼자가 아닐 수 있다. 의식하고 생각하는 순간들조차 자기는 혼자가 아니게 된다. 오랫동안 혼자였기에 도민준은 그 달콤함에 빠져들고 만다. 불편함이 어쩐지 익숙하다.
아직 천송이는 자기가 모두의 한가운데 있다고 여긴다. 그녀는 모두의 스타다. 거품처럼 인기가 꺼지고 사그라들 때 그녀는 비로소 시린 고독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이휘경(박해진 분)은 너무 맹복적이라 실감이 없다. 실제의 자신을 보아줄 수 있는 사람을 바란다. 그런 자신을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랑을 기다린다. 어쩌면 그녀가 진정 바라는 것은 운명적인 '사랑'이 아닌 함께 부대낄 수 있는 '가족'과 같은 것이었을 게다.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익숙한. 운명과도 같은.
필사적으로 발버둥친다.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 홀로 남겨지지 않기 위해서. 차라리 자기가 상대를 밀어내려 한다. 자기가 상대를 걷어차려 한다. 그녀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다. 비참해지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그녀는 가장 비참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친구 유세미(유인나 분)의 일을 먼저 생각해준다. 그녀가 최고의 스타의 자리에 집착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었을까. 그토록 구설에 시달리면서도 SNS를 통한 소통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와도 통할 것이다. 그녀는 인기를 얻는 대신 가족을 잃어버렸다.
진실이란 얼마나 허무한가. 진심이란 얼마나 부질없는가. 인간의 관계란 그저 덧없는 꿈과도 같다. 그래서 꿈을 꾼다. 꿈이 마모되어 사라진 뒤로도 자신도 모르게 꿈을 꾼다. 사람을 꿈꾸고 사랑을 꿈꾼다. 사람의 온기를 꿈꾼다. 그것은 자유보다도 더 자유로운 구속일 것이다. 자유를 말하다가도 어느새 타인에게 구속된 자신에게 안도감마저 느낀다. 수백년의 시간도 그 따뜻했던 순간을 잊게 만들지는 못한다. 오히려 더 간절히 그리게 된다.
사람이 외로운 이유다. 외롭지 않은 이유다. 마지막에 잡는 것은 누군가의 손일 것이다. 마지막에 부르는 것도 누군가의 이름일 것이다. 간절히 외쳐부를 이름이다. 사무쳐 묻어둔 의미일 것이다. 어느새 그들은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아쉽게 속삭이며. 아직은 닿지 않고 있다. 외롭다는 느낌마저 없다. 간절해졌을 때 그들은 서로에게 닿게 되리라.
아쉬운 부분이라면 도민준의 400년 전 기억에서 이화의 아버지가 느닷없이 딸을 위해 목숨마저 아끼지 않는 부정을 보이던 장면이었을 것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화가 살아돌아온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이화의 가문은 끝이다. 시가도 끝이다. 더구나 이화를 도망치게 할 것이면 함께 온 남자와 같이 도망치게 하는 편이 옳았다. 남자 없이 여자가 - 그것도 어린 여자가 혼자 살아가기 무척 힘들던 시대다. 이화와 도민준을 죽일 것이면 은밀히 죽였어야 했고, 살릴 것이면 함께 살렸어야 했다. 극적인 효과를 노렸던 것일까?
천송이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아무것도 모르는 천송이에게 이재경이 악의를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도민준이 그 사실을 안다.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과 동행하던 중이었다. 예고편은 이런 때 참 얄밉다. 조금 더 마음졸이는 맛이 있어야 한다. 조금은 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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