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 - 결혼은 가족을 만드는 거야!

까칠부 2014. 1. 28. 07:44

"결혼은 가족을 만드는 거야!"


하기는 그래서 부부싸움을 하게 되는 원인 가운데 서로의 가족들로 인한 갈등이나 다툼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저 서로 사랑하니 둘이서만 함께 살면 될 텐데, 어느새 서로의 부모를 아버님, 어머님이라 부르며, 서로의 형제들에 대해서도 형님이니 언니니 가족처럼 대하게 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부딪히고 부대끼게 된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더라도 그 가족과 원만하지 못하다면 그 결혼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아니 어쩌면 그 반대도 가능할 것이다. 아내 송미경(김지수 분)과 틀어진 뒤에도 유재학(지진희 분)는 송민수(박서준 분)와의 관계를 통해 아내와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시도하고 있었다. 헤어질 것을 결심하고도 여전히 나은진(한혜진 분)과 김성수(이상우 분)를 붙잡고 있는 것은 나은진에게 시어머니가 되는 김성수 어머니의 입원이었을 것이다. 서먹한 채임에도 딸인 윤정(이채미 분)이 있어 그들은 나란히 침대에 누울 수 있다. 어쩌면 나은영(한그루 분)의 결혼이 나은진과 김성수 두 사람을 다시 이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유재학도 믿었다. 송민수와 나은영을 만나게 되면 아내 송미경과의 관계도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송미경이 나은진을 용서할 수만 있다면 그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성수가 유재학을 용납할 수 있다면 그것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서로 아무 거리낌없이 사돈이라 부를 수 있다. 하지만 그럴 수 없기에. 돌이킬 수 없는 관계이기에 도리어 그들의 관계가 송민수와 나은영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나은영을 사랑하지만 누나의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나은진을 처형이라 부를 수는 없다. 아니 설사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그런 모습을 누나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 누나가 상처입을 것이다. 사랑을 위해 가족마저 등지는 것은 아버지의 트라우마가 있는 송민수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되는 선택이다.


선택할 수 있는 관계와 선택할 수 없는 관계의 차이이기도 할 것이다. 누나인 송미경과 자신은 남매다. 어떻게해도 그들은 남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은영과는 헤어지면 남이다. 김성수와 헤어지고 나서도 나은진은 자신의 가족들을 보아야 한다. 영영 보지 않고 살 수 없다면 우선순위는 명확할 수밖에 없다. 김성수에게 미안해하면서도 동생인 나은영을 위해 화를 낼 수 있는 이유다. 그것이 김성수에게는 시리게 다가온다. 가족이라 여겼는데 나은진과 헤어지고 나면 더 이상 그들은 가족이 아니게 된다. 나은영과 헤어지고 나면 나은영은 더이상 자신에게 아무것도 아닌 대상이 된다. 그렇게 믿는다. 누나를 위해 나은영과 헤어지겠다.


아무리 좋아해도, 아무리 잘대해주어도, 아무리 오랫동안 가족처럼 지내왔어도, 그러나 그들은 남이다. 그리고 자신들은 가족이다. 그 메울 수 없는 거리가 가족 사이에 괴리를 만든다. 가족인데 가족이 아니다. 가족이라 믿어왔는데 결국은 남이었다. 헤어지면 결국 남인 자신들처럼. 서로 사랑해서 결혼까지 하게 되었겠지만 결혼 이후의 삶은 사랑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전혀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테지만 한 번 균열이 가기 시작하자 그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나은영을 대하는 나은진과 김성수의 태도 역시 너무나 달랐다.


가족이라는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송미경은 온몸으로 외치고 있다. 여자로 보아달라고. 남자와 여자로서 자신을 대해 달라고. 가족이 족쇄가 된다. 가족이 굴레가 된다. 그래서 정작 가족 안에서 송미경은 여자일 수 없었다. 유재학 역시 남자가 아니었다. 유재학이 바람을 피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유재학의 집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러나 유재학에 대한 미련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가족이 아니게 되었을 때 유재학은 비로소 상실감을 느낀다. 그가 바라는 것은 가족의 복원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두 사람은 서로 엇갈린다. 송민수에게 제대로 된 가족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말은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한다. 자기가 유재학을 사랑하게 된 이야기를 한다. 지금의 유재학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유재학을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유재학에게는 상실이지만 송미경에게는 갈망이다. 송미경은 집을 나오고 유재학은 그런 송미경이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송미경을 따라 집을 나설만한 의지나 동기가 그에게는 없다. 조립하던 블록을 스스로 부숴버리는 것은 어떤 계기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자신을 부순다. 보수적인 유재학에게는 가능성이 희박한 이야기다. 그는 여전히 가족으로서만 송미경을 보고 있다.


화조차 내지 않는다. 싸움조차 멈춘지 오래다. 나진철(윤종화 분)과 윤선아(윤주희 분)는 여전히 힘껏 서로에게 부딪히고 있다. 잘잘못을 따지고, 시시비비를 가리고, 그 책임을 묻고, 그 대안을 찾고, 여전히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앞으로도 계속 부부로써 살아가기 위해서. 서로에 대해 냉정해질 수 있는 그 만큼이 지금 그들의 거리일 것이다. 서로의 일로 인해 화를 내지도 않고, 원망하지도 않고, 비난 또한 하지 않는다. 오래전 아직 연인이던 시절처럼 서로의 삶에 깊숙이 섞여들어오기 전으로 돌아간다. 친구처럼 다정하다. 그것이 서늘하다. 서로를 지나치게 배려하는 그들은 그래서 결코 오래 갈 수 없다.


차라리 싸울 수 있으면 좋다. 나은영에게 나은진의 일을 털어놓고 원망을 쏟아냈다면. 그랬다면 오히려 나은영을 놓지 못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대로 놓아버렸다. 사랑하지 않는다며 감정을 흘려버렸다. 혼자서 판단하고 혼자서 결정한다. 송민수의 행동에는 나은영은 전혀 고려조차 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나은영은 더 절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떠나는 것이다. 진심으로 송민수는 떠나려 하는 것이다.


더이상 싸움도 없고 원망하는 소리도 없는데 어느새 싸늘하게 식어 있다. 말투며 행동은 전처럼 다정하고 친근한데 오히려 시리기만 하다. 과거의 기억들만 스치고 지나간다. 먼 기억들이 지금을 대신한다. 어느 순간이 외면 관성만이 남는다. 과거가 현재가 되고, 현재가 미래가 된다. 그것을 부숴버렸다. 신뢰가 사라진 가족이란 없다. 지금이 사라지고 과거만이 남는다.


쉽지 않다. 지금으로선 길은 정해져 있다. 그렇다고 비극은 아니다. 후회도 하고 미련도 남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서로를 위한 가장 최선일 것이다. 자신을 위한 가장 나은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공중파드라마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족이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가장 소중한 가치다. 아직 드라마가 끝나려면 적지 않은 분량이 남았다. 더 나은 다른 길을 찾아낼지도 모른다. 단서처럼. 그 필사적인 과정들을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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