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정도전 - 왜구와 정규군...

까칠부 2014. 2. 10. 01:29

아마 정규군이라는 단어가 착오를 일으키는 모양이다. 고려말 고려를 약탈하던 왜구는 제대로 된 무장을 갖춘 정규군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사실 조선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백성이 병역을 져야 할 때가 오면 먹고, 입고, 쓸 모든 것을 자비로 마련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전근대의 대부분의 국가의 군대가 그렇게 유지되었다. 군인에게 지급되는 급여는 바로 그러한 무장을 갖추는데 필요한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돈이 많으면 더 좋은 무장을 갖추고, 돈이 없으면 아무래도 허술할 수밖에 없고. 20세기까지도 영국에서 기병이란 말을 살 수 있을 정도의 부유한 신분의 자제들이나 입대하는 곳이었다.


에도시대까지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칼이나 창, 철포, 갑주와 같은 개인무장은 전적으로 개인이 책임져야만 했었다. 그러라고 녹봉을 주었다. 영지를 하사했다. 화려한 갑주는 바로 그러한 무사의 신분을 과시하는 수단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충분한 영지와 녹봉이 지급되지 않은 하급무사의 경우는 제대로 된 무장을 갖추는 것조차 버거웠다. 공을 세우기 위해 빚을 내서 무기와 갑주를 사고, 그 비용을 벌충하기 위해 다시 전장에서 약탈을 일삼는다. 전근대의 군대에서는 그래서 약탈이 필수였다.


먹을 식량마저 부족해 먼 바다를 건너 고려를 약탈하고 있던 처지다. 귀한 신분이었을 아지발도의 오요로이는 그럴 수 있다 할 것이다. 아니 당연하다. 그러나 과연 일반 병사들까지 그만한 무장을 갖출 여유가 되었을 것인가. 창 한 자로, 칼 하나, 갑주를 장만할 형편조차 안되었다. 일본 영화를 보더라도 그래서 알몸에 약간의 갑주만을 두르고 전장에 나서는 하급무사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것이 고증이다.


즉 정규군이라는 단어에 속아넘어가고 만 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정규군과는 다르다. 정부에서 전투에 필요한 모둔 표준화된 장비 일체를 지급하여 쓰게 한다. 같은 복장에 같은 무기에 일관된 행동에. 그러나 전근대의 군대에는 그런 것따위 없었다. 병사들이 제복이라는 것을 입기 시작한 것도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고려말의 상황이 어땠을까는 너무 자명하다. 장수들의 갑옷조차 통일되어 있다. 모든 갑옷은 수제품이다. 정규군이라는 단어에만 집착해서는 오히려 사실을 보지 못한다.


물론 그럼에도 이미 말한 바 있듯 현실적인 문제로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음을 이해하고 있다. 이런 날씨에 알몸으로 뛰어다니라 하면 인권유린으로 소송걸린다. 사람이 죽어나갈 수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대량제작하는 쪽이 단가도 싸다. 일본에서처럼 일본의 전통무장을 하고 액션을 해야 할 상황이 많지도 않다. 그렇더라도 틀린 건 틀린 것.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전근대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봉건시대다. 지금의 정규군과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에도시대에도 저런 식으로 제대로 된 통일된 복장을 갖춘 군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