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자체는 단순하다. 중국에서 건너온 흑사회의 일부가 사람을 납치해 장기매매를 한다. 병든 아들을 간호하던 어머니가 그에 희생된다. 알고 보니 아이를 치료하던 의사가 장기매매조직의 하수인이었다. 그것을 죽은 어머니 민주연의 영혼을 통해 풀어간다. 주인공 윤처용(오지호 분)은 죽은 영혼을 볼 수 있고,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한는 또다른 소녀의 영혼(전효성 분)이 그를 돕는다. 그것만으로도 드라마가 특별해진다.
사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희생자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당사자이기에 자신이 당하던 순간을 속속들이 보고 듣고 기억하고 있다. 수사란 범인을 찾는 과정이다. 이미 죽은 이를 통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데 수사라는 과정이 필요할까? 그런 점에서 드라마 역시 선택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죽은 사람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화까지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윤처용은 민주연에 대해서만큼은 전혀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영혼인 소녀 또한 민주연의 의도를 짐작만 할 뿐이다. 하지만 그래야 드라마가 재미있어진다.
함정에 빠진다. 전혀 엉뚱한 곳에서 한참을 헤매기도 한다. 놀라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한다. 답답해한다. 과연 누가 범인일까? 무엇이 사건의 진상일까? 물론 그럼에도 드라마는 처음부터 너무 많은 단서를 흘리고 있었다. 장기매매는 훔친 택시를 이용해서 사람들을 납치하던 하수인의 뒤에 다른 배후가 있다는 점에서 이미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 의사는 처음부터 너무 수상한 티를 내서 설마 아니겠거니 도리어 그것이 트릭이 되고 있었다. 남은 것은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과 그리고 범인과 맞닥뜨리고 나서의 액션이었다. 주인공 윤처영과 하서영(오지은 분)의 위험 또한 포함된다. 긴장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해결된다.
하지만 그러한 아쉬운 점들에도 불구하고 하서영에게 빙의되는 소녀의 정체는 드라마에 대한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경찰서를 떠돈다. 혼자서는 경찰서를 벗어날 수조차 없다. 경찰서를 떠돌다 보니 보고 들은 것이 많다. 놀라운 직관과 추리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열혈형사 하서영에게 빙의됨으로써 사건해결에 중요한 열쇠를 제공한다. 하서영 역시 실력과 정의감을 두루갖춘 유능한 형사일 테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바로 자신에 의해 사건이 해결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두 사람을 한 사람의 남자 윤처용이 이어준다. 더구나 소녀에게는 윤처용과의 자신도 알지못하는 비밀스런 과거가 있다.
윤처용의 죽은 사람의 영혼을 보는 능력이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뱀파이어 검사'와도 많이 닮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보지 못한다. 정작 핵심적인 것은 듣지 못한다. 나머지는 사람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사람의 역할이 더 강조되었어야 했지만 줄거리는 너무 직선적이고 단순하다. 다양한 캐릭터가 각자의 역할을 하며 내용을 채워주던 '뱀파이어 검사'와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그것을 보충해주는 것이 죽은 귀신 소녀다. 소녀의 영혼과 하서영의 존재가 죽은 사람을 보면서 또한 사람으로써 노력하는 윤처용을 뒷받침한다. 역시 그래도 상당한 준비를 거쳐 제작되었을 첫회치고 내용이 허술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흥미의 요소와 함께 안타까운 부분이 함께 보인다.
주인공 윤처용을 연기하는 오지호의 발성은 여전히 아쉽기만 하다. 연기력에 비해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발성과 말투는 드라마에 대한 몰입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된다. 전효성의 연기 또한 초보다운 어설픔이 물씬 느껴진다. 그래서 더 드라마가 허술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드라마에 빠져들기 전에 드라마와 겉도는 배우들의 연기부터 판단해야 한다. 감동적이어야 할 대사마저 작위적인 말 그대로 '대사'가 되어 버린다. 드라마에 대한 동의보다 대상으로서의 감상이 우선한다. 드라마에서 차지하는 배우의 지분을 새삼 확인한다.
소재는 참신하다. 캐릭터와 구성 역시 흥미를 잡아끌만한 요소가 있다. 이후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야기는 잘 쓰여졌다. 뻔한 구성이라지만 그것은 장르적 특성 가운데 하나다. 세상에 범죄는 많지만 스릴러에 어울리는 범죄란 그리 흔하지 않다. 다만 디테일이 아쉽다. 디테일을 채우는 배우의 연기가 아쉬워진다. 드라마의 빈 부분마저 채우는 것이 배우의 아우라라는 것일 터다. 모든 장면에서 냉정한 관찰자일 수 있었다. 아직은 한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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