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걸그룹의 연령대가 높아진 이유...

까칠부 2010. 1. 25. 23:56

사실 이건 그렇게 길게 쓸 것도 없는게 그 이유란 너무나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다.

 

"이미 아이돌이 가요계의 주류가 되었다."

 

주류와 비주류를 구분하는 차이는 그 폭이다. 비주류란 주변이다. 주변은 한정되고 특정되는 어떤 요구가 머무는 곳이다. B급 문화라는 것이다. 반면 중심부는 주변부는 물론 주류의 보편적인 다수의 요구까지도 수용해야 한다. 더 넓고 더 다양하게.

 

비유하자면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B급 공포영화를 떠올려 보면 되겠다. 블록버스터란 누가 봐도 재미있자고 만든 영화다. 반면 B급 공포영화란 딱 그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보자고 만든 영화다. 그래서 블록버스터에는 다양한 요구가 수용되는 반면, B급 공포영화는 기괴하기까지 한 특정한 요구만이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B급 문화 가운데 컬트문화가 나타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아이돌도 그렇다. 처음 아이돌이란 가요계의 주변이었다. 10대위주의, 소년적인 감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 여자아이돌이었고, 따라서 그렇게 소비되었다. 처음부터 10대를 타겟으로, 오로지 10대만을 만족시키고자, 그러면서 20대나 30대 남성들도 그러한 10대적인 감수성으로 그들에게 다가가고.

 

그러나 지금은 거의 모든 대중이 - 대중음악을 소비하는 거의 모든 대중들이 아이돌을 본다. 아이돌을 바라보며 자신의 요구를 투사한다. 귀여운 이미지, 멋진 이미지, 섹시하거나, 혹은 친근하거나, 건강하거나, 사차원적이거나, 단정하거나, 성숙하거나,

 

즉 아이돌이란 과거 10대위주의 문화에서 벗어나 주류로서 대중의 그같은 다양한 요구들을 수용하는 주체가 되어 버린 것이다. 30대에서 40대 아저씨에서, 과거 걸그룹에 적대적이던 소녀들과 역시나 다양한 연령대의 언니, 이모, 엄마들까지.

 

한 마디로 예전 핑클 시절이라면 함은정 정도라면 조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10년이 넘게 지나고 함은정이 아니라 나르샤조차 귀여워 보인다. 나르샤가 섹시? 아이구야... 늙어버린 건데, 그런데 늙은 주착에도 젊고 예쁜 여자들이 나와 춤추고 노래하는 게 좋더라는 것이다. 그동안 곁눈질로 보던 것을 아예 대놓고 볼 정도로 뻔뻔해졌고. 그런데 큐리나 보람 정도야 그냥 귀엽지. 86, 87, 88... 아, 그런데도 이상하게 박규리한테는 아이라는 표현을 못 쓰겠다. 역시 여신이랄까? 나르샤한테도 그냥 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도.

 

여성팬의 증가도 또 한 몫 한다. 확실히 아무리 그래도 박정아와 박가희까지 아이돌로서 내 수비범위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박정아는 너무 성숙했고, 박가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들을 또 바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팬들. 박정아는 잘 모르겠고 박가희에 대한 여초사이트의 지지가 상당하다.

 

동생이 그러더라.

 

"그런 거 여자들 무지 좋아해. 언니 느낌이잖아?"

 

나야 여자가 아니니 모르지. 그러나 여성들 역시 자신의 취향대로 여자 아이돌들을 소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2NE1도 그런 예일 테고, 구하라도 원래는 여초사이트에서 더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남초사이트에서는 다른 걸그룹에 비해서는 묻히는 분위기?

 

즉 여성들도 걸그룹에 대해 자신들의 요구를 투사하게 된 것이다. 여성들에, 또 여성들도 더 연령대가 넓어지고, 남성들도 더 연령대가 넓어지고, 그러면서 소녀시대나 카라, 티아라 같은 기존의 걸그룹 이미지를 잇는 팀들에서 원더걸스, 2NE1, 포미닛, 애프터스쿨같은, 심지어 아이돌도 아니던 브라운아이드걸스마저도 걸그룹의 범위 안으로 편입되게 된 것이다. 대중의 요구가 넓어지고 다양한 만큼 그것을 수용할 주체 역시 넓어지고 다양해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만큼 걸그룹 멤버들에 대해 다양한 개성을 허용하게 된 것이고.

 

아마 10년 전이었으면 지금 걸그룹 멤버 가운데 탈락자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한정된 요구를 수용하지 못해 도태되어 사라져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으니까. 더 솔직해지고 더 노골적인 더 다양해진 대중의 요구를 수용하자니 그들조차 필요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마저도 소비될 정도로 걸그룹에 대한 대중의 요구는 그만큼 넓어지고 다양해졌다는 말이다.

 

솔직히 쓰면서도 조금은 씁쓸하다. 어쩌다 한국 음악계가 여기까지 왔을까. 아이돌이 한국의 대중문화의 중심에서 다양한 대중의 요구를 감당해야 할 만큼. 그동안에는 발라드며 락이며 힙합이며 알앤비며 다양한 음악들과 뮤지션들이 그것을 감당해 왔는데 이제는 아이돌이 - 그것도 여자아이돌이 대신하게 되었으니.

 

즉 다른 것 없다. 한국 대중음악의 판도가 그렇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과거 주변이었던 여자아이돌이 중심에 오고, 그들에게 이제껏 다양한 음악의 다양한 음악인들에 쏟아지던 기대와 요구가 집중되게 되고, 그러면서 그들 자신도 분화해가고. 그들에 대한 요구와 기대만큼 다양하게 그 모습을 달리하며.

 

세월이 달라졌다는 말이다. 과거와는. 과거의 아이돌과는 다르다는 것이고. 아니 세계 어디의 아이돌과도 다르다. 이건 새로운 현상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만의. 아마 이해도 따라서 달리 해야 하지 않을까.

 

전부터 생각해 오던 것이다. 왜 지금에 와서도 현재의 걸그룹을 이해하는데 과거의 기준을 가져다 적용해야 하는가. 과연 지금의 걸그룹과 과거의 걸그룹은 같은가. 같은 기준을 적용해도 좋은가.

 

일단 내 결론은 아니다다. 올해 과연 걸그룹의 판도가, 대중음악의 판도가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보고서 최종적으로 판단해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달리 봐야 한다고 본다. 주변부이던 과거의 걸그룹과 어느새 한국 대중음악의 중심이 되어 버린 지금의 걸그룹과는. 이미 달라져버린 그들의 위상에 대하여서는.

 

물론 기획사 입장에서는 알아서 이에 대한 분석을 끝내 놓았을 것이다. 지금 시장을 나누어 할거하고 있는 다양한 컨셉의 걸그룹을 보더라도. 다만 그것이 올해까지도 유효할 것인가가...

 

그나저나 또 쓸데없이 글이 길어졌구나. 별로 길게 쓸 것도 없다더니. 이것도 병은 병이다.

 

아무튼 올 한 해가 분기라 하겠다. 과연 앞으로도 걸그룹은 한국 대중음악의 주류로 남을 것인가. 아마 거물들이 속속 컴백하는 상반기에 그 여부가 결정되지 않을까 싶은데. 물론 나는 그 가능성을 믿는 편이지만.

 

어떨까? 올 상반기 가장 눈여겨 볼 부분일 것이다. 기대해 본다.

'대중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동하에게는 아련함이 있다...  (0) 2010.01.26
소녀시대 - Oh!  (0) 2010.01.26
선미의 탈퇴와 원더걸스의 소모...  (0) 2010.01.23
희한하군...  (0) 2010.01.22
아티스트...  (0) 2010.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