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신의 선물 - 바뀌지 않은 현재, 샛별 납치되다

까칠부 2014. 4. 8. 07:11

또다시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엉망이 된 집에서 사라진 샛별을 데리고 있던 것은 다름아닌 한지훈(김태우 분)의 불륜상대였던 김수현(이보영 분)의 후배 주민아(김진희 분)였다. 아직 샛별이 납치당한 것이 아니었다. 한지훈으로 인해 유산을 겪어야 했던 주민아가 복수를 위해 김수현의 집을 찾아 샛별을 억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작진이 보여주는 정보들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된다. 스릴러란 게임이다. 작가와 독자가 서로의 의도를 숨기고 그 의도를 찾아내는 게임이다. 한 가지 절대 어겨서는 안되는 룰은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 정작 주민아는 샛별의 실종이나 죽음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녀의 개입으로 말미암아 시청자는 매번 추리에 혼선을 빚게 된다. 혹시나 주민아가 범인은 아니었을까. 범인과 어떤 관계까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엉망이 되어 버린 집안으로 보아 샛별이 벌써 납치된 뒤인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에 주민아를 통해 범인에 대한 단서를 던져주는 배려를 잊지 않는다. 얄미울 정도로 정직하다.


어째서 현우진(정겨운 분)은 그토록 기동찬(조승우 분) 가족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는가. 기동찬이 아무리 험한 말로 원망하고 비난해도, 심지어 폭력까지 휘두르는데도 묵묵히 참아주고 있었다. 현우진이 범인의 흔적을 지우는 모습을 보면서도 어쩌면 현우진의 선의에 대한 믿음을 지우지 못한다. 선의가 아닌 죄책감이었다. 기동찬이 아닌 현우진이 기영규(바로 분)를 쏘았다. 기동찬을 자기환멸과 자포자기로 내몬 당시 발포의 당사자가 다름아닌 현우진 자신이었던 것이다. 그 이중성과 위선에 경악하고 만다. 김수현을 쫓는 범인과도 현우진은 거래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김수현을 지키라며 기동찬을 풀어주는 위선을 보여준다. 감춰진 사연들이 드러나며 사건은 더욱 혼미를 더한다.


한지훈에게도 목적이 있었다. 그것은 그가 지금껏 추구해왔던 어떤 이상에 대한 것이었다. 그를 위해 누군가와 거래를 시도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협박하고 있었다. 그것을 자신이 바라는 세사을 만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말한다. 그를 위해 그는 아내인 김수현을 정신병원에 가둔다. 김수현을 위해서 그녀를 정신병원에 가두려 한다. 그 모순된 이중성이야 말로 한지훈 자신이 아닐까? 어떻게 자신의 아내이자 딸의 엄마인 김수현을 정신병원에 가두는 것이 그녀를 위하는 길이 되는가. 그런데 한지훈은 그것을 의심없이 믿고 있는 듯하다. 


떳떳하게 밝힐 수 없는 비밀스런 거래를 통해서, 더구나 협박이라는 수단까지 동원하여 이루고자 하는 이상이 과연 이상인가. 사랑하는 사람을 정신병자로 만들어 일방적으로 정신병원에 가두는 것이 과연 사랑인가. 자기기만이다. 자기가 자기를 속인다.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이루고 싶은 열망이 끝내 자기마저 놓아버리도록 만든다. 피해자가 된다. 세상에서 가장 가련한 순교자다.


결국 그것이 원인이 되고 있었다. 한지훈이 결정적인 단서를 손에 넣고 그것으로 누군가를 협박하던 그날 샛별을 시간을 거슬러오기 전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납치당하고 말았다. 한지훈에 의해 똑같은 옷을 입고 신을 신고 그때와 똑같이 방송을 통해 범인의 목소리와 함께 그 목소리가 들려진다. 열쇠는 한지훈이 쥐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때문에, 어떤 이유로 샛별은 납치당하고 살해당해야 했는가. 그 원인을 알아내지 않고서는 샛별을 구해낼 수 없다. 원죄가 사라지지 않는 한 샛별을 죽이려는 악의도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과 순서만 달라졌을 뿐 시간은 그대로 흘러가고 만다.


어쩌면 현우진의 비밀과 김수현의 생모 장미순(박혜숙 분)과 샛별의 대화가 어떤 단서가 되어주고 있었을 것이다.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딸에게 사과편지를 쓰는 순간에조차 장미순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딸을 위해서. 혹은 아버지를 위해서. 한지훈에게는 무엇이 있을까. 한지훈이 그토록 필사적으로 쫓고 있고 지키려 하는 그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누구나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 그러나 누구도 죄를 온전히 용서받지 못한다. 시간을 거슬러 오기 전 한지훈이 감추고 있던 비밀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에는 김수현이 아닌 한지훈이 샛별과 함께 있었다.


기동찬이 샛별의 머리핀을 발견한다. 시간을 거스르기 전에도 머리핀은 그의 바지 주머니에 있었다. 샛별이 납치되고 어디선가 샛별의 머리핀이 그의 바지주머니로 들어오고 있었을 것이다. 샛별이 납치되기 직전이다. 샛별이 납치되고 어딘가 샛별이 머리핀을 떨어뜨린 지점이 있을 것이다. 샛별을 찾는 단서가 되어준다. 김수현이 아직 정신병원에 갇혀 있다. 막연한 기억을 쫓아 김수현과 함께 새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범인은 과연 누구이며 무엇때문에 이런 일들을 벌이고 있는가. 경찰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조차 믿어서는 안된다.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운명은 결코 사람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머니 이야기'라는 동화를 떠올린다. 아직 하지 못한 것이 있다. 아직 내주어야만 하는 것이 있다. 댓가가 필요하다. 아이를 살리려면 그만큼의 댓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된다. 샛별을 구하려다 장미순은 하마트면 냉동차에서 동사할 뻔 했었다. 어머니가 딸을 버리는 것조차 딸을 위하는 마음에서다. 마지막 순간 김수현을 기다리고 있을 선택이란 과연 무엇일까.


범인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러나 여전히 범인은 오리무중이다. 얼굴도, 이름도, 동기도, 무엇하나 밝혀진 것이 없다. 오히려 더 의혹만 깊어진다. 단서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의문 또한 하나씩 늘어난다. 걱정도 된다. 그러나 그 모든 의혹과 의문들은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그곳이 어디인가 아직 장막에 가려져 있다. 또다시 게임에 도전해 본다. 흥미롭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