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누구의 눈물을 닦자 하는가!

까칠부 2014. 6. 3. 17:33

선조가 욕먹는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것이다. 일본군이랑 싸우는 것도 바쁜 와중에 의주에서 선위놀이나 하고 앉았었다. 나 임금 그만할 테니 세자 데려다 세워라. 그러겠습니다 할까?

 

태종 역시 양위를 미끼로 처가식구들을 낚았다. 내가 양위하마.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은 놈들은 역적. 왕조국가에서 왕이 물러나려는 것을 말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죄가 된다. 정도전에서도 나온다. 싫다는 이성계 왕위에 올리기. 동참하지 않으면 역시 죄인.

 

그런데 그런 수준도 아니다. 왕이 눈물을 흘렸으니 알아서 기자는 것이다. 왕이 눈물을 흘렸으니 왕이 하자는대로 다 들어주자는 것이다. 조선왕조에서도 그런 일은 없었다. 대통령이 눈물을 흘렸으니 국민이 닦아주자. 대통령의 눈물은 국민을 대신해 를리는 눈물이어야 한다.

 

왕조시대와 다르다. 왕조시대에는 왕이 곧 주권자였다. 민주국가에서는 국민이 주권자다. 대통령은 단지 국민의 주권을 대리할 뿐이다. 대통령이 눈물을 흘렸으면 국민의 눈물을 닦아줘야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여전한데 대통령 눈물을 닦아주잔다. 그게 통한다는 게 더 코미디.

 

그다지 한국인에 대한 기대가 없다. 한국유권자의 현명함이나 이성에 대한 기대 역시 없다. 그래서 선거결과 역시 낙관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주자? 대통령을 도와주자? 진짜 역대급이다. 살다살다 이런 선거를 보는 날이 오리라고는... 그래서 인생은 재미있다. 소련도 망했는데 뭐.

 

하여튼 어떤 코미디보다도 재미있는 게 한국인의 현실이다. 내가 한국인이라서일까? 정치수준은 국민의 수준에 비례한다.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지 않다. 어이없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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