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변호사라고 하는 직업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법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다. 당연히 법을 집행하는 사람도 아니다. 법으로부터 자신의 의뢰인을 지키는 사람이다. 변호사에 대한 두 가지 서로 상반되는 이미지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될 것이다. 의뢰인을 '지킨다'는 것과 그를 위해 '무엇이든 한다'는 것. 그래서 때로 정의의 편이 되고 때로 악역이 된다.
약혼녀이자 의뢰인인 유정선(채정안 분)을 구하기 위해 김석주(김명민 분)가 내놓은 타협안은 또다른 불법이고 탈법이었다. 해외로 빼돌린 자금을 검찰의 추적까지 피해 보다 안전하게 은직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어쩔 수 없었다. 의뢰인인 유정선이 유림그룹과 자신의 가족들이 다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자신을 속여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곳은 그녀가 평생을 살아왔고 다시 돌아가야 할 자신의 집이었다. 유정선과 유림그룹의 경영진을 모두 살리려면 결국 경연진이 지금까지 해 온 불법행위를 일부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타협이다. 변호사의 일은 의뢰인을 지키는 것이니까.
참 머리좋은 인간들이란 이렇게 무섭다. 아무리 사납고 난폭한 범죄자라도 그 피해범위란 그 주위를 크게 넘어서지 못한다. 수 쳔 명의 피해자가 무려 2조가 넘는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정작 최소한의 변제만으로 다시 원래의 기업들을 되찾고 있다. 잃은 것이라고는 없이 수 천 억 그 이상의 이익을 남겼다. 한 사람을 희생시키고, 오히려 피해자를 보호막으로 삼아서. 그것을 바로 김석주가 설계했다. 자신의 의뢰인을 위해서. 의뢰인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서. 뛰어난 변호사란 양날의 칼과도 같다. 신과 악마 무엇도 될 수 있다.
변호사로 인해 절망에 빠진 사람들과 그들이 다시 의지할 수밖에 없는 변호사라는 존재. 이지윤(박민영 분)은 말한다. 자기 잘먹고 잘살라고 법을 공부시킨다. 돈 많이 벌고, 출세해서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와 명예를 누리고, 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주위가 가지는 기대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법을 공부했으니 약자들의 편에 서기를 바란다. 남들보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있기에 그것을 자신들을 위해 베풀어주기를 기대한다. 역설이지만 어쩌면 그런 것이야 말로 대중이 가지는 속성일 것이다. 더 악하지도 더 선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개인들인 것이다. 그래서 작은 욕심에 너무 쉽게 속아넘어가기도 한다.
돈 더 많이 벌게 해주겠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거저 얻어지는 것이란 없다. 지나치게 이율이 높으면 그 안에는 무언가 다른 속셈이 감춰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세히 알아보려 하지도 않는다. 그것이 무엇인가 꼼꼼히 따져보지도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도 국내에서 알아주는 증권사에서 전문가가 추천하는 상품이다. 악하지 않은 무지와 독하지 못한 나태가 그들을 피해자로 만든다. 그래서 특히 금융은 조금만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있으면 장난을 치기도 그만큼 쉽다. 사기와 금융기법은 사실 그 경계도 모호하다.
아무튼 그 경계에 김석주가 있다. 지금껏 의뢰인을 위해 '무엇이든' 해왔다. 그러나 이제 '의뢰인'을 위해 무엇이라도 하려 한다. 가장 훌륭한 탐정은 가장 타고난 예비범죄자일 것이다. 범죄수법을 꿰뚫는 탁월한 직관과 상상력은 고스란히 범죄에 쓰일 수 있다. 스스로 온갖 법망을 피하는 수법을 계획하고 실제 실행에 옮겨왔었다. 불법 아닌 불법과 탈법 아닌 탈법들에 너무 익숙해 있다.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입장에서 저들의 수법을 어렵지 않게 추적해낸다. 가장 흉악하고 지능적인 범죄자가 탐정이 되었다. 그 현장을 유정선은 지켜본다. 그 변신이 그녀로서는 감당하기 힘들다.
어쩌면 유정선의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가족이다. 가족이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강제로 아버지와 떨어져 그다지 정도 없는 외가식구들과 함께 살게 되었다. 그녀에게 가족이 가지는 의미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가족이 될 뻔 했었다. 세상에 단 한 사람 자신의 반려가 될 뻔 했었다. 자신이 놓아버린 김석주와의 약혼반지를 혼자서 그 흔적만 쓰다듬고 있다. 기대고 싶고 기대하고 싶어지는 그의 존재가 부담스럽다. 하지만 결국 그에게 의지하고 만다. 그것은 또 어떤 의미일까? 기억을 잃은 김석주에게 모든 것이 진심이면서 진심이 아니라는 사실이 또 하나 장애가 된다. 극복해야 한다.
마침내 새끼새가 다 자라 사나운 맹금이 되어 둥지를 떠나간다. 차영우(김상중 분) 로펌은 지금의 그를 있게 한 든든한 울타리와 같았다. 하지만 그에게 족쇄이기도 했다. 기억을 잃고 과거의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순간 홀가분하게 벗어던질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의 자신을 정의하던 틀을 깨고 보다 넓은 세상에서 진정한 자신과 만난다. 하필 그때 아버지 김신일(최일화 분)은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으며 변호사 사무실의 문을 닫는다. 어찌보면 차영우는 김석주에게 또다른 아버지였을 것이다. 차영우의 품을 벗어나 진정한 고향으로 돌아온다. 진실한 자신을 찾는다. 물론 아직은 그 과정에 있다. 지난 과거와도 끝없이 맞서야 한다. 진정한 자신과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차영우 로펌이라는 자신의 소속마저 내던진다. 적이 될 수 있다. 장차 적이 되어 맞설 수 있다. 김석주가 꺼낼 수 있는 최강의 패다. 나와 싸우지 않으려면 적당히 타협하라. 어쩌면 자기 자신보다 자신을 보는 주위의 눈을 더 믿은 마지막 배수진이었을 것이다. 자신보다 더 자신에 대해 잘아는 차영우와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차영우도 그에게 마지막 인사와 예우를 보낸다. 장차 적으로 맞설지 모르는 서로를 향해. 그리고 김석주는 떠난다. 만남을 예고하며.
김석주가 떠난 자리를 대신하려 전지원(진이한 분)이 차영우 로펌으로 들어선다. 떠나는 김석주를 두 개의 눈이 지켜본다. 경계와 우려의 눈으로 보는 차영우와 미묘한 감정을 담은 이지윤의 눈이다. 의도한 대로 된다면 유정선이 곧 감옥에서 나오게 될 것이다. 아버지는 은퇴를 결심했다. 개를 데리고 아버지를 찾으려 한다. 그런데 벌써 11회다. 겨우 첫 걸음을 내딛었다. 자신의 의지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미니시리즈라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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