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한국인과 인정...

까칠부 2014. 6. 14. 15:50

한국인은 정이 많다.


한국인의 정은 너와 내가 같다는 데서 출발한다.


이를테면 서로 다른데 살다 보니 맞춰가게 되더라.


그게 정이다. 길들이고 길들여지는 것.


그렇다 보니 한국인의 인정은 자신과 다른 대상에 대해서는 가차없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도 있다.


다리를 떨면 복이 달아나는데 하룻밤 신세지는 집에서 주인이 다리를 떨더라.


나그네가 다리를 자르고 도망친다.


그리고 돌아와 보니 집주인은 부자가 되어 있더라.


자르고 붙인다. 떼어내고 늘린다. 어떻게든 같게 만든다.


그만큼 좁은 사회에서 살아왔던 때문이다.


다른 세계에서도 폐쇄적은 소수집단에서 그같은 경향이 나타난다.


다른 것을 인정한다. 다른 것을 받아들인다. 굳이 맞추려 하지 않는다.


가족이라면 어쩔 수 없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개입되면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타인이다. 남이란 나와 별개의 존재다. 그대로 내버려둔다.


어째서 인터넷이 이리도 뜨겁고 난폭하고 잔인한가.


인터넷을 통해 오히려 너무 다른 대상들을 많이 보게 되거든.


그것을 참지 못한다.


그것이 선의라는 점이 더 어이없다.


선의로 욕하고 선의로 비난하며 선의로 폭력을 가한다.


그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세상을 위해서.


그보다는 그로 인해 균열이 생긴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쿨하다는 건 다른 게 아니다.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다.


나와 다르다. 나와 같지 않다. 그래도 공존해야 한다. 그러니 그러려니 한다.


그게 안된다는 것이 지금 이 사회의 - 특히 인터넷문화의 문제다.


그냥 그렇게 사는 거다. 고양이처럼. 


토하고 오줌싸고 똥싸고 할퀴고 털날리고 그래도 산다.


인정의 다른 말이 오지랖이다.


그래도 상대를 위해서. 동의는 필요없다. 내 선의만 중요하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나는 착하고 정의롭고 도덕적인 인간을 무척 혐오한다.


세상에 가장 해악이 가장 착하고 가장 정의롭고 가장 도덕적인 인간이다.


일베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깨닫는다.


인정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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