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연애의 발견 - 아련한 기억, 사랑하고 사랑했던 사랑이야기

까칠부 2014. 8. 20. 07:13

드라마를 보는 내내 피식피식 웃음을 흘리고 마는 것은 아마도 필자가 그만큼 나이를 먹어간다는 뜻일 것이다. 최백호의 노래 '낭만에 대하여'의 가사처럼 실연조차도 달콤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 아프고 그리 괴롭고 그리 죽을 것 같았음에도 어느 순간 흐뭇한 미소로써 떠올리게 되는 때가 온다. 추억이 쌓여가는 것이야 말로 나이를 먹어가는 증거일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들의 이야기다.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혹은 먼 옛이야기처럼, 혹은 당장의 가슴아픈 사연들처럼. 돌이켜 보면 참 사소한 일로도 많이 싸운다. 별 것 아닌데도 괜히 심각해지고 그래서 틀어지기도 한다. 아니 당시는 무척 심각했을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일은 어디에도 없었을 것이다. 그것을 몰라주는 상대가 서운하고 화도 난다. 헤어지고 난 뒤 자기 일만으로도 힘든데 한여름(정유미 분)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에 화를 내며 전화기를 내던지던 강태하(문정혁 분)처럼. 어째서 사람들은 나의 어렵고 힘든 사정을 알아주지 않는 것일까.


사랑하는 방법이 서툴렀다. 한여름 자신도 인정한다. 이야기해야 했다. 이야기하지 못하도록 해야 했다.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상대에게 전해야 했었다. 강태하의 집에서 밤을 보낸 일로 남하진(성준 분)과 잠시 틀어져 있는 동안에도 한여름은 도준호(윤현민 분)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상황을 남하진에게 전한다. 얼마나 자신이 상심해 있는지. 남하진에게 실망하고 있는지. 한 편으로 얼마나 자신이 남하진을 사랑하고 있는지. 그리고 마지막은 직접 찾아가는 것이다. 직접 마주보고 살을 맞대며 서로의 체온과 진심을 느낀다. 강태하 때도 그랬다면 과연 두 사람은 그래도 그렇게 헤어지게 되었을까? 그럴만한 기술도 경험도 당연히 여유도 그때의 그들에게는 없었다. 


전화기 너머의 상대의 모습을 전혀 보려 하지 않았다. 지금 마주하고 있는 순간 이외의 상대의 상황이나 처지를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았었다. 그저 자기 일만으로도 정신없이 분주했다. 자기 감정을 추스르기에도 버거워하고 있었다. 마음이 충분히 상대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오죽하면 헤어지고 나서도 무려 5년이나 흘렀는데 아직도 어떻게 헤어졌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왜 헤어졌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상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터뷰가 재미있다. 아마 헤어진 연인들에게 다시 그렇게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비슷한 모습이 연출되지 않을까. 바보같고, 한심하고, 그리고 화가 난다. 결국 참지 못한 한여름이 화면을 넘어가 강태하의 뒷통수를 때리고 만다. 지나고 나면 우스워지는 지점이다. 그리 서툴고 어설펐던 그들이었다. 어른이 되어 그들은 다시 만난다.


비로소 안정적인 사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사랑하면 되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결혼도 꿈꾼다. 힘겹지만 그래도 행복한 미래도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때 옛사랑이 다시 나타난다. 미움과 원망뿐이던 사랑이 사랑으로 힘들어하는 틈을 타 그녀에게로 다시 돌아가려 한다. 물론 지금 한여름이 사랑하는 것은 지금의 연인 남하진일 것이다. 그러나 남하진에게도 그동안 그토록 찾아헤매던 흉터의 주인공이 운명처럼 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과연 그들은 지금의 균열과 흔들림을 일시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아니면 또다시 새로운 운명적인 사랑에 이끌리고 말까? 사랑에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못난 군상들이 그리 우습고 그리 사랑스럽다. 그래서 사랑은 아름다운 만큼 아프기도 한 것일 테지만.


강태하에게 첫눈에 반했다며 솔직하게 털어놓는 한여름의 모습이 무척이나 예쁘고 사랑스럽다. 예쁘지 않은 여배욱 어디 있겠냐만 그 순간만큼은 한여름, 아니 정유미보다 예쁜 여배우는 없는 것 같았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사랑에 놀라고 당황하고 그러면서도 설레고 들떠하는. 이미 멀리 지나가버린 시간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화내고 토라지고 절망하여 우는 모습은 지나간 시간들의 어디쯤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사랑을 찾아 새로운 행복을 누리려 하고 있었다. 사람은 지금을 살아가는 것일 테니까.


아마 사람마다 받는 느낌은 전혀 다를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평범한 듯 강한 개성을 드러내는 정유미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문정혁 역시 있는대로 힘을 뺀 일상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였던 것처럼. 물빛 담채화처럼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스며들고 있다. 진하지 않은 양념에 재료의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사랑하고 사랑했던 그런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그래서 '로맨스'라는 것일 게다.


도준호와 같이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에서 곤란했던 기억이 있다. 윤솔(김슬기 분)처럼 시작도 못한 혼자만의 사랑에 엉엉 소리내어 울어 본 적도 있다. 차마 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되어 있던 자신을 떠올린다. 그 또한 유쾌한 양념이 된다. 사랑에 대한 자신감은 사랑하기 바로 전까지만 유효하다. 또 하나의 사랑이 그 안에 숨어 있는 듯하다. 즐겁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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