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연애의 발견 - 가장 중요한 것, 끝까지 붙잡고 놓지 않는 것!

까칠부 2014. 9. 24. 06:59

"그들은 싸우고 토라지고 오해하고 의심하고 실망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려고 함께 노력했습니다."


윤솔(김슬기 분)의 대사가 바로 드라마의 주제였을 것이다. 현실의 사랑이란 그렇게 생각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래서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흔들리는 모습처럼 한여름(정유미 분)이 또다른 현실적인 선택을 하게 되리라는 것을. 하지만 아니었다.


불안해하고 있었다. 두려워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지금의 사랑이 끝날까. 혹시라도 지금의 행복이 끝나버릴까. 그래서 참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어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어도, 그래도 사랑을 지켜야 하니까. 그래서 더 의심하고 다그쳤다. 만에 하나라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예방하고자 더욱 독하고 야멸차게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한계에 이르고 말았다.


"너는 한 순간도 진심이었던 적이 없었어!"

"우리는 다른 사람이야! 완전히 다른 사람!"


그렇게 서로 돌아섰을 때 두 사람 모두 - 아니 지켜보던 시청자마저 이제는 다 끝나버렸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겠구나. 그토록 우려하던 상황이 벌어지고야 말았구나. 하지만 다음 순간 남하진(성준 분)은 혼란스런 자신의 감정마저 뒤로 한 채 오로지 한여름을 붙잡기 위해 집을 나서고 있었다. 그의 집 문앞에는 한여름이 쪼그려 울고 있었다.


오로지 자기의 입장만을 내세우느라 싸우고 있었다. 자기 생각을. 자기 감정을. 자기의 요구를. 그러나 정작 눈앞에서 상대가 사라지는 순간 두 사람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던 것은 서로에 대한 생각 뿐이었다. 서로를 사랑하는 한 가지 진심 뿐이었다. 그들이 진정으로 지켜야 하는 것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해. 누구보다 자신이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다른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경험으로 알았다. 다시 경험으로 깨닫고 있었다. 뒤늦게 후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사랑을 떠나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서러운 일인지. 지금 싸우는 이유 같은 것은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슬프게도 인간은 경험을 통해서만 그것을 깨닫게 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떠내보낸 - 혹은 자신이 스스로 떠나온 사랑을 다시 잡는 것이다.


첫사랑이 실패하는 이유일 것이다. 구남친 강태하(문정혁 분)가 한여름 앞에 나타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보다 더 절실하고 애닲았던 사랑이 지난 시절을 돌아보게 한다. 하지만 놓아 버린 사랑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서로가 서로를 놓아버렸던 과거였다. 그때처럼은 되지 않겠다. 강태하가 한여름을 응원하는 것도 조금은 진심일 것이다. 그때의 자신들처럼 이제는 그런 어리석은 선택은 하지 말기를.


가장 중요할 터다. 배민수(안석환 분)의 말처럼 오로지 지금만을 생각한다.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오로지 사랑하는 지금의 자신만을 생각한다. 아직 사랑하는 동안에는 사랑하는 자신에게만 충실한다. 언젠가 끝나버릴 사랑이라면 그렇기에 더욱 그 순간들을 소중히 여긴다. 어려서는 몰랐다. 사랑이 그렇게 쉽게 끝나버리는 것인 줄은. 그리고 사랑이 끝나고 난 뒤 밀려드는 미칠 듯한 후회와 미련들을. 허무와 상실감을. 마지막까지 붙잡고 놓지 않았다면 찾아오지 않았을 고통들을. 강태하와의 사랑을 발판삼아 남하진과의 사랑에 성공한다.


남자친구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지 않겠다. 장차 남편이 될 사람에게 빚을 지고 싶지 않다. 당연한 자존심이다. 하지만 이미 내 사람이라면 그 자존심마저 서로 공유하게 된다. 당연히 기대고 빚을 지는 것이다. 폐를 끼치고 실례를 한다. 허술한 모습도 보이며, 남보기 창피한 솔직한 자신의 모습마저 아무렇지 않게 서로 보여준다. 역시 강태하와의 만남은 자극이 되었다. 무엇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지 비로소 강태하와의 기억을 통해 떠올릴 수 있었다.


한 사람은 사랑을 떠나보내고, 한 사람은 비로소 새로운 사랑을 완성한다. 한 사람은 비로소 미뤄두었던 이별을 하며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한 사람은 마침내 손에 쥔 사랑의 기쁨과 행복을 만끽한다. 성장해가고 있었다. 기억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엇갈리며 실패한 지난 사랑만큼 새로운 사랑을 완성해가고 있었다. 사랑을 떠나보내는 것마저. 사랑을 끝내는 것도 사랑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끝내는 법도 알게 된다. 강태하가 눈물을 흘린다.


아니나 다를까 윤솔이 도준호(윤현민 분)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하기는 모를 수가 없었다. 짝사랑 경력만 벌써 십수년이다. 그동안 윤솔이 해 온 짝사랑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훨씬 선배다. 고수다. 내외를 하기 시작한다. 스스럼없던 것이 낯설고 어색하다. 아직 그 경계를 모르는 도준호가 한심스러울 뿐이다. 막 첫사랑을 시작할 무렵 조숙한 여자아이들이 철없는 남자아이들을 보는 눈이 저러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도준호에게 첫사랑일지도 모르겠다.


사랑이 끝나면 주위와의 관계 역시 끝나고 만다. 친한 친구가 연인이 되었을 때 주위가 곤란해지는 경우다. 이리저리 서로 친인과 지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름을 입에 올리기도 어색하고 불편해진다. 그나마 윤솔과 도준호는 처음부터 한여름의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또 서운하다. 그동안 먹인 술이 얼마인데. 업어다 집까지 데려다 준 것이 몇 번인데. 그조차 정리한다. 정리해야 한다. 사랑을 떠나보내는 강태하의 모습이 그래서 아리다.


작가가 진정으로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 게다. 그렇게 서로 오해하고 의심하고 토라지고 다투고 돌아서면서도 그럼에도 사랑하는 것이라고. 사랑하게 되는 것이라고.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없이 넘어지며 아이가 걷는 법을 배워가듯, 수없이 상처입어가며 사랑하는 법도 배워간다. 한 걸음 더 성숙해간다. 한여름도, 강태하도, 남하진도. 조금은 더 괜찮은 사랑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눈물의 가치를 안다. 무게와 의미를 안다. 언제 어떻게 눈물을 흘려야 하는가를 알고 있다. 남발하지 않는 그 절제가 드라마의 미덕이다. 굳이 고함을 지르며 몸으로 사랑한다 과시하지 않더라도 그들은 사랑하고 그리고 사랑할 수 있다. 마냥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메마른 현실에만 속한 것도 아니다. 충분히 혼란스러웠고 충분히 돌아왔다. 하지만 크게 멀리 돌아오지는 않았다. 마침내 도착했을 때 지나온 길이 선명히 보인다.


사랑스러운 드라마다. 진짜 사랑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사랑하고 싶어진다. 사랑하게 된다. 드라마를. 그리고 배우들을. 그들이 연기한 캐릭터를. 사람은 사랑하며 살아간다. 누구나 사랑하며 살아간다. 울며 아파하며 좌절하면서도.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에도.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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