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연애의 발견 - 한여름의 눈물, 사랑과 사랑 사이에서

까칠부 2014. 9. 23. 07:31

"사랑보다 더 슬픈 건 정이라며

고개를 떨구며 울던 그 사람"


아직도 사랑과 익숙함의 경계를 알지 못한다. 아직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사랑했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일까. 사랑이 주는 편안함과 안락함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다시 시린 고독으로 내던져지고 싶지 않다. 별다른 일만 없으면 그냥 이대로 사랑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사랑하며 살고 싶다.


무엇이 정이었을까? 매일같이 자신을 찾아오는 강태하(문정혁 분)를 어느새 기다리게 되어 버린 것이었을까? 아니면 강태하에게 이끌리면서도 끝끝내 남하진과(성준 분)의 관계를 지키려 하는 그 마음이 정이었을까? 아마 한여름(정유미 분) 자신도 자신의 진심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남하진을 떠날 수도, 그렇다고 강태하를 단호하게 끊어낼 수도 없다. 남하진이 있기에 강태하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고, 강태하가 있기에 남하진과의 관계가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끝내 울고 만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강태하가 건네준 강태하와의 기억들을 한여름은 차마 태워버리지 못하고 침대 밑에 감춰둔다. 우연히 참가한 강태하 회사의 워크샵에서 출제된 문제들이 하나같이 강태하와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사실 그 장면에서 어쩌면 이것이 한여름이 강태하를 향한 미련을 모두 정리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오히려 간절히 행복했던 기억들이었기에 더욱 헤어진 현실을 깨닫게 만들어 줄 것이다. 강태하는 그랬던 것 같다. 소중했던 기억들로 웃고 떠들며 경품까지 받아가는 모습에서 그것이 현실인가고.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했다. 이별을 말하는 순간 이별을 의식하게 되어 버렸다. 비로소 완전하게 헤어지게 되었다는 것은 다시는 강태하를 만날 수 없다는 뜻이다. 다시는 강태하와 전과 같이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 왈칵 눈울이 솟구친다. 애써 무시하며 억지로 눌러왔던 감정들이 자신도 모르는 새 눈물이 되어 흘러내린다. 여전히 남하진을 사랑하고 사이 또한 좋지만 그러나 그녀의 마음의 일부는 어느새 강태하를 향하고 있다. 역시 모른다. 그것이 사랑인지, 아니면 미련인지, 그도 아니면 단지 정인 것인지. 끊어내기 쉽지 않다. 정이 더 슬픈 것은 사랑은 사랑이 끝나는 순간 그것으로 더이상은 없기 때문이다.


사랑은 언젠가 끝난다. 서로에 대한 마음이 식는 순간 사랑 역시 끝나고 만다. 사랑하는 관계 역시 그것으로 모두 끝나버리고 만다. 정은 남아 있다. 기억이 남아있는 한 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했던 기억이 있는 한 그 사람을 온전히 마음에서 지워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랑이 끝남을 대비한다. 사랑이 끝나버리는 순간을 이야기한다. 남하진은 영원한 사랑을 믿는다. 한여름은 그렇게 깊고도 아픈 사랑을 했었다. 그녀의 마음속 변화를 보여준다.


그렇게 자신조차 자기의 마음을 어떻게 할 수 없는 때가 있다. 윤솔(김슬기 분) 역시 갑작스럽게 찾아온 은규(구원 분)의 고백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은규를 사랑했던 마음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이미 윤솔에게 진심을 고백한 윤정목(이승준 분)이 있었다. 무엇보다 그만큼 시간이 흘러 있었다. 여러 사건들이 있었다. 이전과 같지 않다. 하지만 남은 미련이 아직 은규를 단호히 거부하지 못하게 만든다. 아직 전하지 못한 도준호(윤현민 분)의 진심은 어찌될 것인가. 한심할 정도로 비루하고 우스울 정도로 처절하다.


멋진 이별이란 있을 수 없다. 쿨한 사랑이란 역시 있을 수 없다. 사랑이란 소유욕이다. 집착이고 탐욕이다. 그저 괜찮은 척 하는 것 뿐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것 뿐이다. 한 꺼풀 벗겨 보면 모두가 똑같다. 후회에, 미련에, 울며 발버둥치며, 자신에 대한 환멸에 자기를 학대한다. 단지 남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 정확히 그렇게 믿고 있을 뿐 그 본모습은 차마 보아주기 힘들 정도로 한심하고 못난 꼬락서니 그대로다. 강태하처럼. 뜻밖에 한여름의 진심을 알게 된 남하진은 또한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까. 도준호는 원래 한심했다.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은 어쩌면 사랑하면서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노래일 것이다. 사랑도 아니고 정도 아닌, 무엇도 선택할 수 없는 절박하고 안타까운. 새삼 깨닫는다. 아니 그러면서 아직 전혀 알지 못한다. 무엇이 진심인지. 무엇이 자신의 마음인지. 노래처럼 남하진을 사랑하면서 한여름은 강태하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무언가 급하게 지나간다. 아직 남하진도 한여름도 서로에게 자신의 숨은 진실을 털어놓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다.


남자가 한심해도 좋은 유일한 경우일 것이다. 사랑 앞에 자신마저 잃어버린다. 있는대로 힘을 뺀 문정혁의 연기에서 배우로서의 관록을 느낀다. 사랑스럽기만 하던 한여름의 얼굴의 삶의 모든 혼란과 고뇌를 겪은 성숙한 여인의 그것으로 바뀐다. 그런 정유미의 모습이 어느때보다 아름답다. 매혹된다. 사랑하고 싶어진다.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드라마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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