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서태지 - 크리스말로윈

까칠부 2014. 10. 17. 03:46

유럽의 신화에 등장하는 장난꾸러기 요정을 보는 것 같다. 너무 짓궂어서 모두를 불행에 빠뜨리고 만다.

 

모두는 구세주를 갈망한다. 초월적인 무언가로부터 현실에서 구원받기를 소망한다. 산타는 그같은 소소한 바람의 투영일 것이다. 착한 일을 하면 크리스마스에는 산타가 와서 선물을 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산타는 악령이었다. 도깨비였다. 장난꾸러기 요정이 들려준다. 산타로 변장하고 사람들을 찾아가 기대와 희망을 부숴놓는 존재의 이야기를.

 

그러고 보니 아주 오래된 유머가 있었다.

 

"아직도 내가 네 엄마로 보이니?"

 

인간의 무책임한 낙관과 기대에 대한 조롱이다. 게으르고 무지한 인간의 몽상과 탐욕을 비웃는다.

 

전반적으로 겹겹이 중첩된 사운드가 무거우면서도 가볍다. 그래서 요정을 떠올린 것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요정과는 다르다. 그건 아주 최근에 생겨난 이미지다. 의도한 것이라면.

 

크리스마스와 할로윈의 이미지를 대비하여 중첩한다. 결국은 축제다. 꿈과 희망, 그리고 저주와 절망. 아니 그조차도 누군가에게는 축제다. 아마 요정이겠지. 요정의 그것처럼 노래는 소란스레 겹쳐 들린다.

 

신선하면서도 대중을 거스르지 않는 사운드가 한 편으로 현실과 대중을 비웃는다. 정면으로 도전하지는 않지만 약올리며 귓가를 맴돈다. 요정은 결코 진실을 바로 전하지 않는다.

 

아주 좋다. 과연 서태지. 강박적일 정도로 사운드에 집착하는 그의 완고함이 빛난다.

 

늦게 들었다. 요즘 정신이 없다. 몸도 좋지 않고. 일찍 들으려 했지만.

 

서태지다운 음악일 것이다. 누가 뭐라든 그는 서태지다. 그것이 전부다.

 

근래 가장 신선하고 완성도있는 음악이었다. 메시지에 현혹된다. 요정에 매혹된다. 악령의 축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