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적 관행이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국가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에 우선할 수 없다. 하물며 국가적 특수성에 대해서도 세계는 인류보편의 가치를 내세워 그를 경계하고 수정하려 노력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오히려 합법인 수많은 인권유린에 대해 국제사회가 나서려 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래왔으니까. 모두 그러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그것이 옳은 것이 되는가. 잘못이 아닌 게 되는가. 하기는 그래서 내부고발자가 특히 우리사회에서 그토록 외면당하고 고통받고 있는 것일 게다. 혼자만 잘났다. 그러나 정작 그 집단을 벗어나고 나면 오히려 그가 보편의 상식에 맞는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원래 노예는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이다. 임금노동자라면 월급만 주면 끝이다. 그걸로 어디서 노숙을 하든, 돈없어 굶어 죽든 사용자가 신경쓸 바가 아니다. 인권을 유린하고 제대로 댓가도 지불하지 않았음에도 그저 먹여주고 재워줬으니. 역시나 그러니까 노동자들 임금이 얼마라 하면 난리가 나는 거다. 심지어 청소용역들조차 얼마 받는다 하니 뭐 그리 많이 받는가. 배곯지 않게 해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러고 쓰고 있으려니 납득이 간다. 아, 그런 이유였구나. 이것이 대한민국의 보편이고 상식이었구나. 먹고 살기 위한 일이다. 먹고 자고 살기만 하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여가도 없고, 가족을 위해 시간을 내려 해도 당장 눈치가 보이고, 심지어 인격적으로 성적으로 모욕당해도 참아야 한다. 거부하면 안된다. 관행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 야근을 거부하는 것을 욕하지 야근을 강요하는 것을 욕하지 않는다.
그냥 그래왔으니까. 먹여는 주었으니까. 그래도 유죄이기는 한 걸 보니 어디에서 타협해야 할 지 고민은 많이 한 듯 하다. 노동부에서 배포했다는 면접모범답안을 보면서 새삼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대한민국의 다수에 대해서도. 비난하지 않으련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웃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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