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도 너무 빠르다. 급하다고 벽을 허물고 산을 가로지른다. 지도 위에 그냥 선 하나만 긋고 다 갔다고 말한다. 원래는 그 과정에서 보여주어야 하는 것들이 있었을 것이건만. 이를테면 기자 최달포(이종석 분)가 형 기재명(윤균상 분)의 진실을 하나씩 파헤쳐가는 장면같은 것들이.
형 기재명은 복수를 꿈꾼다. 자신과 가족들을 나락으로 내몬 언론을 이용해 영웅이 된 것도 그 복수를 위한 일환이다. 언론과 대중을 철저히 기만하고 조롱한다. 가장 악랄하고 지독했던 송차옥(진경 분)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송차옥의 곁에는 그녀의 딸 최인하(박신혜 분)도 있다. 어머니와 동생을 한꺼번에 잃었으니 송차옥 역시 자신의 딸과 함께 죄의 댓가를 치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기재명이 MSC와의 인터뷰를 받아들이고 MSC가 의도한 대로 영웅놀음에 동참하기로 결심한 것이 최인하의 정체를 알고 나서였다.
형 기재명이 복수를 위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그 순간 최달포는 기자로서 기재명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기재명이 철저히 은폐한 그의 범죄를 쫓아 그 진실을 밝혀낸다. 황교동(이필모 분)의 말처럼 고민도 갈등도 일단 기자로서 진실을 밝히고 난 다음에 시작하는 것이 옳다. 가정이나 추정은 단지 가능성일 뿐 결코 사실이 될 수 없다. 그런데 그 과정이 기재명과 직접 만나서 몇 마디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그냥 넘어가고 만다. '복수를 바란다'는 기재명의 말 한 마디에 기재명이 범인일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최달포가 송차옥을 이해하고 용서해야 하는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 진실을 알려하기보다 보다 쉽게 진실을 믿어버리려 했다. 나머지는 당시 기하명이 어머니와 바다로 뛰어내린 현장에 남아 있던 신발을 단서로 최달포의 정체를 알아버린 최인하와의 애닲은 사랑이야기다.
중심이 없다. 전작에서도 역시 지적되었던 부분일 것이다. 피노키오가 사라졌다. 최인하의 캐릭터에서 피노키오의 역할과 비중이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기자로서의 엄밀함이나 철저함보다는 인정에 이끌린다. 기자로서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형과 동생으로서만 만난다. 경쟁방송사의 라이벌기자가 아니라 단지 사랑하는 연인으로서만 서로를 대한다. 그래서 취재할 시간이 없다. 사건을 뒤쫓을 시간이 없다. 서범조(깅영광 분)의 비중 역시 이제는 라이벌이라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드라마란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다. 어쩌면 원칙에 너무 충실한 결과일 것이다. 기재명이 송차옥에게 복수하려는 듯 보이는 그 순간 송차옥은 최인하에게 모성을 드러내고, 최인하는 진실을 알고서 최달포를 찾아간다.
아무튼 사실상 이쯤에서 피노키오라는 애초의 설정은 그 의미를 잃고 있을 것이다. 진실여부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설사 거짓으로 판단했더라도 그다지 비중이 높지 않다. 그것이 어떻게 행동으로 결과로 이어지는가도 당연히 모호하기만 하다. 그냥 그들은 사랑을 한다. 최인하나 최달포나, 아니 박신혜나 이종석이나 너무 매력적인 주인공들이다. 그저 함께 있는 자체만으로 이미 그림은 완성된다. 두 사람만 보여주면 충분하다.
물론 그렇더라도 그라마에 최달포, 최인하 두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른 경로, 다른 이유로 다른 캐릭터들 역시 그들이 알고 있는 진실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 다만 그것이 최달포가 아니라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들이 진실에 보다 다가서게 되었을 때 최달포의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 선택을 강요당한다. 아직 초반에 불과하기는 하다.
오랫동안 헤어진 형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에 대한 깊은 정이 없다. 기재명을 향한 최달포의 감정이 상당히 단편적이고 평면적으로 그려지는 듯 보인다. 역시 진짜 고민은 친형과 마주하고부터다. 진실을 알게 되고 부터다. 그냥 한 발 물러선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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