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무언가를 위해 회사에 다니는 것이 아니다. 빠른 승진과 높은 연봉, 다름아닌 자신의 이기와 성취감이다. 차라리 가족이라면 응석도 부리고 억지도 부릴 수 있다. 하지만 타인이다. 단지 필요에 의해 팀이라는 단위로 묶여 서로를 동료라 일컫고 있을 뿐이다.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자기 사람이라 여기는 김동식(김대명 분) 대리가 또 한 번 주재원 발령에 실패하고, 더구나 그 일로 회사내 대리들이 자신을 비난하는 것을 우연히 들으며 오상식(이성민 분)은 고민하고 있을 때 공교롭게도 집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가장으로서 자신이 책임져야 할 아내와 아이들과, 그리고 영업 3팀의 장으로서 자신이 책임져야 할 부하직원들이 그 순간 교차한다. 과연 자신은 팀의 장으로서 팀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관리자의 일이란 자기에게 속한 직원들에 대한 관리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회사를 위해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 또한 관리자의 일이다. 가능성이 보인다면 그를 위해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선차장(신은정 분)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영업 1팀의 모습이 그같은 깨달음을 더해준다. 김동식 대리는 물론 어쩌면 자신의 입장만을 생각한 무리한 요구와 지시에도 기꺼이 따라와 준 영업 3팀이 자기에게는 너무 과분하다. 과로로 쓰러진 선차장의 일을 대신하며 어쩌면 그것은 김동식과 자신의 팀원들을 위해 자기가 조금 더 양보하고 수고하는 것에 불과하다 여겼을 수 있다. 자기 일이 아니고, 안해도 상관없지만, 선차장을 위해 오상식은 자신의 주말까지 기꺼이 희생한다. 그런데 더구나 자신의 팀원들을 위해서는 그것이 불가능할까? 최전무(이경영 분)는 장그래(임시완 분)의 거취에 대해서까지 넌즈시 언질을 주고 있었다. 최전무가 내려준 동앗줄을 잡는다면 오상식 차장은 자신의 팀원들을 위해 더 많은 것들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관리자의 입장이라는 것에 대해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일만 하고 싶다. 그렇다고 일만 할 수는 없다. 정치는 싫다. 하지만 정치를 해야 한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다. 자신의 책임 아래 있는 부하직원들을 위해서다. 일한 만큼 실적을 내고, 그 실적에 걸맞는 보상을 받는다. 그 당연한 상식이 현실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도 자기가 힘을 가져야 한다. 힘이 없다면 빌리기라도 해야 한다. 김동식 대리를 위해 이미 한 번 최전무에게 허리를 굽혔다. 그것이 팀의 장으로서의 자신의 일이기도 하다. 결심한다. 그도안 너무 이기적으로 살았다. 자신만 알았다. 아내에게 묻고 동의를 구하는 것은 역시 나름의 이기이며 응석일 것이다. 어찌 보면 책임이 두려운 약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가 일어선다.
동기의 의미와 신입사원 4인방의 성장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김동식을 위해 대리들이 괜히 그의 상사인 오상식 차장을 비난한다. 김동식을 위해 모여 술을 마시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를 위해 호텔에서 엉켜 잠든다. 시작은 오상식 차장의 부름이었다. 하필 그곳에 장백기(강하늘 분)와 안영이(강소라 분)와 한석률(변요한 분)이 있었다.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일을 위해 함께 힘을 모은다. 언제부터인가 오상식 차장은 뒤로 물러나 있었다. 그동안 배운대로, 그동안 자신이 겪으며 익혀 온 바를 충실히 살려 자기들만의 일을 완성한다. 오상식 차장이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자신들만의 실력으로 만들어 내놓는다. 여전히 장그래는 영어를 할 줄 모른다. 차이가 드러난다. 어찌되었거나 마침내 1년만에 햇병아리 신입사원들은 너끈히 자기들 힘만으로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함께 엉켜 잠든다. 결국은 서로간의 경쟁에, 부서간의 입장에, 무엇보다 장그래는 계약직이다. 언제까지나 함께일 수는 없다.
항상 자기의 이기만을 생각할 수는 없다. 그것이 관계라는 것이다. 알면서도 속아주고, 몰라서도 또 속아주고.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도 있고, 주는 것이 있으면 받아야 할 것도 있다. 항상 리스크를 동반해야 하는 것이다. 양보하거나 희생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사춘기 소년 같다. 혼자서만 낭만의 시대를 살고 있다. 뻔히 보이는 리스크를 성공할 경우 돌아올 보상과 교환한다. 오차장이 최전무에게 이기는 길은 최전무의 인정을 받는 것 뿐이다. 자기가 틀리지 않았음을 최전무의 인정을 통해 확인받는다.
조금은 판타지를 가미했다. 어쩔 수 없이 이것은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현실을 그대로 보여줄 것이면 굳이 드라마로 방영할 필요가 없다. 때로 현실을 잊게 만드는 것은 현실에 불가능한 판타지다. 서로가 속한 부서를 떠나,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위치와 역할을 벗어나, 그들은 그렇게 한 팀이 된다. 오차장은 그로써 결심하게 된다. 숨을 고르고 잠시 멈춰선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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