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명품가방이 문제였을까? 명품가방만 없었으면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을까? 명품가방을 2배나 비싸게 팔기에 아이들 사이에 서열이 생겨난 것일까, 아니면 원래 서열나누는 것을 좋아해서 명품가방이 단지 그 수단이 되었을 뿐일까. 현실에서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그리 가르친다.
"너와 수준에 맞는 아이들과 어울리라!"
자본주의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그래서 향신료 한 번 비싸게 팔아보겠다고 막막한 바다로 무작정 배를 띄우기도 했었다. 비단을 팔기 위해 거친 사막을 가로지르는 이들도 있었다. 남들 겨우 1할 남겨 파는 것을 그 몇 배의 이익을 보겠다고 기술도 개발하고 마케팅도 구상한다. 그같은 경쟁과 노력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는 지금과 같은 고도의 성장과 발전을 이룬 것이었다.
어차피 너무 비싸면 팔리지 않는다. 2배의 가격이라도 충분히 팔리고 있다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2배의 가격에도 팔 수 있는 제품을 굳이 그 이하의 가격으로 파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그리고 그만한 가치를 상품에 부여하는 것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요구되는 기술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외국에서보다 2배나 비싸게 파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팔아도 사람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그 비결을 궁금해해야 하는 것이다.
뉴스의 포커스를 잘못 잡았다. 명품가방의 가격이 얼마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 살만하니 사는 것이다. 살 수 있다 여기고 가격을 매기는 것이다. 문제는 살 수 없는데도 사려 하는 것이다. 살 수 없는데 사야만 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것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다. 어째서 고작 가방 하나 때문에 동급생끼리 층이 나뉘고, 서로 따돌리며, 심지어 범죄까지 저지르게 만드는가. 그래서 언론에 문제가 많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려운 본질보다는 쉬운 외면만을 훑는다. 쉽게 비난하고 책임을 떠넘길 대상만을 찾는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행태에 대해 송차옥(진경 분) 한 사람에게만 모든 비난을 집중하던 것처럼.
결국은 그런 수준의 언론이로구나. 바로 백화점으로 찾아가 가방의 가격부터 묻는다. 마치 백화점에서 수입해서 판매하는 가방에 모든 원죄가 있는 것처럼. 발단은 아들을 위해 가방을 훔치려 했던 어느 아버지에 대한 동정이었다. 송자옥을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기하명(이종석 분)이 기자로서의 양심을 선택한 것 역시 언론과 여론으로부터 고립된 송차옥의 모습에서 과거 자신들의 모습을 보았던 때문이었다. 이성이 아닌 감정이 가리키는 정의란 곧잘 그런 함정에 빠지고 만다. 감정적 호불호가 양심을 대신한다. 대중은 좋아할지 몰라도 진실과는 거리가 먼 단지 표면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서범조(김영광 분)의 어머니 박로사(김해숙 분)를 끌어들이기 위한 장치였을 것이다. 송차옥과 문자를 주고받고 있었다. 13년 전에는 서범조의 집을 찾아가 핸드폰도 두고 왔었다. 굳이 그 사실을 딸 최인하(박신혜 분)에게 감추려 하고 있었다. 문자를 주고받았다. 송차옥이 한창 궁지에 몰려 있을 때 자기는 사람을 쉽게 버리지 않는다며. 송차옥 역시 누구에게도 않던 사과를 박로사에게만 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바뀐다. 사람좋은 넉넉한 아주머니에서 냉혹한 기업의 경영자로. 하기는 그만한 기업을 일구는데 마냥 사람이 좋기만 해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녀는 또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역시나 기하명과 최인하, 서범조, 이 세 사람의 삼각관계로 대부분의 분량을 소진하고 있었다. 서로 경쟁방송사에 속해 있으며 기자로서 경쟁하는 모습이 아닌 취재조차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함께 모여있기 위해서다. 모여서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더욱 기자라는 원래의 소재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설마 이런 것이 실제의 언론이라는 것일까. 아직 햇병아리라는 것일 테지만, 그러나 역시 한가롭게만 여겨진다. 세상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사랑이다.
제목과 드라마가 갈수록 멀어지기만 한다. 어째서 '피노키오'가 제목인지. 최인하가 굳이 '피노키오'여야 할 이유가 있는지. 최인하의 딸꾹질이 드라마에서 무슨 역할을 하고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지. 항상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야 하는 연인이란 제법 흥미로운 설정이기는 했다. 두 사람의 연애가 드라마를 정의한다. 그래도 드라마는 재미있다. 이유일 터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659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년 드라마들을 돌아보며... (0) | 2014.12.31 |
---|---|
피노키오 - 송차옥의 비밀, 악연의 실체가 밝혀지다 (0) | 2014.12.26 |
오만과 편견 - 뜻밖의 반전 "내가 죽였으니까!" (0) | 2014.12.24 |
오만과 편견 - 한열무의 선택,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0) | 2014.12.23 |
펀치 - 신하경... (0) | 2014.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