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100분토론에서 검찰의 애로사항을 말하는 홍준표에게 유시민은 이렇게 일갈했었다.
"검사는 단지 곤란한 정도지만, 시민들은 그로 인해 인생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딸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그토록 증오스럽던 전남편의 병을 알았다. 그래서? 그 결과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한 가장이 술을 마시고 운전하여 수많은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린 당사자가 되었다. 그 짐은 고스란히 그 가족에게 지워질 것이다. 어째서 그들이 검사인 것인가.
그러고도 눈물을 흘리는 자체가 차라리 역겹고 혐오스러웠다. 자기연민일 것이다. 스스로를 가엾게 여기고 위로하고 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개인의 야심과 인정을 위해 태연히 법을 농락하는 전남편 박정환과 신하경이 다른 것이 무엇인가. 차이라면 박정환과는 달리 신하경의 경우 이태준과 직접적 관계가 아직은 없다는 정도일 것이다. 이태준과 아는 사이였다면 이태준의 곤란한 사정에 신하경은 또다시 눈물을 흘리며 되도 않는 미안함만 되뇌이고 있었겠지.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인정에 이끌린다. 관계가 지배한다. 검사가 아니다. 판사가 아니다. 선생님도 아니다. 아버지다. 어머니다. 아내다. 자식이다. 친구다. 개인의 관계가 공적인 책임과 역할마저 정의한다. 부패는 죄가 아니다. 인정을 거부하는 것이 죄다. 김구라와 관련해 요즘 뜨거운 보증문제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차라리 남편을 배반하더라도 기존의 가족과의 인정을 거부할 수는 없다. 그것은 나쁜 것이다.
차라리 대놓고 나쁜 놈들은 이해가 간다. 그놈들은 원래 나쁜 놈들이니까. 경계하고 감시하고 그리고 심판하면 된다. 그 심판의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 평소 착한 척하던 신하경이었다. 그런 놈들을 수사해서 벌주라고 검사를 시켜놨더니 정작 중요한 순간에 개인의 사정에 이끌려 그 손을 놓아 버린다. 미리 대비도 예방도 할 수 없다. 가장 악질적이다. 악한 것이 아니다. 약한 것이다. 신하경이나, 박정환이나. 그래도 박정환은 위선은 떨지 않는다. 기분나빠서 더 봐야 하는 건지...
동정은 않는다. 연민도 않는다. 그것은 온전히 자기가 선택한 것이다. 한 가장과 그 가족의 명예와 행복과 맞바꿔 자신이 선택한 것이다. 그 죄가 오롯이 그 위에 올려진다. 드라마일 뿐이지만.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본다. 어째서 한국 사회는 이토록 부패에 무감각한가. 이해하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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