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함께 호흡하기에 대중문화라 하는 것일 게다. 마치 공기와도 같다. 필연처럼 일상의 배경이 되어 준다. 흔적들이 기억이 되어 남는다. 시간과 함께 무르익어간다. 리메이크가 힘든 이유다. 어떻게 해도 그 시간들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울고 웃고 화내고 기뻐하던 순간들이 있었다. 스타란 그 상징이며 대상이다.
젊었을 적 화려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부모님 역시 그 시절 가장 인기있었던 스타를 이야기하고는 한다. 어떤 영화를 보았고, 어떤 소설을 읽었고, 어떤 음악들을 들었고. 나이가 들어 흘러간 옛노래를 찾게 되는 것은 단순히 노래를 듣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의 기억들도 함께 떠올리고자 하는 것이다. 아름답고, 순수하고, 건강했었다. 가난하고 고단하고 버거웠던 시절들조차 열정과 희망이 있었기에 여전히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었다. 대중문화가, 그리고 스타의 존재가 시간을 되돌리는 열쇠가 된다. 어느새 그 시간들로 되돌아간다.
단순한 추억만은 아니었다. 더 열심이었다. 오랫동안 등지고 살아온 시간들이었다. 몸도 마음도 예전과 같지는 않다. 예전에는 그리도 쉽고 당연하기만 했던 것들이 이제는 그 몇 배의 노력으로도 비슷하게조차 해내지 못한다. 전부터 해오던 일들을 관성으로 반복하는 수준이 아닌 새롭게 시작하는 것처럼 열정과 노력까지 모두 되돌리고자 한다. 그 시절의 설레임과 두근거림까지 모두 재현하고자 한다. 그 몇 배의 몇 배의 노력을 더해서. 두고 온 후회와 미련과 망설임과 안타까움마저 모두 더해서. 지금의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어서다.
그만큼 열심히 살았었다. 그만큼 충실히 살아왔었다. 몸은 전혀 마음같지 않지만 쿨의 맏형 김성수는 딸 앞에서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어 했었다. 예전과 비교하면 형편없다고 할 수 있는 춤과 랩이지만 딸이라면 기꺼이 무대위의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다. 이재훈 역시 전성기와는 달리 숨도 가쁘고 힘도 딸리지만 그 자리를 지난 시간들 속에 더 넓어지고 깊어진 감정들로 대신한다. 무대를 떠나있었던 시간들이 김정남으로 하여금 한결 오버스럽게 대중과 만나도록 만든다. 무의미했을까? 무가치했을까? 엄정화마저 오히려 전성기보다 더 농익은 매력을 여유속에 자연스럽게 흘려내보낸다. 더 멋있어졌다.
그때처럼 잘한다. 그때처럼 열심히한다. 그 의미를 관객 역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시청자 또한 굳이 방송으로 보여주지 않더라도 대부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를 위해서 그들이 들여야 했을 시간과 노력들을, 그리고 그조차 전과 같지 않음에도 그들을 다시 무대로 돌려세워준 그들의 시간들에 대해서. 관객 역시, 시청자 역시 마찬가지다. 시간을 거스른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자신은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착각이면 어떻고 오해면 어떤가. 그것은 자신을 위한 힘이 되어 준다. 지금을 위한 힘이 되어 준다.
그다지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니 좋았던 것보다 그 반대였던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하나같이 우울하고 피곤하고 힘겨운 것들이다. 그래도 살아있지 않은가. 살아왔지 않은가. 추억할 수 있다. 화려한 무대처럼. 무대보다 더 아름다운 그들처럼. 자신 역시 그들과 같을 것이다. 대신이 된다. 다른 시간을 사는 뒷세대로부터 인정받는다. 자신이 인정받은 것 같은 뿌듯함이다. 저들과 다른 자신들만의 특별함이 있다.
아쉽다면 아무리 컨셉이 그렇다고 계속해서 추억을 강조하는 멤버들의 태도였을 것이다. 추억이 아닌 현재여야 했다. 가수들만이 아닌 '무한도전'의 멤버들도 함께 과거로 돌아가야 했을 것이다. 지금을 사는 사람들로부터 유리된다. 지난 추억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현재다. 남의 이야기는 원래 재미가 없다. 내 이야기처럼. 가수들이 살렸다. 음악은 항상 현재다.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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