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삼시세끼 어촌편 - 평범하지만 특별한, 일상과의 만남

까칠부 2015. 3. 14. 04:00

재미란 일상의 파괴다. 예능이란 일상의 사소함이다. 대단한 것들이 대수롭지 않아지고, 일상적인 일들이 특별한 사건으로 바뀌어간다. 유리되지 않은 지금 여기에서 느끼는 새로움이며 신선함이다. 신기하면서도 익숙한 이야기들이다. 그렇게 TV와 시청자의 일상이 만난다.


무엇이 그리 대수로울까? 그저 회전초밥이다. 고작 해물피자다. 회전테이블부터 직접 만든다. 동네를 돌며 쓸만한 것들을 찾고, 그렇게 찾은 것들을 어떻게 용케 끼워맞춰 비슷하게 만들어낸다. 익숙한 모양들이 어느새 낯설고 어색한 회전초밥의 회전테이블이 되어간다. 준비한 생선이라고는 피쉬뱅크에 저장해 두었던 노래미 몇 마리 뿐, 그런데도 함께 모여 초밥을 먹는 모습이 무언가 한심해 보이면서 대견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을 자신들이 직접 만들고 준비했다. 그 과정까지 함께한다.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했던 일상들이 차승원과 유해진이라는 스타들과 만나 전혀 특별한 이야기들로 바뀌어간다. 차승원과 유해진, 손호준, 추성훈, 이제는 누구나 보면 알고 들으면 아는 연예인들이 그리 기를 쓰고 만드는 것들이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렇게까지 공을 들여야 하는 것들이었는가.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섬의 민박집에서 자신들만의 궁리와 노력으로 하나씩 만들고 채워나간다. 너무나 익숙하기에 그 과정들이 차라리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 일상들이 있기에 위해 그토록 소중한 과정들이 있었구나.


굳이 오버하며 과장된 웃음을 만들 필요가 없다. 어차피 시청자 역시 낯설고 당황스러운 상황들이다. 시청자가 느끼는 감정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아니 연기자들이 보여주는 감정 그대로 시청자가 느끼게 된다. 놀라면 함께 놀라고, 난처해하면 함께 난처해하며, 흐뭇하거나 뿌듯할 때는 역시 함께 흐뭇하고 뿌듯해진다. 차승원이 만든 요리를 손호준이 맛보며 말없이 미소를 지을 때 시청자 역시 함께 미소짓고 마는 이유다. 맛도 맛이겠지만 요리를 만들고 맛보기까지 그 과정에서의 뿌듯한 성취감을 함께 공유한다. 마치 자신 역시 그곳에 함께 있는 듯. 그 감정들이 너무나 생생하기조차 하다.


그저 날밝으면 유해진은 낚시하러 바다로 나가고, 차승원은 제작진이 제시한 메뉴를 위해 궁리하고 준비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손호준은 그 옆에서 손발이 되어 보조역할을 한다. 방안에서는 강아지 산체와 고양이 벌이 아무렇지 않게 뒹굴고 있다. 그렇게 크게 대수로울 것 없는, 오히려 심심하기까지 한 일상들이 이렇게까지 특별하게 여겨지는 이유일 것이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멀지 않다. 오히려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그 속에 숨은 특별함까지 생생하게 전해진다. 일상이 특별해진다. 다음주 방영될 내용이 서울에서의 '삼시세끼'다. 그야말로 시청자가 느끼던 감동 그대로일 것이다.


이제부터 추성훈이 먹는 모든 것은 단백질이다. 모든 것이 풍요로울 때는 몸관리를 위해 탄수화물을 거부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을 것이다. 당장 먹을 수 있는 것도 제한되어 있고, 하나의 요리를 만들기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까지 상당하다. 먹고 싶다고 아무때나 먹고 싶은 것만을 골라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굶주리고 있었다. 먹는다고 하는 행위란 얼마나 소중한가. 더구나 그것이 자신의 손에 의해 완성되고 있다면. 현실과의 타협이라기보다는 먹는다는 행위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었을 것이다. 이 순간만을 순수하게 즐긴다. 탄수화물이기 이전에 먹는다고 하는 행위의 기쁨과 행복을 순수하게 누린다.


취미 이전에 생존을 위한 수단이었다. 돌아갈 때 비어있는 손의 민망함을 알게 되었다. 낚시와 물고기를 대하는 유해진의 태도가 전혀 달라졌다. 유희로서의 낚시가 아닌 생활의 한 수단으로서의 낚시다. 얼마나 매 순간들이 소중하고 가치있는가. 그토록 질색하던 물고기마저 손호준과의 저녁을 위해 기꺼이 다듬는다. 아마 남자라는 것일 게다. 정말로. 그렇게 출연자 자신들에게도 평범했던 일상들이 특별하게, 아니 별다르게 여겼던 것들마저 일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는 것일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서운하다. 차줌마 차승원의 요리도 요리이거니와 그것을 만들기까지 모든 출연자들이 하나가 되어 궁리하고 노력하던 순간들이 필자를 매료시키고 있었다. 이렇게도 만드는구나. 이렇게도 만들어지는구나. 하나하나 만들어지며 마침내 요리까지 완성되었을 때 경이마저 느끼게 된다. 그곳에 필자 역시 함께 있었다. 새삼 무어라도 당장 만들어 맛보고 싶은 충동마저 느낀다. 그런데 어느새 벌써 이렇게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무어라 말을 더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평범하면서 일상적인, 그러면서도 특별하고 대단한 이야기들이었다. 전혀 자신의 일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그러나 결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평범함이 그곳에 있었다. 그냥 즐거웠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여행을 떠난 듯이. 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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