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창작물에는 작가의 의도가 녹아든 주제라는 것이 존재한다. 나머지는 단지 그를 위한 장식일 뿐이다. 대중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그 주제를 위해, 혹은 그 주제로 인해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고, 연주도 하는 것일 게다. 특히 대중의 귀를 사로잡기 위해 반복되는 주제를 일컬어 훅이라 부른다.
한 마디로 한 귀에 들리는 그 음악을 대표할 수 있는 짧은 멜로디일 것이다. '아슬아슬해''아찔아찔해', 가사마저 일체화시켜 그 의도를 강화한다. 가사만이 아니다. 적절한 이펙터를 사용하여 멤버들의 목소리를 통해서도 일체감을 강화한다. 이제까지 카라의 노래 가운데 이런 노래가 없었다. 하지만 또 그래서 약간 아쉽다. 어쩐지 카라가 아닌 다른 걸그룹이 불렀어도 상관없지 않았을까.
니콜과 강지영가 탈퇴하고 영지가 들어오면서 4명이 된 카라는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컨셉을 보여주고 있다. 보다 보편적이다. 보다 대중적이다. '맘마미아'는 그래도 5인 카라의 연장에 있었다면, 이번 'CUPID'는 '맘마미아'를 계승하면서도 이전의 카라 음악과는 노선을 달리한다. 굳이 카라여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카라다운 부분을 찾자면 날 것 같은 생생한 목소리가 아닐까.
카라의 음악을 들으면서 90년대 이전의 다른 음악들을 떠올리는 이유일지 모르겠다. 까놓고 말해 카라에는 다른 걸그룹에서와 같은 폭발적인 가창력이나 정교한 기교를 과시할만한 리드보컬이 존재하지 않는다. 90년대 이전 세계의 대중음악에서도 그런 것들은 그다지 강조되지 않았었다. 차라리 레인보우였으면. 차라리 다른 걸그룹이었으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카라만의 'CUPID'가 되었다.
확실한 후크와 대세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구성. 그러나 그럼에도 카라이기에 볼만한 가치가 있다. 무대에서 더 빛날 수 있는 것은 데뷔 8년차다운 경륜일 것이다. 다만 그것이 조금은 아쉽다. 이미 너무 오랜 시간 대중들에 노출되어 있었다. 신선함을 기대하기란 무척 힘들마. 많은 음악인들이 그래서 데뷔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가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그들을 지탱하는 것은 자신만의 고유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러라도 찾아볼만한 특별함이다.
음반은 솔직히 요즘 끝까지 정신을 붙들고 들을만한 여유가 없었다. 자꾸만 트랙을 놓친다. 지난 음반도 그랬지만 이 노래인가, 아니면 저 노래인가, 지루해서 듣다가 자꾸만 집중력을 잃고 만다. 니콜과 강지영의 빈자리가 아직까지 이렇게 큰 모양이다. 보는 건 즐겁다. 그러나...
가끔 생각한다. 내가 좋아했던 카라는 어떤 카라였던가. 여전히 구하라는 좋다. 한승연도, 박규리도 좋다. 영지도 귀엽다. 그럼에도 무대를 볼 때마다 허전함을 느낀다. 전혀 다른 걸그룹을 보는 듯 낯설기조차 하다. 어쨌거나 컴백은 즐겁다. 그래도 찾아보는 즐거움에 요즘을 버틴다. 생각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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