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억해 - 사건보다 진실, 과정을 위한 조각들

아니나 다를까 사건 자체의 구조보다 연관된 개인들의 사정에 더 집중한다. 어떻게 누구에 의해 사건은 일어났고, 어떤 방법에 의해 은폐되거나 왜곡되어 해결에 어려움을 주는가. 그러나 그보다는 관련자들에게 어떤 사정과 사연들이 있고 그것들을 다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당연히 드라마의 주인공은 이현(서인국 분)과 차이안(장나라 분) 두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남다른 재능과 열정, 그리고 개성과 매력을 지닌 두 사람의 주인공들이 어렵고 힘든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수사물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마주치는 사건들을 통해 자신들이 마침내 도달하게 될 목적지로 나가는 로드무비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말한다.

"나처럼..."

나(이현)처럼 사건현장에 혼자 살아남았고, 나(차이안)처럼 억울하게 범죄자의 자식이 되어 범죄자의 자식으로써 살아야 했다. 사건 당시 유일한 생존자였으며 살인자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박영철(김규철 분)의 아들이기도 한 박대영에게 두 사람의 주인공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결국 박대영은 복수를 위해 살인을 저질렀고, 이현과 차지안은 자신들의 과거와 관련된 이준영을 지금도 쫓고 있다. 그 끝은 복수인가. 아니면 구원인가.

박대영의 복수대상자 가운데 하나였던 신정호 부장검사의 입에서 이현의 아버지 이중모(전광렬 분)의 이름이 나온다. 신정호의 부탁을 받고 박영철을 만나고 박대영의 행방을 쫓던 젊은 변호사 정선호(박보검 분)가 이현을 아는 듯 보인다. 지난번 재벌 2세 양승훈(태인호 분)의 살인사건에서도 두 사람은 우연처럼 서로 얽히고 있었다. 이현과 차이안이 그토록 필사적으로 찾으려 하는 연쇄살인범 이준영은 지금 어디에 숨은 것일까. 자칫 단순해질 수 있는 이야기구조를 각각의 인물들 사이에 복잡하게 얽히고 꼬인 사연들로 대체한다.

사건해결에 있어서도 그래서 수사도, 추리도 철저히 의도적으로 배제된 듯한 느낌이다. 지나치게 사건해결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사건 자체보다 사건과 주인공들과의 관계에 더 집중한다. 설마 아무리 이현이 용의자라고 살인사건이 났는데 피해자의 과거와 관련해서 아무것도 조사하지 않았던 것일까. 교통과로 좌천되어 더 이상 멤버가 아니게 된 차이안조차 특수범죄사수사팀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몰래 검색하고 빼내올 수 있었을 정도로 관리마저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같은 범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또다른 추가범행에 대해서 이현은 범의학자 이준호(최원영 분)를 만나고 나서야 겨우 들을 수 있었던 것일까. 이준호의 정체가 물론 수상하기는 하다. 하지만 뻔히 알려질 사실을 이현에게만 들려준다는 것은 짐작처럼 그가 대단한 비밀을 간직한 인물이라면 상당히 어색한 부분일 것이다.

수사나 추리보다는 사건을 쫓는 과정에서 주인공 두 사람이 느끼는 감정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선명하게 전달하는데 더 중점을 두는 듯한 모습이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박대영 개인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이현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박대영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이현은 연쇄살인범 이준영이 만든 지옥에서 살고 있다. 차지안 역시 여전히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과연 다음 사건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이 겪게 될 진실은 또한 어떤 모습일까. 이현이든, 차이잔이든, 그들이 진정 지금도 쫓으려 하는 것은 연쇄살인범 이준영 한 사람 뿐이다 그것만이 그들이 추구하며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다.

역시나 서인국의 연기가 아쉽다. 대강의 연기는 훌륭한데 결정적인 순간 넘치거나 혹은 모자른다. 박영철을 심문하면서 고함을 지를 때는 그 어색함에 웃음까지 났었다. 대본이나 연출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주인공답게 드라마를 끌어가고 있다. 지켜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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