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너를 기억해 - 범죄의 이유, 운명을 쫓다

까칠부 2015. 7. 8. 04:43

범죄란 타고나는 것인가. 범죄자란 태어난 순간 그렇게 결정지어진 존재인가. 흔히 말한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이미 아주 어렸을 적부터 그럴 싹수를 보았노라고. 그렇다면 그럴 싹수를 발견한 순간 사회로부터 격리하거나 배제한다면 범죄를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범죄를 저지를 자질이나 품성은 이미 태어난 순간부터 결정되기도 한다.


그것은 예언이며 저주였다. 지금까지도 이현(서인국 분) 자신을 강하게 얽매는 주박이었다. 너는 범죄자가 될 것이다. 너는 괴물이 될 것이다. 아직도 아버지의 그 말을 주문처럼 되뇌고 있다. 자신은 과연 진짜 아버지가 예언한 것처럼 이준영과 같은 잔인하고 교활한 연쇄살인마가 되고 말 것인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서가 아니다. 이준영을 자신의 손으로 체포함으로써 비로소 그 지긋지긋한 저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자신은 괴물도, 살인자도 아니다.


하필 살인자의 아들이다.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살인이 아닌 죄책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필요에 의한 살인이다. 살인강도로 아버지는 지금도 교도소에서 복역중이다. 그런 아버지의 유전자가 아들인 자신에게도 유전되어 있는 것일까. 당장은 아닐지 몰라도 언젠가 아버지처럼 자신 역시 살인을 저지르게 되지는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이현은 이번에도 역시 자신을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는 이정하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정하는 살인자가 아니다. 이현 자신 역시 살인자가 아니다.


지나치게 친절하다. 감추거나 에두르는 법이 없다. 조금 시간이 걸릴 줄 알았더니만 척 보기에도 수상한 이준호(최원영 분)를 이현은 미루는 법 없이 바로 의심부터 하고 본다. 차지안(장나라 분)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도 에두르지 않고 바로 앞에서 쏘아붙인다. 하기는 차지안 역시 이현과 며칠 같은 집에서 지냈다고 이현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이 의도된 함정은 아니었을까. 비밀을 쫓고 얽힌 인연의 타래를 푸는 과정에서 더 지독한 인연에 얽히고 만다. 사건이 일어나고 긴장과 갈등이 고조된다. 그런데 이렇게 너무 일찍 모든 것을 풀어버리면 이후의 내용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하지만 또 한 편으로 지금의 페이스라면 적당히 미리 여러 단서들을 풀어놓아도 회수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이정하가 찾아와서 고민을 털어놓고 살인현장에서 발견되어 스스로 범인이라 자백한 뒤에도 정작 진행된 내용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정하의 아버지가 밝혀졌다. 이정하를 중심으로 또다른 주요인물인 정선호(박보검 분)가 이준호와 함께 주인공의 주위로 모인다. 마침내 강은혁(이천희 분)의 제안을 받아들여 특수범죄수사팀의 자문역을 맡게 된다. 이현과 차지안의 회상이 또 한 부분을 차지한다. 사건해결은 최대한 단순하게, 사람의 관계는 최대한 복잡하게. 과정이 멀고 어렵다.


소재가 워낙 독특해서 그럼에도 호기심에 자꾸 보개 되는 마력이 있다. 프로파일링도 사이코패스도 모두 스릴러라는 장르에서 진부할 정도로 반복되어 온 것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대부분의 시청자들의 일상과 한참 거리가 먼 낯선 대상일 것이다. 접근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이현이 어렸을 적 아버지 이중모(전광렬 분)는 그가 연쇄살인마 이준영과 같은 괴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중모는 과거 증거조차 남기지 않는 천재적인 연쇄살인마 이준영을 체포하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적이 있었다. 어쩌면 이현은 물론 시청자까지 작가가 의도한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준호가 감추고 있는 비밀이 더 큰 반전으로 돌아오기를 은근히 기대하게 된다. 다를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범죄자는 타고나는가. 아니면 만들어지는가. 이현의 강연을 통해서도 시청자들에게 묻고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선천적으로 범죄자의 자질을 타고 났다. 유전적으로 살인자의 형질을 물려받았다. 그렇다면 그들은 반드시 범죄자가 되고 살인자가 되는가. 되어야 하는가. 운명을 쫓는다. 여전히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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