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드라마의 중심이 김희애(최영진 역)에게서 젊은 두 배우 이다희(민도영 역)와 손호준(한진우 역)에게로 옮겨가려는 모양이다. 하기는 민도영의 강직함이나 한진우의 무모한 정의감은 원래 최영진 자신의 캐릭터이기도 했을 것이다. 지금껏 드라마의 중심을 이루던 최영진의 모성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싶더니 아예 최영진의 캐릭터까지 나누어받으며 두 젊은 캐릭터가 드라마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
물론 여전히 최영진은 베테랑이고 수사팀의 팀장이다. 넓은 시야와 탁월한 직관으로 늦게 도착한 현장에서도 남들이 보지 못한 것들을 보고, 그것들을 증거로 삼아 어느새 유력한 용의자까지 찾아내고 있었다. 다만 추리드라마가 아닌 수사드라마에서 현장의 추리는 단지 수사의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수사가 시작되면서 불과 사흘만에 배달환(신승환 분)을 찾아내고 체포하기까지 했던 민도영과 한진우의 수사력에도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최영진이 CCTV를 분석하는 사이 민도영과 한진우도 각각 자신의 방식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벌써부터 최영진의 최초추리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증거들이 하나씩 발견되고 있다.
하기는 그래서 더 역동적이기도 하다. 중년을 넘긴 나이다. 한 아이의 엄마다. 더구나 팀장이다. 직접 현장에서 과감하게 부딪히며 수사하기에는 걸리는 것이 너무 많다. 지나칠 정도로 센 척 거친 척 자신을 꾸미고는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배우인 김희애 자신에게나, 캐릭터인 최영진의 입장에서나 그런 방식의 수사는 더 이상 버거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역할을 나누어 갖는다. 대신 최영진은 수사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여유가 너무 넘쳐서 방종해 보이는 베테랑의 모습을 연기하기 시작한다. 때로 오해하고, 때로 반발하면서도, 결국 베테랑의 경험과 수완에 힘입어 젊은 수사관들도 결정적으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 심야시간대 시청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도 이쪽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그래서일까. 1회부터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최영진의 딸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팀원들과 함께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해가 중천에 뜨도록 쓰러져 잠들어 있던 와중에도 여동생 최남진(신소율 분)만이 잠시 얼굴을 비추고 있었을 따름이었다. 형사이고 팀장이었지만 한 편으로 딸의 엄마이기도 했던 최영진의 고민과 갈등이 딸과 함께 사라진 대신 새로운 팀원으로 들어오게 된 민도영과 한진우 두 사람의 이야기로 채워지게 된다. 앞으로 어떻게 이어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최영진의 딸이 아닌 민도영과 한진우 두 사람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묘사였다. 하필 가출청소년을 쫓던 강력 1팀의 첫사건이 흐지부자 살인사건으로 넘어가버린 것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전자는 최영진의 어머니로서의 모성이 필요한 사건일 수 있지만 후자는 철저히 베테랑 수사관으로서의 역량만을 요구한다.
다행히 원래 최영진의 캐릭터 자체가 무척 매력적이었기에, 더구나 민도영과 한진우 두 사람에게로 나뉘어지며 순도까지 높아진다. 이다희와 손호준 두 젊은 배우의 연기력과 매력 또한 만만히 볼 것이 아니다. 대중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상업드라마로서 무엇보다 보는 재미가 있다. 원래 어떤 드라마였던가 잠시 잊는다. 처음부터 그것을 노리고 있었을 것이다. 엄마이면서 형사인 최영진을 중심에 놓은 지금까지의 드라마도 좋았지만, 역시 평일 심야의 수사드라마라면 조금 더 역동적인 쪽이 좋다. 어떻게 얼마나 민도영과 한진우, 그리고 이다희와 손호준 두 사람의 캐릭터와 매력을 살리는가에 드라마의 성패가 달려있을 것이다.
추리는 추리일 뿐이다. 더 많은 증거와 아직 미처 확인하지 못한 많은 사실들이 감추어져 있다. 수사란 그것을 찾기 위한 과정이다. 최영진과 그녀의 수사팀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악연이 깊은 강태유(손병호 분)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시작부분에서의 1인시위는 어쩌면 새로운 사건을 위한 복선일지도 모르겠다. 그 현장에서 민도영과 한진우도 만난다. 새로운 증거와 새로운 사실들을 찾아낸다. 사건을 해결해간다. 내일이 즐겁다. 재미있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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